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초등학생이 주민센터에 보낸 편지.

(동양일보 윤규상 기자) 충주의 한 초등학생이 장학금으로 소외이웃을 위한 이불을 구매한 뒤 주민센터에 기부, 미담이 되고 있다.

충주시연수동주민센터에서 사회복지 업무를 담당하는 김혜영(33) 주무관은 지난달 23일 익명의 기부자가 보낸 택배 상자를 받았다. 상자 안에는 이불 20채가 담겨있었다.

김 주무관은 보낸 사람을 확인하기 위해 상자에 적힌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A 씨는 "아들이 지역 어르신들에게 이불을 선물로 드리고 싶다고 해 내가 대신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A 씨는 "신원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며 "아들이 쓴 편지가 조만간 주민센터에 도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주일 뒤인 지난달 30일 A 씨가 말한 것처럼 익명의 편지가 주민센터에 도착했다.

편지를 쓴 B 군은 자신을 5년 전 연수동에 이사 온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라고 소개했다.

B 군은 "얼마 전 장학금을 받았는데 어떻게 쓸까를 고민하다 동네에 어렵게 사시는 어르신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글을 쓴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복지) 담당자님 동네에 사시는 어르신들이 올겨울 따뜻하게 지낼 수 있도록 이불을 전달해 달라"고 밝혔다.

B 군은 이불을 받을 할머니·할아버지에게도 "우리 마을을 든든히 지켜 주셔서 감사합니다"고 인사한 뒤 "아프지 마시고 항상 건강하세요"라고 전했다.

김 주무관은 "편지 내용을 읽다가 복지 담당 팀장님이 감동해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며 "이불은 지역 저소득층 노인들에게 소중히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주 윤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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