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와 하루히사(일본 동경대 명예교수·동아시아실학연구회장)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3회 노년철학 대화 보고

(11.15~11.27 보은군 속리산 숲체험 휴양마을)





●노년기의 등장이 인간세(人間世)의 탄생

초고령화사회에 돌입하고 있는 가운데 그것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늙음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철학 대화가 지난 11월 15일~17일까지 보은 속리산 숲체험 휴양마을에서 개최되었다. 일곱 번 째의 한· 일 학술회의로 노인철학을 주제로 한 3번째의 철학대화이다. 발표자는 한극 측 6명, 일본 측 6명이었다. 첫날은 ‘노년의 자각: 자기인식과 점검’, 이틀째는 ‘노년의 빛과 그림자: 일상의 실상’, 사흘째는 ‘노년의 사회적 인식과 그 재구축’을 주제로 삼았는데, 다음 여섯 개의 내용을 정리해서 보고하고 싶다. 이번에 처음으로 참가한 자로서의 중점적인 정리· 보고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양해를 구하고자 한다.

먼저 이 철학대화의 취지가 주최하는 측의 김태창 주간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설명이 있었다. 노령문제는 일본이 선진국이다. 언제까지나 보호 세대, 간호 대상이 아니라 노인의 가치와 귀중함을 밝힐 필요가 있고, 한국과 일본이 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다. 청년세대, 장년세대, 노년세대가 서로 힘을 합쳐서라고 했다. 이하의 보고는 발표순이 아니라 발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1.노년의 현상과 그 대책

-일본의 경우

오오하시 켄지(大橋健二, 스즈카의료과학대학鈴鹿醫療科學大學 강사, 저널리스트) 씨는 현재 일본에서 간행된 노인 관련 도서를 16권 소개했다. <무연사회>, <노인표류사회>, <노후파단>, <끝난 사람>, <폭주노인>, <절망노인>, <고독사대국>, <훔치기 노인>, <죽지 못한 노인>, <탈출노인> 등. 모두 부정적인 노인의 실상을 주제로 한 것뿐이다. 오오하시씨는 “일본 노인의 가장 큰 문제는 고독이며 갈 곳이 없는 것이다.”라고 단도직입적으로 지적했다. 그리고 그 원인을 서양근대의 수용에 있다고 하면서 서양근대의 특징을 두 가지 지적했다. 하나는 경제사회, 사회의 경제화이고 그것은 “보다 많이, 보다 많이” 만들라는 지향이다. 부채질의 에토스(부채질 문화)이다. 또 하나는 자아의 발견이고 높은 자아의 추구이다. 개인으로 딱딱하게 굳어져 버리고 타자와의 연계가 약해진다. 회사인간이었던 자가 퇴직해서 노인이 되자 고독해지고 갈 곳이 없게 된다. ‘부채질 문화’의 귀결이다. 이 상황에 대한 일본정부의 대응을 보니까 노인에게 일을 시키는 방향이다. 정년 연장과 평생 현역이라는 방향으로. 이것은 “노인이 활약할 장소를 다시 비즈니스의 세계로”라는 것으로 ‘젊은이부터 일자리를 빼앗는 것’으로 오오하시 씨는 강하게 비판하였다. 발상을 바꾸어야 한다. 노동을 마친 노인에게 필요한 것은 노동이 아니라 철학이라고. 눈이 깰 지적이다. 노동이 아니라 철학이라고 한다면 수입은 줄어든다. 가난함을 각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루는 쓰치다 다카시(槌田劭) 씨가 주창하는 ‘공생공빈(共生共貧)’이라는 삶의 방식이 있다. 철학이란 인생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다. 청년시대에는 강한 개체로서, 노년 시대에는 약한 개체로서 말이다. 오오하시씨는 헤겔이 1818년 베를린대학에 취임했을 때의 연설에서 말한 ‘인생의 일요일 ─철학의 일요일’을 소개했다. 다시 사는 시간, 배움의 시간·장소로써 노년기는 철학이 바람직하다. 그렇게 하면 젊은이의 일자리를 빼앗는 일도 없게 된다. 노인이 철학을 향하게 되면 ‘부채질 문화’를 ‘가라앉히기 문화’로 바꿀 수 있다.

-한국의 경우

황진수씨(한성대 명예교수, 대한노인회 이사)에 의하면 한국사회는 급속히 늙어가고 있다. 일본 이상이라고 하였고 노인의 사고(四苦)로 가난, 병약, 고독, 역할 상실을 들었다. 특히 노인의 빈곤율은 OECD국가 중에서도 가장 높다고 한다. 노인연금은 현재 65세부터이지만 20년을 걸쳐서 단계적으로 70세 이상으로 하자는 안이 나와 있다. 2016년 대학가 학생 시위에서 ‘연금 인상 찬성’의 구호가 나왔다고 한다. 황진수 씨는 대한노인회 이사를 다년간 맡고 있는 전문가로서 동양일보 10월 29일에 게재된 노인복지의 5가지 가제(1. 노인의 의식개혁과 사회봉사, 2. 소득보증, 3. 노인 건강을 위한 제도개혁, 4. 노인권익운동, 5. 장수노인전략) 중 2와 3은 돈이 들어갈 문제이지만 그밖에는 노인의 의식운동이나 사회 전체의 노인문제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는 운동으로 중요하다. 1의 사회봉사로는 한국 국민의 사회봉사율은 15%, 그 중 노인은 5%이었다. 이 비율을 높이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미국 시민은 49%) 동아시아 시회는 아주 뒤떨어지고 있다. 황진수 씨는 유명한 고언인 “적선지가(積善之家) 필유여경(必有餘慶)”(선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좋은 일이 일어난다. <주역> 곤괘坤卦)을 인용했는데 아주 좋은 고전의 인용이다. 노인권익운동은 “노인의 빈곤문제, 의료보장 등의 복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운동과 국가와 사회, 자녀세대에 봉사한다는 기본철학을 가지고 노인권익운동이 전개되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국가, 사회, 젊은 세대에 봉사한다는 기본철학”의 내용이 노년의 존재가치와 그 사회공헌이라는 것이리라. 이번 회의에서 논의되고 밝혀진 것(후술)은 바로 그것이었다.

조추용씨(꽃동네대학 교수)는 발표 논문을 도표와 함께 동양일보지(11월 9일호)에 게재했는데 수치(數値)가 매우 구체적이고 흥미롭다. 먼저 노인 여가문화의 중요한 관심사를 다섯 단계로 나누어서 소개한다. 제1단계는 젊은이, 장년과 같은 사회적 관심을 계속 가지고 있다. 제2단계는 인간관계에 관심이 옮김과 동시에 금전감각(수입, 저축) 위주가 된다. 제3단계는 자기 연령이나 신체적 변화(체력저하, 노화)를 알게 된다. 제4단계는 건강· 질명 문제(당뇨병 질환이나 사망, 지병)에 대한 관심. 제5단계는 인생관(인생의 종말, 종교)에 관심이 모아진다. 노인의 인생의 관심사의 변화(다섯 단계)는 노인문제의 모든 것을 포함하고, 조추룡 씨는 이들 단계에 입각하면서 노인문화가 어떻게 구축되어야 될까를 생각해야 한다고 먼저 말하고, 가장 약한 입장의 독거노인문제와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치매 문제에 한정해서 한국의 현재 상황을 제시하였다.

노인 중에서 가장 약한 대상은 노인부부세대와 독거노인세대라고 한다. 한국은 2000년에 고령화률 7.3%로 고령화사회로, 2017년 8월에 14.2%로 고령사회로 돌입했다. 2020년대에 초고령사회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65세 이상의 노인 가족을 유형별로 보면 1인 세대의 비중은 33.4%로 가장 많고, 다음은 노인부부 32.7%, 부부와 자녀 9.8%, 부모 한쪽과 자녀 5.5%의 순서이다.(고령자통계, 2017년) 독거노인의 성별 비율은 여성이 74%, 남성은 26%로 여성의 비율이 높다. 평균수명의 증가에 따라 70대 노인부부로 배우자가 죽고 독거노인이 될 경우가 많다. 전체 노인세대(주인이 65세 이상) 중 독거노인세대의 수는 1990년과 비교하면 2000년에는 급속히 늘어나고, 1990년의 20%부터 2016년 33.14%로 13.4%도 증가하고 있다. 자식(장남)이나 딸(장녀)이 결혼해서 재산분여(財産分與)를 하지 않는 한 독거노인이 될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치매노인이다. ‘치매관리법’ 제2조 제1호에 의하면 그 정의는 다음과 같다. “치매는 퇴행성 뇌질환 혹은 뇌혈관계 질환에 의해 기억력, 지남력, 판단력 및 수행능력 등의 기능이 저하함으로써 일상생활에서 지장이 생기는 후천적, 다발성의 장애를 수방한다.” 2012년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치매 유병률(有病率)은 6.18%로 54만명, 17년마다 두 배로 늘어나고, 202년에는 100만 명, 2041년에는 200만명을 넘을 것이라고 전망되어 있다. 2018년에는 치매노인이 약 75만 명, 경도인지장애노인은 166만명, 모두 합치면 32.7%로 세 명 중 한 명이 이에 해당된다. 치매노인 한 사람의 하루의 간호 시간은 6~9시간, 비용은 연간 2074만 원, 전체로 약 15조원, 2050년에는 약78조원에 이른다고 추정되고 있다. 치매노인에 대한 국가의 정책은 2011년 8월에 치매관리법 공포, 2012년에는 약 78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되고 있다. 치매노인에 대한 국가의 정책은 2011년 8월에 치매관리법이 공포되고 2012년 2월에 시행되었다. 5년마다 치매관리종합계획(1-2차) 발표, 현재 제3차 계획(2016-2020)이 시행중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부터 치매국가책임제를 시행했다. 2019년부터 256개 시(市)·군(郡)·구(區)에 치매안심센터(직원 15-40명을 각각 배치)를 짓고 운영하고자 하고 있다고 한다. 직원은 모두 국가공무원이라고 말해지고 있다. 조추룡 씨의 이상의 발표에 대해 고멘테이터의 오오하시 켄지 씨는 일본에서는 여가는 노인에게 있어서 지옥이지 빛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치매가 된 시어머니와의 동거는 지옥상태가 되고 마침내 시설에 맡기게 되었다. 내가 사는 시골 동네에서도 매달 15만 엔은 걸린다. 한국의 경우고 치매노인을 시설에게 맡길 경우 가족의 부담을 얼마나 되는가라고 질문했다. 자기 부담을 각가지 비용을 합쳐서 100만원 정도가 아닐까라는 조추용씨의 대답이었다. 일본에서는 노인복지시절에서 간호사와 노인을 사이에서 문제가 일어나고 젊은 간호사가 노인들을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시설에서의 노인 간호는 월급에 대해 힘든 직장의 하나가 되고 있기 때문에 젊은이는 노인복지의 일을 싫어한다고 말해진다. 지금 일본의 국회에서 정부가 심의도 제대로 안 한 채 밀어붙이고 있는 입국관리법 개정은 외국인 노동자를 더 많이 받아들이려 하고 있고, 치매노인을 돌보는 데에 외국인을 더 많이 쓰고자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비용도 들고 엄청난 노동문제이기도 하다.



2. 노인에 대한 경비와 인력 부담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건강하고 자립된 삶을 어떻게 만들어내는가)

─츠치다 다카시(槌田劭)씨의 ‘공생공빈’ 법의 실천

일본이 초고령화 사회에 들어가고 한국도 금방 그렇게 된다고 한다면, 돈과 일손이 소요되는 사태가 더더욱 늘어난다. 노인과 젊은이들의 세대간 모순과 싸움은 갈수록 심각해진다. 이것에 대한 대책으로 맨 먼저 요구되는 것은 노인이 되도록 건강하고 경제적으로도 자립해 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체력이 쇠약해지고 노화와 치매를 피할 수 없는 가운데서 말은 쉽지만, 하기는 아주 어려운 일이다. 그 모범적인 삶을 살고 있는 분이 일본에서 참여한, 올해 83세가 되는 쓰치다 다카시씨이다. 쓰치다씨는 교토대학 물리학의 조교수였다. 지금부터 50년 전의 대학분쟁 속에서 당신은 현실을 모른다고 심하게 비판을 받고 과학기술의 진보가 사람들을 정말로 행복하게 만들었는가를 반성하고 대학을 그만두고서, 유기농법을 중심으로 하는 가난하면서도 자립된 생활을 시작하여 오늘날에 이른다. 나는 쓰치다 선생과 만나게 된 것은 오늘이 처음이지만 어렸을 때 병약했다고 하는 쓰치다씨는 조그마한 편이지만 건강 그 자체였다. 쓰치다 선생이 이번에 준비한 개요의 후반 부분을 한국어로 번역돼 동양일보에도 게재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양일보 11월 12일자 지난 9월 23일 일본 교토에서 열린 좌담화가 실려 있고 후반부에서 언급도 되어 있기 때문에 참조해 주시기 바란다. 사진과 함께.

문명의 어려움・그 자각과 자기변혁

1973년부터 1회용 시대를 반성하고 협동조합식의 농업운동을 시작했다.

1974년부터 78년까지 시코쿠전력(四國電力) 이카타(伊方) 원전 중지재판에 원고(原告) 주민 측 증인으로 법정에 섰다가 1978년에 부조리한 판결이 나와서, 과학기술의 범죄성을 확인하고, 이듬해 과학자를 그만두고(교토대 사직) 자기 길을 살아가는 행복의 길에 들어섰다.

미래를 살아갈 가능성 (1) ─무엇보다 먼저 자기 건강에 자각적 책임을 진다

・ 불건강한 체질의 자각(변비/저체온/저혈압/냉증・ 자율신경실조)

・ 건강에의 노력(소식을 자비의 사상으로 실천/ 단식(斷食) 지원/ 체질의 격변/…)

쓰치다 씨는 소식이 자연의 이법과 맞는 것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생의 기본은 자연의 이치를 알면 알수록 좋은 삶을 살 수 있게 되고, 무리하게 살고자 한다면 무리가 따라다니게 됩니다.”(앞과 같음 11월 12일 좌담회에서)

・ ‘심신일여(心身一如)’(마음도 몸도 부드럽게/ 조체법操體法/ 단전丹田호흡법/…)

・ ‘증상 즉 요법’(증상이 일어났을 때의 고통은 병과의 긴장・ 자연치유)

・ 자기 몸은 자기 책임으로/ 의사에게 맡기기・ 대증요법의 무책임

미래를 살아갈 가능성 (2) ─평화로운 삶, ‘공생공빈’에 안심안정을

・ 마음과 몸의 건강・ 급식의 건강(다양성의 존중에 의한 안정 균형을)

・ 하늘에서 주어진 ‘살아갈 힘’에 감사하기(환경에 적응하는 생물 신화의 역사가 안정된 환경에서 살아갈 힘을(보여준다)/ 현존하는 생물은 생존・ 엘리트/ 씩씩한 생명력이 자연에게 주어지고 있다/ 자연을 신뢰하고 자연에게 수순隨順할 것/…)

・ 유기농업은 평화의 사상(안 보이는 지하에 공생의 풍요로움/ 농사의 즐거움을/…)

・ ‘인류멸망’을 두려워하지 말고…(멸망에의 길을 걷는 책임 자각/ 멸망 때 입회하지 못한 무책임/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마음가짐 자체에 지복(至福)이 있다고 믿고…유언반실행(有言半實行)・ 흐지부지함의 행복)

마지막의 ‘인류멸망’ 운운은 과학자로서, 생활자로서의 과학과 기술에 대한 깊은 통찰에 기초한 것이겠지만.

이상의 개요 후반부에서 읽어내고 싶은 것은 ‘공생공빈’의 사상이다. 가난함은 풍요로움이라는 것을 위 지적에서 배우고자 한다.

그럼 여기서 취향을 바꾸고 역사적 인물을 다룬 두 발표를 소개하고자 한다.



3. 노년의 미학─붓다와 송시열(宋時烈)의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에서

이번에 매우 나의 관심을 끈 발표는 죽음에 직면한 붓다의 모습을 다른 것이었다. 원혜영(동국대학교 강사) 씨의 발표이다. 80세가 된 붓다가 열반하기 전에 출가하기 전에 살았던 곳을 찾아다니는 긴 여행을 한 것을 나는 몰랐다. 250km, 2~3개월에 걸친 여행이었다고 한다. 도중에서 병에 걸리고 노화로 인해 다리나 허리 등이 아파지는 가운데, 여행 끝에 고향을 바라보면서 다음과 같이 감탄했다고 한다.

“아난다여!(내가 지금까지 여러 번 바라본) 베사리 두시가 아름답구나! 고요한 탑묘(塔墓)들도 웅장하구나! 여래가 원한다면 일 겁 일 겁(一劫一劫) 이상 여기에 머무를 수 있을 것이다.” 이 회상 장면은 붓다가 생전에 머물렀던 곳을 다시 돌아보고, 자기 생이 끝나가고 있는 것을 느끼고, 좀 더 오래 살기를 바라는 말로 유명하다고 한다.

또 늙음과 죽음은 업보가 아니라 자연의 추이라고도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인간 붓다가 자기 죽음에 직면하면서 마음이 흔들린 것을 ’늙음의 미학‘으로 이름 짓고 마지막으로 다음 두 가지를 지적했다.

“그 흔들림에 의해 겸허함과 미련에 닿고 소중한 것에 대한 최대치가 무엇인가를 직관(直觀)한 것이 아니었을까.” 주어는 붓다이다. 인간 붓다가 80년의 생애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를 직관했다고 원 교수는 이해한 것이다. 대단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늙음을 말하는 방법에 있어서의 차이를 느끼자. 늙음을 말하고 있는 우리의 사고방식이 늙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붓다가 늙음을 말하는 방식이 우리의 그것보다 훨씬 신선하다는 것을 지적하셨다. 이것 또한 대단한 지적이다. 생각해 보자. 붓다의 그것을 늙음의 미학으로 그녀가 이름 지은 까닭이다.

또 하나의 발표는 송시열(宋時烈, 1607~1689)의 노년기를 다룬 김용환(충북대 교수)씨의 발표이다. 송시열은 병자호란에 의한 치욕적인 만주족에의 굴복을 체험하면서 효종을 도와 북벌을 실행하려 한 북벌사상의 중심인물이자, 노론파의 영수로 군림한 정치인이자 유학자이다. 한국사 중에서 성씨에 학자로서 ‘자(子)’자를 붙이는 것이 허락된 유일한 인물이자 <송자대전(宋子大全)>, <조선왕조실록>에서 무려 3000번도 거론될 정도로 사람 입에 이름이 많이 올렸던 거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문난적(斯文亂賊)’이라는 탄핵을 반복하고 사상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으며 오로지 주자학만을 굳게 믿었기 때문에 크게 평가가 갈라지는 인물이다. 김용환 씨는 송시열을 높이 평가하면서 노년철학회의의 취지에 비추어서 송시열이 노년기를 지낸 방식을 다루었다. 대개 노년기는 천리가 인욕에 지기일쑤이지만 송시열은 ‘생명 사랑─올곧은 생각─직(直)의 실천’이라는 3원적 사유로 인욕을 극복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송시열은 의(義)의 사상가로 말해지기만 김용환 씨는 직(直)의 사상가로 본다. 호연지기(浩然之氣)는 올곧음에 의해 키운다고 하는 <맹자>의 사상에 근거하고 있다.

(제자가 물었다) “감히 묻습니다. 어떤 것을 호연지기라고 이릅니까?”

(맹자가 말하기를) “쉽게 말할 수는 없지만, 그 기운이란 지극히 크고 지극히 굳센 것이므로 올곧음(直)으로써 키워서 해치지 아니한다면 바로 천지 사이에 퍼지게 될 것이다.”

송시열은 자주 하야하면서 향리에서 일관되게 곧게 살았다고 한다. 특히 사창(社倉)에 의거하면서 재야로 있을 때에는 중앙에서 내려질 녹봉을 사양했다고 한다. 향리에 있을 때에는 화양동(華陽洞)의 자연을 사랑하고 주자의 무이구곡(武夷九曲)을 본떠 화양구곡(華陽九曲)으로 이름을 지었다. 거대한 바위(반석磐石)가 있고 하늘을 찌르듯 솟아나온 경관에서 송시열은 직의 기운을 키웠다고 한다. 네 명의 임금을 섬긴 그도 장희빈(張禧嬪)이 낳은 아들을 숙종(肅宗)이 세자로 종묘에 보고한 것에 대해 시기상조하다고 반대하는 상소문을 올린 것으로 숙종의 노여움을 사서, 제주도에 유배된 후 사약이 내려지고 83세 나이로 죽음을 맞이했다. 독배를 두 번이나 마지면서도 죽지 않았고 세 번째로 눈을 뜬 채 절명했다고 한다. 신심 단련의 성과라고 말해졌다. 김용환 씨는 송시열을 깊이 존경하고 노년철학의 모범으로서 그 ‘생명 사랑─올곧은 생각─직의 실천’이라는 3원 사유를 높이 평가한 것이지만, 평자로 지명된 나는 크게 당혹했다. 15일 당일에 그것을 알게 되고 아무런 준비도 못했던 것과 크게 평가가 갈라지는 인물이 다루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남을 사문난적으로 규정하면서 독자적인 유교해석을 학자들을 배격한 송시열에 대해 나는 존경심을 갖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나는 코멘테이터로서는 부적격이었다. 주최자 측에 반성을 요구하고 싶다. 하지만 올곧음으로 일관한 송시열의 마지막은 늙음의 미학의 하나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송시열 만년의 삶을 노년기의 삶의 모범으로 본 김용환씨의 의도를 충분히 헤아릴 수 없었던 것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 바이다.



4.노년을 바라보는 세 가지 시점─생물・ 동물학의 입장, 할머니를 모범으로 한 노인의 역할에서

생물・동물학에서 “생물학적으로는 노년기에 의미는 없다. 생식 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놀라운 지적으로부터 시작하신 것은 시세이칸대학(至誠館大學) 학장을 마친 하라다 켄이치(原田憲一)씨다. 하라다씨는 지질학자로 암석에 대해 잘 안다. 이번 대회의 전날에 유성종 선생의 안내로 법주사를 견학했는데 큰 암벽의 석층(石層)이 겹치는 모양을 여러 차례 설명해 주었다. 발표에서는 화이트보드를 쓰면서 동물─식물─미생물의 상생상극 순환도, 천(天; 태양권)─지(地; 암석권)─수(水; 수태水態)의 생물태(生物態)를 둘러싼 농축작용과 확산작용, 환경정화와 자원생성의 모습을 그림으로 설명했다.

생물계에서는 자기 죽음은 다른 생물의 먹이가 되는 것으로 생물순환이 성립된다. 이것이 지구상의 다양성을 보장한다. 지구의 아름다움은 “다양성 속의 조화”이다. 4억 년 전에 식물이 탄생했다. 46억 년 전에 지구가 탄생했고 10억 년 전에 인간이 탄생했다. 그리고 인간의 노년기가 등장하면서 인간성이 탄생했다고 한다. 노년기의 등장에 의해 인간성의 탄생했다는 지적은 몇 번이나 반추(反芻)할 만하다. 노년철학의 근본명제라고 생각한다.

노년기는 생식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노년기는 인간만이 획득한 기억하는 기능에 의해 지혜의 축적과 전달이 이루어진다. 노인의 존재의의가 군거공동체(群居共同體) 속에서 인정되고 노인은 윗자리에 앉히게 된다. 그러나 산업화・ 공업화에 따른 사회의 급속한 변화로 인해 농업만의 지식・ 지혜는 비중이 낮아지고 노인은 윗자리에서 끌어내려지게 되었다. 인간의 노년기의 의의와 가치는 인간의 생애를 총괄하는 철학과 인생을 마음껏 즐기는 예술에 있다. 인간은 예술동물로 태어났다고 한다. 어린이는 점토(粘土)를 받으면 무언가를 만들고자 한다. 막대기를 받으면 물건을 때린다. 그리고 춤을 춘다.

하라다 씨는 총괄한다. “인간은 스스로의 죽음으로 후세에 삶의 모범을 제시하고 동족을 구하고 있다. 생명의 역사상 처음으로 인간은 동족을 위해 죽는 생물이 되었다.”

-할머니를 모범으로 삼고

원광보건대학 교수인 김자옥 씨는 할머니부터 매우 사랑을 받고 자랐다고 한다. 할머니 젖에서 떼기 위해 어머니가 아주 고생했다. 그런데 김자옥 씨는 할머니를 모델로 했다고 여겨지는 네 가지 노년 규정을 제시하셨다. 자세한 내용은 동양일보 11월 9일호 게재의 논문을 보시기 바란다.

① 노년은 경험을 기반으로 한 지혜이다.

② 노년은 한없이 자애로 가득 찬 사랑이다.

③ 노년은 자기 자비이다.

④ 노년은 사회적 활동이다.

④에 대해서는 고독을 회피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지만 연수를 받음으로써 외국의 노인들이 공공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실을 목격하고 신선함을 느꼈다고 한다. 스포츠관람센터에서의 자석의 배치, 승차표 검사, 안전 확보 등이 바로 그것이다.

약간 설명이 필요하다 싶은 것은 ③의 ‘자기 자비’ 규정이다. 그녀는 이렇게 정의한다. “자기 자비는 스스로를 따뜻하게 돌보고 내가 고통 속에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을 말하는데, 쿨함(Cool), 시크(Chic), 시니컬(Cynical)함을 멋으로 여기는 현 세태와 반대로 따뜻함과 배려를 바라는 마음을 스스로에게 적용함으로써 심리적 안녕감에 도움이 되는 자기개념으로 연대감과 공감능력을 높여준다.” 고독감을 해방하고 타자와의 연대감을 높이는 것이 자기 자비의 개념이라고 한다. 자비의 마음을 자기에도 적용하고 모두들 안에 있다고 하는 감정을 말한 것 같다. 이것은 인간에는 누구나 필요한 것이지만, 고독하기 쉬운 노년기에는 특히 필요하다고 한다. 자기애가 아니라 자기를 자애로워하는 마음이다. 세 번째의 노년 규정은 시간을 걸어서 생각하고 맛볼 만한 규정이다. 그녀는 결론짓는다.

“아주 작고 사소한 행복이라도” 그대로 넘기지 말아야 된다. “이러한 가치들이 한데 어우러져야 자기 자신의 노년철학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된다.”

-노인에게 요구되는 것 : 노년의 역할

주오가쿠인대학(中央學園大學)의 미네 마이코(峯眞依子) 씨는 ‘늙음이 전 인류에게 이익이 될 때’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동앙일보 11월 9일자에 전문이 실려 있으므로 살펴주시기 바란다. 여기서는 첫 부분과 말미의 결론 부분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녀는 첫 부분에서 사상가 요시모토 다카아키(吉本隆明)의 말을 인용한다. “인간의 생애에서 중요한 것은 두 가지밖에 없다. 하나는 노인을 경제적으로 안정시키고 적어도 돌봐주는 사람을 고용할 수 있는 정도의 여유를 갖게 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잉태한 여성에게 충분한 휴가와 급료를 주고 충분히 육아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실현되면 역사는 그만”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아서 안 읽었지만 내가 젊었을 때 요시모토 다카아키는 아주 유명하고 젊은이들이 많이 읽었다. 마르크스주의 계열의 사상가・ 평론가였다고 생각되는데 엄청 대단한 말이다. 노인과 임부(아이도 포함)를 경제적으로 안심시킬 수 있다면 역사는 그만이라고 한다. 요시모토 다카아키 씨가 말하는 역사가 그만할 경제는 어떻게 실현되는지를 물어보고 싶지만, 이 보고서 1에서 본 노인문제의 경제적 심각성을 생각할 때, 요시모토 씨의 이 제언은 현실성이 있다. 미네 씨는 첫 부분의 이 제언으로 되돌아가 결론적으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어찌됐든 마지막에는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지금까지 할 수 있었던 일이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움직이지 못한, 일을 하지 못한 경험을 통해 원래 하지 않아도 좋은 일을 고령자가 사회에 제시해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젊은 사람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은 조금뿐이니 그런 쓸데없는 일은 안 해도 돼’라고 그들이 보여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바뀔 것인가. 늙음에는 인간이 사는 의미와 인생의 질을 높여줄 가능성이 있다. 그것은 우리 인류 전체의 이익이다. 또한 늙는 것이 사람들에게 이익을 주는 것은 노인을 경제적으로 안정시키는 것과 연결된다.”

미네씨는 국제무대에서도 활약한 가수로서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게 되고, 요청에 따라 희의장에서도 노래를 피로해 주었다. 이것에 대해서는 후술한다.



5. 노년이야말로 철학할 때─인생 2모작과 그 실천

-인생 2모작

병을 무릅쓰고 참가하신 83세의 강신표 인제대 명예교수는 문화인류학자로서 1966년에 하와이로 건너가 일본계 하와이인 3대의 연구를 바탕으로 하면서 1세의 일은 3세를 통해 2세가 배우는 관계를 보고하였다. 2세는 1세에 대한 반발성이 강하고 그것이 희박한 3세의 1세 이해를 통해 2세가 1세를 배운다고 한다.

강신표 씨는 그 뒤에 미국의 학자 William Sadler의 핫 에이지(Hot Age)론을 소개하였다. Sadler는 Third Age라는 말을 만든 사람이다.

그는 은퇴한 이후 30년의 삶이 새롭게 발견되어가고 있다고 하면서 Hot Age라는 이름을 짓고 그 시기 사람들이 다음 6R의 시간을 구가하면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①육체의 부활(Renewal)

②원기 회복(Revitalization)

③영적 재생(Regeneration)

④자아의 재발견(Rediscovering)

⑤회춘(Rejuvenation)

⑥인생의 방향 수정(Redirection)

Hot Age를 살고 있는 퇴직자들을 조사해서 알게 된 여섯 가지 공통점을 들어본다.

①자기가 바라는 진정한 생이란 무엇인가를 잘 파악하고 있다. 젊었을 때의 돈, 명예, 사회적 지위 등과 달리 그들은 주로 내면적인 만족을 추구하고 있다.

②과거에는 가족, 친구, 자녀, 직장 등을 위해 살아왔지만, 지금은 자기 자신을 위해 살아도 이기적이라는 지탄을 안 받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③그들은 은퇴 후에도 일을 계속하고 있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일이 아니라 과거에 하고 싶었던 일, 여가를 즐기는 일을 하고 있다.

④정신적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 그것을 위해 그들은 호기심, 웃음, 밝음(명랑성), 상상력을 발휘하고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삶을 살고 있다.

⑤가족, 친척 이외에 보다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고 연회를 베푸는 등을 하면서 그것으로 행복해지는 사람이 많다.

⑥그들은 누구나 죽어가는 것과 죽음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언제나 죽음에 대해 준비가 잘 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강신표 씨는 노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라고 강조하면서 다음과 같이 끝맺었다.

“오늘의 현실은 보통사람도 인생 2모작을 해야 할 때이다. 빨리 준비하고 실행해야 할 새로운 시대에 적응해야 된다. 결국 모든 노년은 자기가 준비한 만큼 산다는 것이 현실이다. ‘부지런한 사람이 가장 많은 시간을 갖게 된다.’─서양의 격언”

병을 무릅쓰고 참가하신 강신표 선생에게 감사를 드린다.



-노년철학의 엣센스

이제 노년철학 구축의 때이다. 노년의 플러스도 마이너스도 포함해서, 빛과 그림자도 포함해서 노년철학은 구축될 필요가 있는데, 야마모토 쿄시(山本恭司) 미래공창신문 사장은 ‘초고령 사회에 있어서 노인의 의미와 가치’라는 제목으로 10항목의 개요를 준비하고 발표하였다. 이것은 사전에 한국어로 반역되어 있지 않았을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그 중에서 핵심으로 여겨지는 명제를 소개하고 싶다. 이것은 노년철학의 긍정적인 면의 기본원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생각해야 할 지적이 한 가지 있으므로 그것은 핵심의 소개 뒤에 다루고자 한다.

①노인은 정신적으로는 영혼을 계속 갈고 닦아온 사람에게는 노숙기이고 수확기이고 제2의 탄생의 시기이다.

②노년기에는 사물의 진상이 여실히 보이게 된다. 순화된 영혼은 ‘참’에 가까워진다.

③노인은 그때까지 살아올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고 보은의 증거로 청장년, 젊은이 세대와 장래세대에 대한 책임을 지는 심경에 이른다. 전쟁의 비참함을 체험한 노년세대는 체험을 이야기하고, 배우고, 차세대에게 그것을 전달해야 된다.

④인생을 진지하게 살아온 노인은 도의, 올바름, 도리가 훤히 보인다. 모든 체험과 지식을 체계화시켜 하나의 철학을 구축하는 것은 노년세대만이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노년철학이다.

한 가지만 숙고하고 싶은 것은 다음의 지적이다. “젊었을 때부터 자기 자아를 살피고 반성하며 타자를 생각할 마음을 가져온 사람의 노년기는 자기 확대・ 자기실현의 자아가 아니라 우주력(宇宙力)에 호흡을 맞춘 자기수축・ 타자실현의 자기에로 180도 전환된다. 무조건 남을 공경하는 ‘경(敬)’의 체인자(體認者)가 된다.”

‘자기실현의 자아’부터 ‘타자실현의 자아’에의 대전환, 말은 쉬우나 실현은 용이하지 않다. 해야 되는 과제를 아직 못하고 있는 노년에게 ‘자기실현의 자아’는 버릴 수 없다. 다만 ‘타자실현의 자아’라는 규정은 신선하다. ‘우주력에 호흡을 맞춘 자기수축’이라는 규정도 눈이 끌린다. 나는 지금 일본의 농민철학자 미야자와 겐지(宮澤賢治, 1895~1933)의 세계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그의 <농민예술개론강요(農民藝術槪論綱要)>에는 다음과 같은 지적이 있다.

“자아의 의식은 개인에서 집단사회 우주에로 점차 진화한다.……바르고 강하게 산다는 것은 은하계(銀河系)를 자기 속에 의식하면서 그것에 응해가는 것이다.”

야마모토 씨가 말하는 대전환은 발상으로써 중요할 것이다. 다만 나는 공존할 수밖에 없고, 전환은 마이페이스로 서서히 진행시키고 싶다고 생각한다. 무조건에 남을 공경하는 ‘경(敬)’도 목표이다.



6. 노년철학과 여성

이상 지금 노년철학대화에서 발표된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의 발표에 언급했다. 마지막이지만 시종 코디네이터로서 총괄토론에서 발표한 김태창 선생의 발언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 중에서 김태창씨가 가장 솔직하게 말한 것은 두 여성의 일화와 여성의 영성의 깊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 명은 시오자와 미도리(鹽澤みどり)라는 분. 김태창 주간은 2014년 가을에 나가노현(長野縣) 도가쿠시(戶隱) 옆에 있는 이이즈나고원(飯綱高原)의 생명의 숲 문화재단, 스이린(水輪)을 사흘 통안 방문하고 체류하였다. 거기에는 시오자와 미도리씨 부부와 39세 나이로 몸져누운 딸이 있었다. 39년전 부부에게 중도의 신체장애인의 딸이 태어났다. 부부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나가노현 산중의 이이즈나고원으로 옮겨 살고 들판을 개간하고 집을 짓고 밭을 가는 생활을 시작했다. 살아가야 되기 때문에 산야를 개간하여 지금은 훌륭한 농장이 되어 있다고 한다. 딸은 몸져누운 채 아무 말도 못한다. 그러나 부부는 그 딸이 병상 속에서 사계적마다 자연의 변화에 솔직하게 반응하는 모습에 격려되면서 간신히 살 수 있었다고 한다.

이번 노년철학 대화 뒤에 이 보고의 글을 쓰기 위해 야마모토 쿄시씨가 보내준 ‘생명의 숲 통신’ 2015년 1월 1일호에 의하면 딸(사오리早穗理)에 대해 다음과 같은 주석이 달려 있었다. “출산시의 의료사고로 인해 전두엽 뇌손상이라는 최중도의 뇌장애를 당하게 되고, 39세의 오늘날도 스스로 걷거나 마시거나 말할 수 없고, 거의 몸져누운 생활을 하고 있다. 부부는 시설에 맡기지 않고 24시간체제로 자택 간호하면서, 재단 활동을 하고 있다.” 이 통신에 시오자와 미도리씨가 지은 시가 4편 개제되어 있었으므로 네 번째의 ‘사오리의 노래’에서 ‘봄의 사오리’ 부분만 소개하고자 한다.

“봄 따뜻하고 작은 새 울며/ 눈석임물 수면에 봄빛 비치며/ 잠에서 깬 새잎의 냄새/ 산뜻해/ 뺨 스치는 솔솔바람의 소리/ 민들레꽃 관을 싣고/ 가볍게 봄의 여신과 사오리가 논다/ 동근 얼굴에는/ 기쁨이 넘치고/무 엇을 말하고 있는지/ 가끔 부끄럽게 웃고 끄덕거리네.

봄의 하루/ 오브라트에 싸인/ 부드러운 햇살 속에서

이 사오리의 평안은/ 이 사오리의 미소는/ 운하 속의 소우주

이 사오리의 잠잔 얼굴은 이 사오리의 눈동자 속/ 운하 속의 소우주

이 사오리의 평안은/ 이 사오리의 미소는 운하 속의 소우주”

김태창 주간이 거론한 또 한 명의 여성은 세계적인 정신의학자인 에릭 에릭슨(1902~1994)의 딸이다. 그녀도 저명한 정신의학자이다. 에릭슨은 태어난 첫 아이가 신체 장애아였다. 그런 아이를 키우면서 미국사회에서 산다는 것은 마이너스가 된다고 생각하고 부부는 그 아이를 시설로 보냈다. 사실상 그 아이를 버린 것이다.

나중에 딸도 그 사실을 알고 아버지를 위선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나의 생명을 버려놓고 다른 생명의 행복을 실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이다. 김태창 주간은 시오자와 미도리 씨나 에릭슨의 딸의 아버지 비판을 알고 여성의 영성이 남성의 영성보다 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김태창 주간은 빛이 그림자가 되고 그림자가 빛이 되는 것이 노년철학의 핵심이라고 하면서 그것을 두 분 여성에서 배웠다고 말했다. 남성은 creative, 그러나 여성은 generative이라고.

생명이 차세대를 낳는 귀중함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남성은 여성보다 뒤떨어진다는 것을 그 두 사람을 통해 확실히 배웠다고 하였다. 그리고 자기가 얼마나 무용무책(無用無策)한 인간인가를 통감하게 되었다고 한다. 2000명 이상의 학자・ 연구자와 대화하고 공공철학운동을 20여 년 동안 계속해온 김태창 주간의 이와 같은 자기인식에 당목(瞠目)하지 않을 수 없다.

최종일의 종합토론 자리에서 김태창 주간은 <옹동론(翁童論)>(총 4권, 가마타 토지鎌田東二 저)에서 “인간 중에서 가장 제대로 된 사람은 어린이와 노인이다”라는 지적을 소개하면서, 노인→죽음→어린이→노인 이라는 연쇄에 기초하면서, 노인과 어린이를 함께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제기하셨다. 이 지적도 노년철학을 생각할 중요한 시점이 될 것이다.



7. 두 가지 노래

이틀째 낮에 가수였던 미네 마이코(峯眞依子) 씨가 노래를 두 곡 불렀다. 이탈리아의 노래와 오키나와의 노래다. 아주 아름다운 목소리였다. 이탈리아의 노래는 ‘넬라 판타지아(환상 속에서)’라는 제목으로 김태창 주간에 의하면 대략 다음과 같은 가사이다.(동양일보 2016년 11월 28일자에서)

“나는 환상 속에서 모든 것에 정직하고 평화롭게 사는 세상을 본다. 나는 저 떠 있는 그름처럼 늘 자유로운 영혼을 꿈꾼다. 깊은 곳까지 인간 사랑으로 가득 찬 영혼을…. 나는 환상 속에서 밤조차도 어둡지 않는, 밝은 세상을 본다. 저 하늘에 뜨는 그름과 같이 늘 자유로운 영혼을 꿈꾼다. 깊은 곳까지 인간 사랑으로 가득 찬 영혼을….”

또 하나는 오키나와의 민요이다. ‘The flower of Tensagu’라는 제목이다.

“어버이 말씀을 잘 명심해/…어버이 가르침은 끝이 없다/ 어버이는 북두성과 같다/ 정직한 자는 천대(千代)에 걸쳐 번영하다.…(그 뒤에 어버이의 가르침의 핵심이 이어진다)”

오키나와의 옛 노래는 어버이의 가르침의 소중함을 부른 것으로 결과적으로 이번 노년철학 대화와 어울린 것이었다. 김태창 주간은 지난 번(제2회) 때는 젊은 여성의 그림이었는데, 이번에는 노래가 금상첨화(錦上添花)해 주었다고 칭찬했다. 예술의 요소는 노년철학에서 뗄 수 없는 것이다.



8. 속리산 기슭의 자연─들국화와 감사의 말씀

마지막으로 회의장과 숙사를 둘러싼 들국화와 자연, 대화를 지탱해 주신 분들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다. 먼저 들국화이다. 시종 도와주셨던 최장로이신 유성종 동양포럼운영위원장은 들국화는 꽃은 작지만 향기가 짙다고 말하였다. 이렇게 많은 들국화에 쌓인 것은 나는 처음이었다. 이토 사치요(伊藤左千夫)의 <들국화의 무덤>이라는 소설이 있지만, 일본에서 이와 같이 들국화가 왕성하게 꽃비는 곳이 과연 있을까. 참가자의 한 사람인 김영미 시인이 “국화 향기처럼 노년철학이 널리 퍼지는 것을 기원합니다.” 라고 말했다.

목조의 숙사는 아주 잘 만들어져 있었다. 식당에서의 식사도 속리산 기슭에서 채취된 산채가 위주로 이것도 자연이 가득 차 있었다. 바쁜 가운데 몇 번이나 찾아와 준 정상혁 보은군수는 ‘결초보은(結草報恩)’이라는 이름의 과자를 나눠 주었는데 찾아보니까, 중국 고전의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선공(宣公) 15년의 고사에 유래하는 말이었다. 딸을 순사(殉死)에서 면해 주신 은인이 전쟁터에서 싸우고 있었을 때, 그 아버지가 풀을 맺고 적장이 다리가 걸려 넘어지게 하고 잡히도록 하는 것으로 그 은혜에 보답했다는 고사이다. 결초(結草)란 말 그대로 풀을 맺는다는 의미이다. 또 군수가 대추를 많이 선물해 줬다. 대회 전날에 법주사 입구 매점에서 생대추를 사다 먹었는데, 생대추를 먹은 것도 처음이었다. 작은 사과와 같은 맛이었다. 들국화 이외에 또 하나 대추가 (속리산) 보은군의 상징이 됐다.

한일학술대화이기 때문에 통역진에게 많은 신세를 졌다. 원광대학교의 조성환씨와 야규 마코토씨, 동덕여자대학교 이선영씨에게 깊이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동양포럼 운영위원장으로 최장로인 유성종 선생에게는 거듭 감사말씀을 드리고 싶다. 발표・토론을 모두 참가・방청하시고 숙사와 회의장의 송영까지 모든 일에 배려해 주었다. 이번 회의는 아주 많은 결실이 있었다고 말씀해 주신 것도 반가웠다.



●처음 참가한 자로서의 감상

나는 77세이지만 자기를 노인으로 생각한 적은 없었다. 늙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말해보라는 것이었지만, 나는 그것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사양하고자 했다. 전화로 의뢰자인 야마모토 쿄시 미래공창신문 사장에게 말씀드리자 김태창 선생이 올해 봄 죽음 직전까지 가는 경험을 하였고 그 경험에서 노년철학을 구상하였다고 하였기에, 마지막 작별 인사의 뜻으로 참가해야 된다고 다시 생각하고 발표 원고를 써서 제출했다. 자기를 억지고 노인으로 만들고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을 네 가지고 정리해서 썼다. 지금 죽을 수 없는 사정(세대로서의 과제 의식을 포함해서), 신변정리, 지금에야 알게 된 것, ‘보본반시’의 마음의 네 가지이다. 자세한 내용은 동양일보 10월 29일자에 게재되어 있으므로 살펴보시기 바란다. 당연한 일이 위주가 된 발표이지만 주목할 점이 두세 가지 있었다. 나는 우리 세대의 과제책임으로 지금 일본국헌법 제9조의 전쟁포기 조항을 지키는 과제와 북조선의 무시무시한 강제수용소를 없애는 과제를 들었다. 코멘테이터의 선생에서 인권은 상대적인 개념이니까 북한 쪽의 주장도 있지 않을까라는 반론을 받았다. 그것에 대해 나는 인권이란 생명을 지키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에 절대적인 것이다. 북조선은 인권을 국권으로 보고 있는데 이것은 지극히 그릇된 견해, 말도 안 되는 견해라고 반론했다. 끝난 후 여성 참가자가 인권에 대한 말씀이 아주 인상 깊었다고 하여 나는 기뻤다. 내가 50년 가까이 연구해 온 에도시대(江戶時代) 일본을 대표하는 철학자 미우라 바이엔(三浦梅園)은 하루에 세 번(아침・ 낮・ 저녁) 성묘했다. ‘보본반시’(<예기禮記> 교특생郊特牲편)의 정신으로 미우라 바이엔은 ‘감시사본(感始思本)’으로 바꿔 말했는데 김태창 선생은 “‘본’이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나는 “천지자연, 조국, 신세를 진 사람들, 평화”라고 대답했다. ‘보본반시’(감시사본)은 노년철학의 한 요소로 놓아도 좋다고 말해 주었다. 사흘간의 노년철학 대화에 참가하면서 나는 다양한 것을 배웠다. 불교를 공부하고 있었기 때문에 붓다의 마지막 여행 이야기는 각별히 내 관심을 끌었다. 이틀째에 야마모토씨가 이번 대화의 보고문을 1만6000자(400자 원고지 40장)로 써 달라고 부탁하였다. 나는 한국말도 약간 할 줄 알기 때문에 거절할 수도 없어서 승낙했다. 귀국 후 1주일간, 내 필기메모를 정리하고 동양일보에 게재된 한국 측의 글도 정독해서 이 보고와 같은 구성으로 정리해서 1만6000자를 채울 노력을 했다. 솔직히 말해 힘든 작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노인이 아니라 하지만 노인이라는 자각에 도달했다. 대회 주최자, 참가자 전원에 감사를 드린다. 만나보니까 김태창 선생은 정정하고 건강하였다. 억지로 노인으로 만들어진 나였지만 지금은 상당히 노인으로서의 자각이 일어나고 있다.

마지막으로 “노년기의 등장에 의해 인간성이 탄생했다”는 말로 이 보고를 마치기로 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