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고 육성 갈등 불씨는 여전

이시종 지사가 고교 무상급식 합의서 작성을 위해 충북도청을 방문한 김병우 교육감을 맞이하고 있다.
한범덕 청주시장(왼쪽부터), 이시종 지사, 김병우 교육감, 장선배 충북도의장이 고교 무상급식 합의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시종 지사(왼쪽)과 김병우 교육감, 장선배 충복도의장이 고교 무상급식 합의서에 서명하고 있다.

(동양일보 곽근만 기자) 고교 무상급식을 놓고 극한 대립을 보였던 충북도와 충북도교육청이 마침내 극적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미래인재 육성방안, 명문고에 대한 양 기관의 입장차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어 갈등의 씨앗은 남아 있다.

이시종 충북지사와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은 10일 오전 충북도청 지사집무실에서 고교 무상급식에 대한 합의서에 서명했다.

이번 합의의 핵심 내용은 초·중·고·특수학교 무상급식 식품비의 75.7%를 도와 시·군이 내년부터 4년간 부담하고, 양 기관은 미래인재 육성을 위한 공동 노력을 기울이자는 것이다.

이번 합의를 통해 도내 모든 학교의 무상급식이 향후 4년간 자리 잡게 됐다.

양 기관장은 합의서 서명 뒤 합의를 이룬 것에 대해 사의를 표하며 서로를 치켜세웠다.

이 지사는 "고교생들이 급식비 부담 없이 점심을 할 수 있게 된 데는 김병우 교육감의 결단이 컸다"고 말했다,

김 교육감 역시 "자치단체가 고교 무상급식에 대한 도민의 걱정을 덜어주려고 결단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이번 합의는 무상급식비 분담 외에 미래인재 육성을 위한 양 기관의 공동 노력을 명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충북도는 그 동안 도내 고교생들의 유명 대학 진학률을 높이려면 명문고 운영이 시급하다고 주장해왔다.

고교 평준화 이후 꾸준히 하락하고 있는 충북 지역 학생들의 명문대 진학률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반면 도교육청은 정시 모집을 겨냥한 명문고 설립이 명문대 진학률 제고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반대의사를 밝혔다.

시민단체까지 찬반 논란에 가세하면서 양 기관의 갈등이 더욱 심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다행히 양 기관은 이번 합의서에 '도교육청은 자율학교 지정, 명문고 육성을 포함한 다양한 미래형 학교모델을 창출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서로의 주장을 수용한 양 기관은 이번 합의를 통해 체면을 세웠고, 고교생·학부모들은 급식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됐다.

김 교육감은 명문고 육성 관련 질문에 대해 "충북 교육을 대한민국 교육의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며 "제도적으로 가능하든, 그렇지 않든 다양한 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 기관에 여전히 갈등의 소지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배경엔 명문고 육성을 둘러싼 양 기관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데 따른 것이다.

일단 고교 무상급식이라는 발등의 불은 껐지만 명문고 육성이라는 또 다른 불씨가 남아 있는 것이다.

충북도는 향후 자사고 설립을 요구할 수 있지만 도교육청은 자사고가 아닌 자율형 공립고 설립과 과학고·외국어고 육성을 주장할 수 있다.

더욱이 명문고 육성은 ‘행복씨앗 학교’ 추진 등 김 교육감의 교육 철학과는 동떨어진 것으로 쉽사리 받아들이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일부 학부모단체들 역시 이날 성명을 통해 명문고 설립 논의에 대한 유감을 밝혔다.

충북학부모회는 보도 자료를 내 “이번 합의는 차별 없는 교육과 보편적 복지를 염원하는 충북도민과 학부모의 요구에 부응하는 당연한 결과"라면서도 명문고 육성에 대해서는 “그동안 무상급식을 볼모로 충북도가 목표한 것이 결국은 명문고 설립이었다는 점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고교 무상급식이라는 큰 산은 넘어섰지만 명문고 육성에 대한 양 기관의 입장차이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또 다른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곽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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