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식 충주시 문화복지국장

김원식 충주시 문화복지국장

(동양일보) 세월은 참 신기하다. 천천히 지나온 것 같은데, 벌써 올해를 마무리할 때다.

1980년 초여름 공직에 첫발을 내딛은 나에게도 결코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시간이 이제 찾아오고 있다.

공직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단연 ‘충주기업도시 유치’다.

머리보다는 열정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어떤 일을 하면서 머릿속에 그려놓고 막상 실행에 옮길 때면 어떻게 하지?”하면서 다시 생각만하다 일을 그르치고 마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그 일에 열정이 있다면 머릿속에 그리면서 바로 실행에 옮기고, 부딪치면서 방법을 찾아 한걸음씩 나아가고, 그러다 보면 조금씩 앞으로 나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결국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곳까지 도달한다.

2005년 초 중견행정실무자 과정을 마치고 복귀한 뒤 투자유치지원실 투자유치팀장 소임을 맡았다. 당시 정부는 지역 균형발전 정책으로 혁신도시와 기업도시 시범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충주시는 기업도시 시범사업 유치활동을 위해 투자유치지원실을 신설하는 등 조직을 정비한 상태였다.

실무팀장 입장에서 앞이 캄캄하다 못해 부담감이 짓눌렀다.

당시 갖고 다니던 메모장엔 이런 글이 써져 있었다. “호랑이는 먼 곳을 보지 않는다. 너무 가까운 곳도 보지 않는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꼭 6척 앞을 노려본다.”

아무리 좋은 먹이도 멀리 있으면 소용없고 가까이엔 먹잇감이 있을 리 없다. 너무 먼 곳을 보지 말고 그렇다고 내 주변만 살피지 말며 일단 나가보자 결심했다. 이렇게 내딛은 첫 발이 당시 건설교통부 기업도시 시범사업 정책설명회 자리였다.

그곳에서 충주시가 기업도시 시범사업을 유치코자 한다고 홍보했고, 충주기업도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준 대표기업 포스코건설 담당부장을 만났다. 기업도시 유치라는 목표에 한 발 다가선 것이다.

기업도시 유치에 열정적으로 도움을 준 많은 분들도 잊을 수 없다.

시범사업 신청을 위한 참여기업 요건을 모두 갖추고 신청 시기를 조율할 때다. 경쟁 지자체 7~8곳이 있었는데 모두 신청 마감일에 접수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충주시는 타 지자체 보다 하루 먼저 신청해 전국 최초 기업도시 시범사업 신청도시라는 홍보효과를 누리자는 생각으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때마침 TV에서 취재요청이 들어왔고, 유치신청 장면이 방송 메인뉴스로 전국에 방영됐다. 이후 각종 경제관련 신문은 물론 중앙지·지역지 1면을 도배하며 기업도시하면 충주를 떠올리는 파급 효과를 가져왔다.

신청 후엔 기업도시 개발 기본계획을 수립해 보충자료로 제출해야 했다. 보충자료를 기반으로 선정위원회의 평가를 받아 최종 후보지가 선정된다.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 한 방송국 기자분이 기업도시 관련 영상을 보여줬다. 건설교통부 기업도시 담당과장이 기업도시 시범사업 신청 보충자료에 들어갈 내용을 설명하는 영상이었다. 방향이 섰지만 도시계획전문가를 비롯한 분야별 전문가들이 모여 만들어도 기간 내 제출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경제건설국장이 충주대 교수와 만나 자문을 구하도록 조언했고, 자초지정을 들은 충주대 교수 7명은 지역발전에 동참하겠다며 전략기획팀을 구성해 도왔다. 전략기획팀 ‘그린테크노 폴리스’는 시범사업 선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또 시범사업평가단의 신도시 관련 사전 질문에 체계적인 답변 자료를 제공하는 등 열정적으로 도왔다.

이 같은 결과 충주기업도시가 지식기반형 시범사업에 당당히 선정될 수 있었다.

이처럼 충주기업도시 유치는 시범사업 신청 때부터 개발사업 시행까지 모든 이들의 열정이 만들어낸 결과다. 앞으로 충주기업도시가 충주의 미래를 열어갈 서충주신도시의 자양분이 돼 중부내륙 신산업도시로 비상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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