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상승' 구실…성수기 기습 인상에 소비자 '싸늘'

(동양일보 조석준 기자) 치킨과 커피는 물론 과자와 햄버거까지 식품·외식 물가가 고삐 풀린 듯 오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원재료 가격 인상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지만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은 비판적인 시선을 보낸다.

올 하반기 시작된 ‘가격 인상 도미노’는 우유업계가 첫 시작을 알렸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우유는 지난 8월 2013년 이후 5년 만에 흰 우유 1ℓ 제품의 가격을 3.6% 올렸다. 이어 남양우유는 지난 10월 우유 제품 가격을 4.5% 인상했고, 빙그레는 대표 제품 '바나나맛우유' 가격을 내년부터 소비자가 기준 100원을 인상한다.

우유는 커피전문점과 제과제빵에서도 주요 원료로 쓰이기 때문에 우유값 인상은 식품업계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실제로 서울우유로부터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제품을 공급받아 파는 파리바게뜨는 지난달 우유 제품 가격을 10% 올렸다.

과자와 치킨 가격도 올랐다.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BBQ는 지난달 19일 대표 제품 '황금올리브'를 비롯해 '써프라이드'와 '자메이카 통다리 구이'를 각각 1000∼2000원 올렸다. '황금올리브'는 1만6000원에서 1만8000이 됐다. 여기에 2000원 안팎의 ‘배달비’까지 따진다면 소비자는 ‘황금올리브’를 주문하려면 최소 2만원을 내야한다.

치킨 브랜드에 따라 배달비가 많게는 3000원까지 책정돼 있어 올해 소비자가 체감하는 치킨값 인상은 실제 인상 폭을 훨씬 뛰어넘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농심은 대표 제품 '새우깡'을 비롯해 19개 제품의 출고 가격을 지난달 6.3% 인상했다.

출고 가격 기준으로 '새우깡'·'양파링'·'꿀꽈배기'·'자갈치'·'조청유과' 등은 6.1%, '프레첼'은 7.4% 각각 인상했다.

앞서 크라운해태는 지난 5월 13개 제품 가격을 두 차례에 걸쳐 올렸고, 롯데제과는 4월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상했다.

농심은 "제조원가와 판매관리비 등 비용 상승으로 원가 압박이 누적돼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상했다"며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최소 범위에서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커피전문점들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이디야커피는 이달 1일부터 70개 음료 가운데 14개 품목의 가격을 인상했고, 엔제리너스는 아메리카노 스몰 사이즈를 4100원에서 4300원으로 올리는 등 17개 품목을 평균 2.7% 인상했다.

햄버거도 가격을 올렸다. 롯데리아는 올해 8월 소프트콘 가격을 40% 올린 데 이어 13일부터 버거류 11개 제품 가격을 평균 2.2% 인상한다.

업계에서는 인건비 상승과 우윳값 인상 등 원재료 가격 인상을 이유로 들지만 소비자들은 외식 수요가 늘어난 성수기를 맞은 연말을 겨냥해 가격을 기습 인상한 것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한 축산업계 관계자는 “치킨 가격을 올리면 프랜차이즈 본사는 수익이 늘어나겠지만, 양계 농가는 가격 인상 여파로 소비가 줄어들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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