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출신 마라토너 에루페(오른 쪽)가 10월24일 청양군 정산면사무소에서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은후 환하게 웃고있다. 왼쪽은 김돈곤 군수.

 청양군 소속 마라토너 선수인 케냐 출신 에루페 윌슨로야나가 이제는 진정한 대한국민 국민이자 청양군민 ‘오주한’이 됐다.

대전지방법원 공주지원(재판장 오세용 부장판사)은 지난 3일 에루페가 개명 및 창성창본을 신청한 내용에 대해 “에루페의 가족관계등록부 중 이름 ‘윌슨로야네’를 ‘주한(走韓)’으로 개명하는 것을 허가한다”고 결정했다.

이로써 에루페는 성(姓)을 ‘오(吳)’로, 본을 ‘청양(淸陽)’으로 하는 대한민국국민 ‘오주한’으로 거듭나게 됐다.

새로운 이름 오주한은 ‘앞으로 오직 한국을 위해 달린다’는 의미를 담았다. ‘오’씨 성을 갖게 된 것도 한국내 마라톤 스승이 오창석씨의 뒤를 잇기 위한 것이다.

에루페가 처음 청양에 둥지를 튼건 2015년 7월1일이다. 당초 2020년 12월까지 6년간 활동하는 조건으로 연봉 7천만원에 계약했다.

당시 청양군은 전국 및 도 단위 대회 유치를 통한 스포츠 마케팅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기 위해 에루페를 영입했다. 에루페의 국제대회 참가 및 입상으로 청양을 홍보하고 글로벌 마케팅에 기여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청양군은 이미 2017년 한햇동안 전국 40개 대회를 유치해 3만5400여명 방문과 165억원의 경제유발 효과를 낸바 있다.

과거 충남을 대표했던 박원근, 이봉주, 지영준 선수에 대한 충청남도 차원의 향수도 에루페 영입에 힘을 보탰다. 또한 에루페의 훈련 노하우를 통해 마라톤 꿈나무 육성과 침체된 충남 육상발전에 기틀을 마련할수 있다는 비전도 제시됐다.

이같은 기대에 부응하듯 에루페는 2015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 2시간 6분 11초의 기록으로 우승 테이프를 끊으며 청양군을 흥분시켰다.

이후 △2015 경주국제마라톤대회 우승 △2016 서울국제마라톤대회 우승 △2018 서울국제마라톤대회 우승 등의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에루페 효과를 톡톡히 본 청양군은 본격적으로 그의 한국 귀화를 추진했다.

마라톤 한국 최고기록은 이봉주가 2000년에 세운 2시간7분20초였고 2016년 리우올림픽 한국선수 최고기록이 2시간36분21초였으니 귀화를 서두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에루페는 지난 7월 법무부 특별귀화 국적심의위원회를 통과한 후 9월 최종면접을 거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 주소는 청양군 정산면으로 두었다.

10월 29일 정산면사무소를 방문해 주민등록증 발급신청을 했고, 지난달 9일 면사무소에서 주민등록증을 전달받았다.

당시 에루페는 아직은 서툰 한국말이지만 "감사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며 주민등록증을 들어 보인 뒤 환하게 웃기도 했다.

김돈곤 청양군수는 "힘든 과정을 거치고 청양군민이 된 에루페 선수가 앞으로 대한민국 대표로, 청양 대표로 국제대회에 출전해 한국 마라톤의 위상을 높여줄 것"이라며 "청양군을 세계에 알리는 홍보대사의 역할도 톡톡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에루페는 내년 3월에 열리는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케냐로 출국, 본격적인 몸만들기를 하고있다. 공주 유환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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