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배 제천경찰서 정보보안과장

제천경찰서 정보보안과장 신영배
제천경찰서 정보보안과장 신영배

 

(동양일보) 12월! 눈 덮인 들판과 빈 몸으로 선 겨울나무들을 바라보며 적막한 대지의 휴식을 명상한다.

동면한 산짐승은 무슨 꿈을 꾸며 이 정지의 시간 속에 있을까?

멈춘 것 같은 동토의 시간! 그러나 시인 조병화 선생은, 겨울을 ‘덮은 눈 속에서/겨울은 기쁨과 슬픔을 가려내어/인간이 남긴 기쁨과 슬픔으로/봄을 준비 한다’고 노래했다.

이 계절이 정지되고 빈 것 같지만 묵묵히 준비한다는 것이다. 내 생각과 달리 정지된 것은 아니었다.

사람 사는 사회는 어떨까, 대부분 이맘때면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설계하며 희망을 준비 한다. 각자 살아가는 방식대로 삶의 애환을 안주 삼아 소주 한잔하기도 하는데 이때 직장인들의 관심사는 성과에 따른 보상(승진 등)으로 앞날의 희비쌍곡선 중 어디에 서게 될까를 점치며 긴장하는 것이다.

대다수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페어플레이를 다짐하면서도 혹시나 경쟁자가 움직이지 않는 듯 움직이며 반칙이라는 줄서기에 입을 맞추고 개구리 울음주머니처럼 자신을 부풀리기도 하는 등 부조리를 동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염려하며 불안해한다.

이쯤에서 사기(史記) ‘평원군우경열전’에 실려 있는 한자성어 낭중치주(囊中之錐)를 소개하고자 한다.

직역하면 주머니 속의 송곳이라는 뜻이나, 능력과 재주가 뛰어난 사람은 어떤 상황에 있어도 두각을 나타내기 마련임을 비유하는 말이다.

조(趙)나라 평원군은 평소 후덕하여 많은 선비들이 따랐다. 어느 날 진(秦)나라로부터 공격을 받아 포위된 조나라는 평원군을 보내 초나라에 도움을 청하도록 했다.

평원군은 자신을 따르는 무리 중 용맹하고 학식 있는 사람을 선발하고 있는데 모수(毛遂)라는 사람이 자천하며 나왔다. 모수를 잘 알지 못하던 평원군은 “뛰어난 선비는 주머니 속에 있는 송곳과 같아서 그 끝이 금세 드러나 보이는 법(夫賢士之處世也, 譬若錐之處囊中, 其末立見)”이라며 모수를 거절했다.

그러나 모수는 오늘 당신의 주머니 속에 넣어주면 그 끝이 보일 거라고 하여 천거된 후 큰 활약을 하였다고 한다. 모수는 평원군의 눈에 띄지 않은 인물이었으나 재치 있는 순발력으로 주머니 속에 들어가 자기가 송곳임을 입증한 것이다.

이 이야기를 되짚어 보면 송곳의 자격을 갖춘 인물은 각자가 속한 주머니(조직)속에서 끝을 내밀게 된다는 것으로 참 능력은 스스로 드러나 인정을 받는 다는 이치를 알려주고 있으니 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또한 매력적인 말인가!

바람이 전깃줄을 감으며, 잉잉 우는 무술년 끝자락,

희망의 새해를 앞두고도 기우로 마음고생하고 있을 이 땅의 직장인들 모두 날카로운 송곳으로 평가되기를 기원하며 전인권의 ‘걱정하지 말아요 그대’를 바람에 실어 보낸다.

걱정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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