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 화폐에서 볼 수 있는 아라랏 산
아르메니아 화폐에서 볼 수 있는 아라랏 산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성경 속 노아의 방주는 영화 등을 통해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노아의 방주가 있는 곳은 터키 동부와 아르메니아 접경 지역에 있는 아라랏 산이다.

동방견문록을 쓴 마르코 폴로는 ‘만년설로 덥혀 있어 아무도 오를 수 없는 그 곳에 방주가 있다.’ 라는 기록을 남겼다.

이 기록 때문인지 고고학자, 신학자, 산악인 가릴 것 없이 세계적인 관심을 끌며 경쟁하 듯 ‘노아의 방주 찾기’에 나섰다.

기록에 의하면 아르메니아 수도자인 하고피안은 노아의 방주를 찾아 아라랏 산에 두 번 정도 어렵게 올랐다. 세 번째에는 더 이상 아라랏 산에 오르지 말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오르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그 이후 아르메니아 사람들에게 있어 아라랏 산은 신성한 곳으로 인식돼 산에 오르는 것이 금기시 됐다고 한다.

원래 아라랏 산은 아르메니아가 독립하기 전에는 구소련에 속해 있었다. 아르메니아 지역의 옛 지명도 아라랏이라고 전해진다. 인근 국가 터키와 여러 전쟁을 거치면서 아라랏 산은 대부분 터키의 땅으로 합병 됐다.

1987년 터키 정부는 아라랏 산을 노아의 방주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고 국보로 선정하기에 이른다. 아르메니아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가슴아픈 일이다.

구약시대 대홍수가 끝날 즈음 노아가 처음 육지에 정착했던 곳이 아라랏 산의 중턱이었고 노아의 손자인 고멜은 아르메니아 지역에 계속 정착해서 그 후손이 지금까지 이어진다니 그 역사가 유구하다.

아르메니아 입장에서는 그런 아라랏 산을 터키에 빼앗긴 것은 나라의 정체성을 잃어 버린 것과 같다.

아르메니아에서 아라랏 산이 신성시 되는 것과 달리 터키에서는 경건한 곳이면서도 즐거운 곳으로 인식된다. 터키 사람들은 아라랏 산이 보이는 곳에서 결혼식을 올리면 행복해 진다는 속설을 믿고 가까운 인근 지역 산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사람들도 있다.

화폐에서도 두 나라는 상반된 모습이다. 아르메니아 화폐 속에는 아라랏 산이 거의 모든 권 종에 등장하는 반면 터키 화폐에서는 그 모습을 찾아 볼 수가 없다. 이슬람 국가인 터키는 모든 초점이 마호메트에 있다 보니 기독교 국가인 아르메니아 보다 크게 의미를 둘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다만 여러 나라에서 많은 기독교인들이 성지순례로 찾아 오는 곳이니 터키도 아라랏 산을 쉽게 포기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아르메니아 화폐에서 볼 수 있는 아라랏 산
아르메니아 화폐에서 볼 수 있는 아라랏 산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