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자 충북도북부출장소 제천시협력관

 
김명자  충북도북부출장소 제천시협력관
김명자 충북도북부출장소 제천시협력관

 

(동양일보) 먹물을 풀어놓은 듯 검은 바다 물결이 파도에 부딪혀 하얗게 찢어지고 물 젖은 바람이 철석이며, 흐느끼는 소리에 새벽이 부스스 눈 부비며 일어날 때 뜨겁게 용솟음치며 솟아오르는 무술년 새해 첫 해맞이를 동해의 작은 항홀한 찰나의 순간을 보면서 미지의 세계에 새롭게 부여될 나의 본분에 최선을 다하겠노라 굳은 다짐도 했었다.

그렇게 기쁨과 설렘으로 시작한 무술년 신 새벽의 소망과 다짐들을 마음의 스승으로 삼고 꾀꼬리 노랫소리와 뻐꾸기 울음소리에 희망을 키워 낸 새 봄. 유난스럽게 힘들었지만 지금은 그립기까지 한 폭염의 긴 여름시간, 그리고 막무가내로 비집고 들어와 가슴 한 복판을 차지하고 앉아 세상 모든 바람을 다 불러들이며 인생 담금질을 하게했던 알록달록한 예쁜 시간들을 모두 보내고 온 세상을 하얗게 덮어버릴 눈 내리는 계절이 돌아와 똬리를 틀고 앉아있는 지금. 귀한 인연인 님들에게 감사한 마음의 기도를 올린다. 올 한해도 잘 살아주었음을···

매일 매일이 총성 없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급박하고 팍팍한 삶의 연속이었고 잘난체하는 사람들의 질긴 아우성으로 유달리 시끌벅적했던 시간들이 있었음에도 지나간 시간들이 새삼스레 그리움으로 찰나처럼 느껴지는 것은 아직도 용광로처럼 뜨겁게 흐르고 있는 내 영혼의 맑은 피와 보드라운 심장 때문일 것이라 생각해 본다.

나의 심장이 뜨겁게 펄떡이며 뛰는 이유? 내가 아직도 설렘으로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열심히 사랑하는 지금의 이유는 당신! 바로 당신이 나의 지인으로, 연인으로 이글을 읽어주고 또 나를 기억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해 전 나는 사고로 인해 재기 불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말과 의학적 판정을 받은 적이 있었다. 아직도 늘 그리운 나의 님께서는 끝까지 나를 포기하지 않고 변함없는 사랑과 정성으로 보살펴주고 언제든 무엇이든 다시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가질 수 있게 하면서 지금까지 묵묵히 기다려 주었기에 무의식 속에 잠자던 나의 영혼과 마비된 세포가 깨어나 다시 뜨겁게 불타오르고 거의 실신 상태였던 심장은 힘차게 펄떡이며 숨을 고르고 있다. 정말 고맙고 또 감사할 일이다.

지금까지 내 생애 감사할 일로 따지자면 너무나 많고 많아서 솔직히 다 헤아릴 수 가 없다. 모두가 잊지 못할, 잊어서는 안 될 고맙고 감사한 일들이다. 그중에서 특별히 더 잊지 못할, 기억해야 될 하나를 정해야 한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말할 수 있는 귀한 인연이 하나 있다. 수 십 수백 년 전부터 함께 지내온 연인 같은 귀한 인연! 당신의 귀한 자리를 스스럼없이 내게 내어주고 비워준 참으로 정답고 고마운 사람.

마치 외계에서 온 사람처럼 몸도 마음도 몹시 춥고 떨리던 수 년 전 겨울 날, 어느 곳 하나 마음 둘 곳 없던 나를, 병원을 내 집처럼 드나들며 피폐할 대로 피폐해져있던 나를 배려와 사랑으로 반갑게 맞아주고 이끌어준 사람.

기온이 거의 매일 영하 20도를 웃도는 겨울날에 눈 또한 많이 내려서 적설량이 10센티는 기본이었던 때에 나는 난로보다 더 따듯하고 목화솜보다 더 포근한 사람을 만났다.

그때 나는 육신의 상처도 깊었지만 사람에 대한 정이 상실되고, 배신감이 뒤엉킨 사회에 대한 적개심과 분노로 삶을 포기하고 싶었던 때였는데 그 분의 진심어린 배려와 따듯한 격려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새 봄날 밝은 햇살 그 이상의 광명이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건대 그 분과의 만남. 인연은 내 인생에 가장 큰 행운이고 선물이었다.

죽을 만큼 힘들었던 나의 암흑기에 찾아온 황금보다 귀한 그 선물은 비뚤어지고 짓찢긴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줬고 이제는 그 누군가를 위해 내가 선물이 되어주는 삶. 마음 시린 누군가에게 위안이 되고 새로운 희망을 주고 기쁨이 되는 삶을 살고자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

이제 며칠 남지 않은 2018 무술년의 귀한 시간들, 서로에게 위안이 되고 삶의 이유가 되는 사람으로 영원히 잊지 못할 소중한 인연이 되어 함께 추억 할 사랑으로 남는 삶이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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