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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칼럼/ 어차피 줄 것 갖고 호들갑은
동양칼럼/ 어차피 줄 것 갖고 호들갑은
  •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 승인 2018.12.11 1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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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기자) 내년부터 충북의 고등학생들이 무료로 점심을 먹게 됐다. 급식 부담을 덜게 된 학부모와 학생들이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충북도와 충북도교육청은 지난 10일 ‘초·중·고·특수학교 무상급식 경비와 미래인재 육성에 관한 합의서’를 교환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통 큰 결단’이라고 평가한다. 지난 8월부터 급식비 분담을 놓고 평행선을 달려 온 양 기관이 극적 타결을 이룸으로써 구겨진 체면을 세운 것도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그렇다고 정말로 ‘통 큰 결단’일까.

고교 무상급식은 지난 6.13지방선거때 이시종 지사와 김병우 교육감의 대표적 공약중 하나였다. 그들이 표를 얻기 위해 공약으로 제시한 것이고 유권자들로부터 ‘당선’이라는 선택을 받았다. 공약 이행은 당연하다.

무상급식 시행이 고교생 자녀를 둔 학부모나 일반 유권자들에게 한 약속 이행에 불과할 뿐 시혜가 절대 아니라는 거다. 그런 당연한 약속 이행을 놓고 두 사람이 더 주니, 못 주니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당선시켜 준 유권자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합의에 따라 무상급식과 관련한 인건비와 운영비, 시설비는 도 교육청이 전액 부담하고 식품비는 충북도와 11개 시·군이 75.7%를, 나머지는 교육청이 부담한다.

이로써 내년도 무상급식 총 예산은 초·중· 특수확교 1135억원, 고교 462억원을 합쳐 1597억원으로, 이중 1012억원은 도교육청이, 나머지 585억원은 도와 시·군 몫이다.

양 기관의 대립각은 식품비 분담률에서 비롯됐다. 2011년부터 무상급식이 시작된 이후 양 기관은 2~3년이 멀다 하고 분담 갈등을 빚어왔다. 올해 역시 도내 84개 고교 식품비 230억원 중 누가 얼마나 부담하느냐를 놓고 힘겨루기를 했다.

충북도는 분담률 50%를 마지노선으로 내걸었고 도교육청은 75.7%를 부담하라고 요구했다. 장선배 충북도의장까지 나서 중재했지만 간극을 좁히지는 못했다. 급기야 김병우 교육감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충북도와) 관계가 개선되면 교육투자도 늘 줄 알았는데 그 결과는 후환으로 돌아왔다”, “전국에서 가장 인색한 교육투자를 하겠다는 마인드와 만났다”며 이시종 지사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도민이 교육투자를 덜 해도 된다고 하면 도의 요구대로 하겠다며 작심발언을 이어갔다.

내년 예산안에 도교육청은 1597억원, 충북도는 고교를 뺀 초·중·특수학교 무상급식비 411억원(시·군비 포함)을 따로 편성에 도의회에 제출하는 해괴한 일도 벌어졌다. 도의회가 지난 10일까지 합의안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보류하겠다는 최후 통첩까지 하는 상황으로 번졌다.

이런 과정을 지켜 본 도민들은 양 기관이 고교 무상 급식을 시행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직무유기, 직무태만이라는 비난도 쏟아졌다.

심지어 ‘행복교육’을 표방하는 도교육청이나 ‘함께하는 도민’을 슬로건으로 내건 충북도가 아이들의 꿈을 짓밟는데 앞장선다는 성난 목소리도 이어졌다.

학부모들의 성화가 빗발치자 양 기관은 합의 시한 전날인 지난 9일 비밀리에 접촉해 교육청이 요구한대로 충북도가 75.7%를 부담하기로 합의하고 다음날인 10일 오전 9시 지사 집무실에서 합의서에 서명했다.

그러면서 이견을 보여 온 명문고 육성을 위해 공동 노력하자는 것도 포함시켰다. 명문고 육성은 인재양성을 위해 필요하다며 충북도가 줄기차게 요구해 온 사안이다. 자율형 사립고(자사고)를 포함한 명문고가 생긴다면 고교 평준화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충북학생들의 명문대 진학률을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도교육청은 정시모집을 겨냥한 자사고 설립이 명문대 진학률 제고대책이 될 수 없으며 차라리 일반고를 활성화해 수시모집에 대비해야 한다며 반대해 왔다.

결과적으로 이 지사는 인재육성을 위한 명문고 설립 명분을 확보하고 김 교육감은 무상급식 문제를 해결해 서로 장군멍군식의 성과를 거뒀다고 볼 수 있다. 굳이 점수를 매긴다면 식품비 분담률을 요구대로 성사시킨 김 교육감이 우위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자율학교와 명문고의 개념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아 앞으로 또 다른 충돌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제2라운드의 시작일 뿐이다.

선거공약으로 제시해 놓고 아이들의 급식비 지원을 흥정거리로 전락시킨 것은 ‘어차피 줄 것 갖고 정치놀음’ 했다는 비판만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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