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무빈 경무관, 승진탈락에 ‘불공정’ 거론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매년 연말이면 전국 12만 경찰관들의 촉각이 승진과 인사에 곤두선다. 지난 주말 송무빈(55·경무관) 서울경찰청 경비부장이 승진 탈락의 불공정성을 거론하는 초유의 인사 항명으로 경찰 조직이 발칵 뒤집혔다. 송 부장은 충북 영동이 고향이고, 김천고, 경찰대(2기)를 졸업한 경무관 5년차 고위간부다.

그는 자신이 2015년 서울청 기동본부장으로 근무하면서 백남기 농민 사망이 있었던 민중총궐기 집회를 관리했다는 이유로 음해성 투서가 돌아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고 추측했다. 당시 책임 범위에 있지 않았음에도 청와대가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송 부장은 지난 11월 28일 고위직 인사 발표 이후 입장문을 내고 “원칙과 기준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며 “과정은 공정했는지, 결과는 정의로웠는지 되돌아보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후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경찰 안팎에선 송 부장의 행동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억울한 입장을 이해한다면서도 개인적 인사의 불만을 공개 표출한 것은 잘못이라는 의견 등이 나왔다. 이를 계기로 인사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경찰 승진 제도에 대한 불만은 매년 반복되는 레퍼토리다. 하위직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위로 올라가면 자리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드는 피라미드형 조직 구조가 큰 원인으로 꼽힌다.

경찰공무원법에 따르면 경찰은 9계급 체계인 일반 공무원과 달리 총 11계급으로 이뤄져 있다. 전국 12만 경찰관 중 가장 하위직인 순경(9급)부터 경장(8급), 경사(7급), 일선 경찰서 팀장급인 경위(6급을)까지가 전체의 90%를 차지하고, 경감(6급갑), 경정(5급)까지 ‘중간 관리자’ 비율은 국가일반직 공무원(30.2%)의 3분의 1 수준인 10% 안팎이다. 일선 경찰서장은 보통 ‘경찰의 꽃’이라 불리는 총경(4급) 계급이다.

경무관 이상 고위직은 전체의 0.1%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기준 ‘경찰의 별’이라 불리는 경무관은 68명, 지방청장과 경찰청 주요 국장급인 치안감은 27명에 불과하다. 치안정감은 전국 6명밖에 없는 최고위직으로, 차기 경찰청장(치안총감)은 이들 6명 가운데서 지명된다.

지역의 경우 중앙(서울) 독식에 따른 지역 홀대론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최근 5년(2013~2017년)간 충북경찰청 소속 총경 승진자는 8명으로, 2014년 3명(여경 포함), 2017년 2명을 제외하고는 매년 1명만 승진에 성공했다. 이런 상황에서 매년 5~6명 수준이던 경정 승진자는 2013년 이후 10명 안팎으로 늘어나 인사적체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절반 이상의 총경 승진자는 중앙과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으며, 충북과 치안수요나 도세가 비슷한 전북과 강원 역시 최근 2년간 각각 5명·4명의 총경을 배출하면서 상대적 박탈감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경험과 능력이 풍부한 경정급 인사들이 계급정년(14년)에 걸려 40~50대에 조기 퇴직하고 있다. 승진을 포기하는 이들도 다수 나온다. 이들은 열심히 일할 이유가 없어 조직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충북청 관계자는 “이대로 가다간 수많은 충북청 소속 경정들이 옷을 벗어야 할 상황”이라며 “인사적체 문제와 이에 따른 지역 경찰의 사기 저하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개선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서울(중앙) 독식이 이어지면서 경찰력 운용 과정에서 정치적 시비가 불거질 소지도 다분하다. 송 부장이 자신의 승진 탈락 배경을 과거 정권의 적폐사건으로 지목된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관련성을 꼽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 고위직 인사는 청와대가 최종 결재하지만 경찰청장이 추천권을 갖고 있는 만큼 경무관·총경 인사 등에서도 잡음이 계속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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