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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숨겨진 이야기18. 진천 보탑사
우리동네 숨겨진 이야기18. 진천 보탑사
  • 동양일보
  • 승인 2018.12.0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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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높고 호수 깊으니, 부처의 마음에 길을 묻다
한국 건축의 백미 보탑사.

(동양일보) 물은 선하고 맑고 향기롭다. 달콤한 행복이자 고단한 삶 속에서 다시 일어나게 하는 힘이며 영원한 청춘이고 사랑이다. 땅 속 깊은 오지에서 젖 먹던 힘을 다해 용솟음칠 때는 하늘보다 더 크다. 우주이고 태양이다. 물은 계곡을 따라 폭포수가 되고 처연한 이별이자 지저귀는 산새소리처럼 숲속의 악동이다.

누가 그랬던가. 나이테는 나무가 만들어 낸 역사이고, 나무껍질은 나무가 겪어낸 고난의 무늬라고. 어린 소나무는 껍질이 가볍지만 오래된 나무는 두텁고 강하며 질기다. “남산위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이라는 애국가처럼 한국인의 고단하지만 강인한 생명력을 간직하고 있다. 가을볕이 뜨겁고 온 생명이 알곡지니 눈부시다. 여름을 견디고 아픔을 견디고 욕망과 아집을 견디고 불면의 밤을 견뎌야 달콤한 열매를 준다.

고샅길을 걷다보면 모든 욕망이 덧없어진다. 신화와 전설이 켜켜이 쌓여있는 길, 돌담 사이로 오가는 사람들의 구릿빛 풍경, 장독대에서 구순한 냄새 끼쳐오고 느티나무 정자에 앉아 노래하는 아이들과 빨래하는 여인과 개짓는 낯선 풍경도 오달지고 마뜩하다. 만화방창 꽃이 만발하고 녹음 우거지고 열매 가득하더니 이 모든 것을 비우고 햐얀 눈발 휘날리는 고샅길은 정처없다. 이 길을 걷다보면 어느 새 욕망의 옷을 벗고 맑은 햇살, 한 줌의 흙처럼 자유의 몸이 된다.

보탑사 가는 길에 있는 숯가마.
보탑사 가는 길에 있는 숯가마.

보탑사 가는 길의 첫 번째 여정은 김유신 장군이 태어난 곳이다. 신라 진평왕 17년(595년)에 진천읍 상계리 계양마을에서 태어났다. 그의 나이 15세 때 화랑이 되고 낭비성 싸움에 공을 세워 압량주 군주가 되었다. 선덕여왕 때 상장군(上將軍), 무열왕 7년(660년) 상대등(上大等)이 되어 당군(唐軍)과 연합하여 백제를 멸망시킨 후 나당연합군의 대총관(大摠管)이 되어 고구려를 정벌(668년)하고 태대각간(太大角干)이 되었다. 한강 이북의 고구려 땅을 다시 찾아 삼국 통일의 대업을 완수하여 흥무대왕으로 추봉되었다.

이 마을에는 태수 관저에서 사용했다는 우물터가 있다. 무술 연습과 말달리기를 했다고 전해오는 치마대와 태실이 해발 461m의 산 정상에 위치해 있다. 그 주위에 경사면을 에워싼 석축이 산성처럼 드리워져 있다. 마을 입구에 유허비를 건립하고 화랑의 정신과 김유신의 기개를 엿볼 수 있도록 했다. 그 날의 일은 속절없지만 화랑의 정신이 지금 이 시대에도 유효하다. 글로벌 시대에 지구촌을 호령하며 멋진 신세계를 펼쳐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김유신 장군의 화랑정신을 만났으면 만뢰산 자연생태공원으로 향해야 한다. 뱀허리처럼 굽이굽이 오르막길의 허리쯤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는 생태연못, 자생수목원, 밀원식물원, 습생초지원, 열매나무원, 야생초화 허브원, 생태교육장, 곤충관찰원, 임간학습장 등이 마련돼 있다. 때 묻지 않은 자연, 생명의 보고(寶庫)다.

인근에 숯가마가 여럿 있다. 산이 깊으니 참나무가 많다. 산림이 우거져 있고 원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기에 숯가마나 많을 수밖에. 참나무 장작더미가 가마 속으로 들어가면 불꽃과 사투를 벌인다. 하룻밤 뜨거운 연정은 우주라도 삼킬 기세다. 그 사랑이 얼마나 깊었으면 검게 빛나는 숯이 될까. 이들은 세상 속에서 또 한 번 자신의 온 몸을 불태운다. 누군가의 달달한 추억이 되고 사랑이 되며 희망이 된다.

은빛 호수를 품고 산 깊은 곳으로 빨려 들어간다. 보탑사가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보련산 자락에 위치한 보탑사 주변에는 태령산성, 만뢰산성이 있다. 고려초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보물404호인 백비가 보탑사 경내에 있다. 연곡사지 3층석탑도 있다.

보탑사의 와불.
보탑사의 와불.

보탑사는 비구니 스님인 지광, 묘순, 능현 스님이 창건했다. 고려시대 절터로 전해지는 곳이다. 고건축가인 대목장 신영훈 선생의 지휘아래 1991년에 시작해 1996년에 국내 최대 규모의 3층목탑 사찰이 완성되었다. 오로지 목재로만 지었다. 대못 하나 사용하지 않았다. 그 높이만 43m에 달한다. 아름다운 단청과 기와의 품격은 보는 이의 마음을 압도한다. 한국건축의 백미다. 통일의 염원까지 담아 지었다. 1층에는 심주를 중심으로 사방불을, 2층에는 경전을, 3층에는 미륵3존불을 모셨다.

목탑 안으로 들어가 두 손을 모았다. 2층으로,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사바의 세계에서 부처의 마음으로 향하는 길이다. 무거웠던 마음을 부려놓는다. 거칠었던 마음까지 부드러워지니 어떻게 살아야 할지 엄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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