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어김없이 연말연시다. 찬바람 씽씽 부는 날씨가 되면 가장 먼저 서러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난방비조차 여의치 못한 우리 주변의 이웃들이다.

구세군에서 자선냄비를 걸고 길거리에서 온정을 기다리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거리에 '사랑의 온도탑'을 세우고 십시일반 정을 나눠보자는 캠페인을 펼치는게 우리의 미덕이다.

그러나 기부의 손길은 예년만 못하다. 지난달 20일 시작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모금액은 10일 현재 463억원에 그쳤다. 작년의 80% 정도란다.

'사랑의 온도탑'이 세워진 이래 목표액에 도달하지 못한 적은 2000년과 2010년 단 두 차례라는데 지금 같은 속도면 올해 목표 4105억원 달성을 장담할 수 없다고 한다.

구세군 자선냄비도 마찬가지다. 자선냄비에 기부하는 손길이 눈에 띄게 줄고 매년 저소득층 지역에 연탄을 후원해온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은 작년의 같은 시기보다 연탄이 40%가량 적다고 걱정하고 있다.

온정의 손길이 줄어든 것은 경기가 안 좋아서 일 것이다. 취직도 안되고 자영업자들 역시 파리만 날리는 상황에서 이웃을 생각할 겨를이 없을 것이다. 마음도 각박해졌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또 다른 이유는 기부단체에 대한 불신 탓도 크다.

결손아동 기부금 127억원을 횡령한 '새희망씨앗 사태', 기부금 12억원을 유용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 사회복지모금공동회 직원들이 성금을 술값, 노래방 비용으로 쓰다가 적발된 사건 등이 순수한 마음으로 기부에 나선 사람들을 등 돌리게 만들었다.

기부단체가 늘어나면서 경쟁이 붙고 일부 단체는 길을 막고 기부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으니 시민들은 불쾌감부터 느낀다.

얼어붙은 기부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기부금의 투명한 운영이 보장돼야 한다. 모금액수와 사용처를 구체적으로 조사해서 기부자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한다.

정치적 이유 때문에 기부의 주요 ‘큰손’인 기업들마저 애꿎은 유탄을 맞아 자발적으로 편하게 기부를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런 부분도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더욱 어려워지는 계절, 추위를 녹이는 따스한 손길이 우리사회 온누리에 퍼져야 할 것이다. 춥고 어두운 곳에서 힘겹게 겨울을 보내고 있는 이웃들을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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