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원 신성대 사회복지과 교수

신기원 신성대 사회복지과 교수

(동양일보) 아동학대와 노인학대를 전담하는 기관이 아동보호전문기관과 노인보호전문기관이라고 불리는 것과 달리 장애인학대를 전담하는 기관은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다. 우리나라가 특별히 장애인권익을 옹호하는 나라도 아닌데 왜 그렇게 명칭을 정했을까. 장애인 학대문제를 다룬다고 특별히 권익옹호기관이라고 명명할 필요도 없을 텐데 그 이유가 궁금하다. 아동과 노인이 연령적으로 범주가 정해졌다면 장애인은 전 생애주기와 관련이 되고 선천적 및 후천적으로도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은 아닐까.

그동안 아동학대나 노인학대가 발생한 경우를 보면 가족 간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아동학대의 경우 2016년 말 통계에 따르면 친부모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76%에 달했으며 계부모나 양부모를 포함할 경우 80%가 넘었다. 노인학대의 경우에도 2016년 말 통계에 의하면 아들(37%)이 주범으로 나타났으며 딸(10%)까지 포함할 경우 절반에 가까웠다. 이러한 현상은 10년 전과 비교할 때 아들(55.5%)의 학대는 줄어들었으나 딸은 비슷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신체적 학대가 10년 전에 비교할 때 20.9%에서 31.3%로 10% 가까이 증가하였고 자기방임도 1.7%에서 7.7%로 늘어나 적절한 대응방안이 요구된다.

하지만 장애인학대와 관련해서는 공공차원의 통계를 얻기가 어렵다. 그동안 장애인학대와 관련해서는 장애인단체나 인권단체에서 관심을 갖고 대응했기 때문에 자료가 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그동안 정부는 아동학대나 노인학대와 달리 장애인학대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었고 대책마련도 소홀하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아동학대나 노인학대가 주로 가정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장애인학대는 주로 사회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왜 그랬을까. 우리 사회가 은연중에 장애인을 차별하고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장애인은 자기주장을 하는데 서투르니까 우리가 그것을 무시하거나 듣지 않으려고 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장애인들을 투표장에 가기 어렵게 해놓고 그들의 의견이 집약되는 것을 막아서 그런 것은 아닐까.

한편 장애인학대와 관련하여 이를 신고하고 조사할 수 있도록 권익옹호기관을 만들어놓았지만 하는 일에 비해 인력과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현재 광역자치단체별로 권익옹호기관이 설치되어 장애인학대 사례지원, 협력체계 구축 및 교류, 장애인학대 예방교육 및 홍보, 중앙옹호기관에 대한 보고 및 업무협력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인력구성을 보면 대체로 기관장 1인에 팀장 및 조사관을 합해 5인 이내로 편성되어 있어 활발한 활동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 중 사례지원은 장애인학대 의심사례 접수, 학대조사, 응급조치, 피해자 등에 대한 회복지원, 사후 모니터링 등 장애인학대 사례에 대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개입 절차 전반을 지칭하는 것으로 당 기관의 핵심적인 활동인데 조사관이 부족하여 장애인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경력 등을 제대로 인정해주지 못하다보니 사기도 떨어진 상황이다.

장애인권익옹호활동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일하게 자신의 견해, 선호, 결정사항을 표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으로 학대예방 및 차별금지를 포함하는 광범위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장애인학대전담기관을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라고 명명한 것은 잘못된 것이다. 또한 권익옹호기관으로서 제대로 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이에 걸맞은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무늬만 권익옹호기관일 뿐이다.

현재 장애인학대문제를 바라보는 정부당국의 인식과 시각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장애인학대가 장애인 당사자에게 얼마나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는지 생각지 못하고 있다. 자기주장을 못한다고 해서 또는 의견제시가 서툴다고 해서 장애인의 처지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장애인들의 권익옹호활동과 같은 복합적인 활동도 중요하지만 학대 받은 장애인을 구제하고 그들을 치유하며 재발방지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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