김재란 청주시 흥덕구 환경위생과 주무관

 

17개월 된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복직한지 두 달이 흘렀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하면 아들은 “엄마”하고 사랑스럽게 달려온다. 하루 종일 업무 때문에 아기 생각할 틈도 없었기에 그 시간이 애틋하고 아이에게 미안한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하지만 집과 회사에서 쳇바퀴 돌 듯 전전긍긍해하며 지내는 엄마의 마음을 아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어린이집 갈 때까지 자지 않고 놀기도 하고 최근엔 어금니가 나는지 밤마다 깨서 안아 달라고 우는 일이 잦다.

임신 기간에는 육아휴직은 달콤할 것이라 생각했다. 우리 아기는 잠도 잘 자 한적하고 조용한 동네에서 유모차를 끌고 산책하며 여유를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아이를 낳고 보니 상황은 180도 달랐다. 엄마 뱃속에 열 달 동안 적응된 아기는 내가 안았다가 내려놓으면 잠이 깨는 ‘등 센서’를 발동했고 수유 기간은 들쭉날쭉해서 30분에 한 번씩 해줘야 하는 일도 빈번했고 밤이면 쉽게 잠들지 못해 잠투정하기 일쑤였다.

나는 산후조리는커녕 집에서 밥 하나 챙겨 먹기 어려웠고 친정‧시댁 도움 없이 아기랑 온전히 보내는 시간이 고독하고 외롭게 느껴졌다.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아이의 먹는 것, 자는 것, 입는 것 하나하나 모두 엄마의 희생이 필요한 일이어서 ‘엄마’라는 이름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희생을 바탕으로 얻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요즘 젊은 세대들이 아이 낳지 않는 것은 이러한 희생을 겪지 않으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봤다. 하루는 뉴스를 보다가 출산 정책에 대한 인터뷰 영상을 봤다. 아이 출산 시 정부에서 양육비를 지원해주는 것에 대해 “양육비를 받으려고 아이를 낳으려는 사람은 없다”라고 생각하는 한 젊은이의 인터뷰였다. 한차례 출산과 육아를 겪고 있는 내 입장에서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돈을 지원해주기보다 아이를 낳고 부모가 겪는 어려움을 조금 수월하게 해줄 수 있는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어린이집에서 일어나는 학대는 말도 못 하는 아이들에게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아이의 엄마는 일을 해나가면서 아이를 키우기 얼마나 불안할까. 출산으로 인한 여성의 경력 단절은 어쩌면 이러한 우리의 현실을 대변하고 있을지 모른다.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 제도를 국가 또는 지자체에서 만들어줘야 하고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노력이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첫걸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아이를 낳고 복직을 하고 나서 절실하게 느껴진다.

복직을 하고 나니 정말 우리 아이는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키워주고 계셨다. 아이가 토를 하고 있거나 열이 나도 속을 달래주고 약을 먹여주는 것은 선생님이었다. 가장 예쁠 나이를 보내는 두 살 우리 아이의 모습을 온전히 눈에 담지 못한다는 것이 많이 안타깝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기가 좋은 선생님을 만나 배고플 때 간식을 챙겨 먹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감사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낳은 것이 내가 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는 귀여움의 차원이 아니라 내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이 세상 가장 소중하고 강력한 나의 힘이 돼줬다. 또 아이가 아니라면 누군가를 위해서 자신을 이토록 희생할 수 있었을까. 아이를 키우면서 힘든 점도 많았지만 그만큼 나 자신도 성장해나가고 있다.

아이를 낳은 것이 내가 가장 잘한 일이라고 느끼듯 많은 사람들이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어린이집에 대한 제도 및 기타 제도 개선으로 정부가 우리 젊은 세대들을 도와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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