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송 ESI 교장

 
한희송 ESI 교장
한희송 ESI 교장

 

(동양일보) 유투버(Utube Creator)라는 직업이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1위가 되었다고 해서 세간(世間)이 술렁거린 지 몇 달이 지났다. 많은 어른들이 그런 직업이 있는지 아는 것은 고사하고 그런 단어가 있는지 조차도 제대로 인식하기 전에 이와 관련된 이슈는 이미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져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교육이 정신적 깨달음의 지위를 포기하고 물적(物的) 발전의 하수인이 된지는 이미 오래다. 가난의 굴레를 한 순간에 박차고 나와 ‘한강의 기적’을 보여준 우리의 그동안의 목표는 다분히 물질적이다. 따라서 ‘유투버’라는 신종직업이 물질적 풍요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만 있다면 더 이상 이에 관한 논쟁은 의미가 없을 터이었다.

역사를 통해 직업은 정신적 깨달음의 징표와는 오히려 거리를 두고 그 개념을 형성시켜 왔다. 의사가 되었든 법조인이 되었든 그것은 직업의 이름이다. 기성세대가 이러한 직업을 선호한 것은 그것들이 그 자체로서 물질적 가치를 표방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등학생이 되었든 성인이 되었든 직업자체가 삶의 목표인 사고체계는 유물론적 가치를 근간으로 삼을 수밖에 없게 한다. 이를 기준으로 직업을 선택한다면 이제 의사나 법조인보다 ‘유투버’가 더 유리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의논이 있어야 할 것은 아이들의 꿈이 ‘유투버’라는 사실이 아니라 그들이 자신의 꿈을 ‘유투버’로 설정한 이유여야 한다.

지식의 개념이 철학적 깨달음에 그 중심을 두었던 고대로부터의 관습은 자본주의가 되었든 공산주의가 되었든 이데올로기라는 개념의 등장을 맞이하여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지식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대체되었다. 이제 물질적 소득을 보증하지 못하는 ‘지식’은 오히려 물질적 풍요를 담보하는 ‘기술’보다 낮은 철학적 지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흐름이 탄생시킨 사회제도는 당연히 물질적 가치를 우선시하게 되었다. 교육제도도 같은 논리로 그 변화의 방향을 설정해 왔다. 그 결과 지금의 교육제도는 물질적 풍요를 뒷받침하는 수단으로써 가장 큰 가치를 갖는다.

‘철학의 부재(不在)’라는 표현이 현 세대를 표현하는 단어 중 하나로써 자주 선택되어지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조류(潮流)와 관련이 있다. ‘먹고사는 문제’는 정치경제적 문제이다. 교육은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제도와 직접적으로 관계를 갖는 생각과 사고의 깊이라는 본질적 인프라(infrastructure)의 형성을 의미한다. 생각과 사고의 깊이는 논리와 감성의 조화로부터 나온다. 현대의 물질적 발전은 여기에 기인한다. 그러므로 물질적 발달은 교육의 결과 중 하나이다. 교육의 출발로써의 가치는 도대체 가지지 못한다. 교육이 물질적 풍요에 직접적 존재가치를 설정하면 그 결과로 형성된 지식개념은 그러한 설정이 갖는 비논리에 의해 새로운 세대에게 존재가치에 대한 철학적 접근을 회피하게 만든다.

현재의 교육제도는 그 자체가 물질적이다. 교사와 학생의 인격이 마치 정해진 진도에 의해 키워질 수 있는 객체로 파악하고 그에 대한 평가를 통해 나타난 점수와 그 점수를 낸 학생을 가르친 교사의 능력에 물리적 상관관계를 배려하고 있다. 물리적 평등체계를 학생에 대한 교육의 평등으로 파악하고 각 학생들의 존재가치는 이러한 시스템에 적응한 정도와 연관시킨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물질적으로 설정하는 일은 어른이 줄 수 있는 최악의 선물이다. 따라서 이제라도 존재의 철학적 인식가능성을 아이들에게 주기 위해 물리적 진도설정과 계량적 평가를 그들의 생활에서 거두어야 한다. 그것이 교육의 존재가치와 기능을 본래의 의미로 되돌리는 일이며, 우리의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회복시키는 일이며, 글로벌시대에 스스로에게 가치를 주어 세계시민으로서 기능할 기회를 주는 일이다. 이에 대한 창조적 논쟁이 이제라도 시도되어야 한다. 비인격을 기준으로 인격을 판단하는 것은 물질의 발전에 기여할 수는 있어도 문명의 발전에는 기여할 수 없다. 본질적 측면에서의 성찰로부터 생성된 교육제도를 반드시 만들어서 우리의 미래세대를 해방시켜야 한다. 그들의 세대를 그들의 힘으로 개척할 힘을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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