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주 중원대 교수

이상주/ 중원대 교수
이상주/ 중원대 교수

 

(동양일보) 율곡은 용과 같은 기를 발한다. 율곡은 스스로 그 기를 받을 준비를 해놓은 사람에게 기를 내린다. 이심전심, 지성감천이다.

용도 머무를 만한 곳을 마련해 놓으면 그 성의가 가상해서 찾아온다. 이것이 우주변화의 원리요 삼라만상이 생동하는 이치이다. 1969년 미국의 암스트롱일행이 달나라를 갔다 왔다. 이런 시대인 20세기에 용기(龍氣)가 서린 곳을 알고 찾아가서 용의 기를 활용한 사람이 또 있다. 바로 화운(華雲) 민우식(閔禹植 1885~1973)이다. 그는 용의 기를 받으며 유학의 도(道)를 구곡에 새기고 그것을 실천하면서 살고자 했다. 그것이 인생의 기본이요 원칙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민우식의 「서쌍룡구곡시후(書雙龍九曲詩後)」의 다음 내용을 보자. “지명이 있는 것은 『주역』에 상(象)이 있는 것과 같은데 사람이 그 뜻을 취한 것이다. 속리산 동쪽 20리에 세 개의 산이 있는데 두 물줄기가 합쳐진 곳을 ‘쌍룡사우정(雙龍四友亭)’이라 하는데 즉 그 땅이다. 무릇 용은 신령한데 사람 중에 성인(聖人)이 있는 것과 같으며, 쌍(雙)은 대개 둘을 말하니 잠룡(潛龍)과 현룡(見龍)이 있음을 말한다. 또 쌍룡구곡이라 칭했는데 이것은 내가 명명한 것이다.”

위의 글을 통해 제7을 명명한 사연을 보자 “낙경대(樂耕臺)는 안빈낙도를 말한 것이니 곧 건괘 구이(九二)의 현룡재전(見龍在田)의 상(象)으로, 순(舜)임금이 밭을 갈고 고기를 잡던 때가 있었던 까닭이다.” 다음은 제9곡이다. “홍류동(紅流洞)은 세상을 피하는 도원(桃源)을 말하며, 건괘의 상구(上九)로 물러나도 후회가 없다는 뜻이다. 이 3개 곡은 출처행장(出處行藏)에 대해 말한 것이다.” 이렇듯 그는 『주역』 구오의 원리를 적용하여 자신의 학문과 처세의 지표를 구곡의 명칭에 담았다.

그래서 민우식은 경북 문경시 농암면 쌍룡천의 용이 머무는 언덕인 용강(龍崗)위에 자신의 아버지 민영석을 위해 사우정(四友亭)을 건립한 것이다. 노성도(盧性度 1819~1893)도 10대 선조 노수신(盧守愼)의 혼령을 위로하기 위해 1865년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 산막이 상하류에 걸쳐 연하구곡을 정했다. 민우식은 내서천과 쌍룡천 두 계곡에 걸쳐 쌍룡구곡(雙龍九曲)을 정했다. 대개 하나의 계곡 하류부터 상류에 9곡을 정한다. 그런데 민우식은 두 개의 계곡에 나누어 구곡을 정했다. 쌍룡천에 1곡부터 6곡까지, 내서천에 나머지 3개곡을 정했다. 민우식은 산수경관이 좋은 쌍룡천의 용을 숭상하고 그 아버님이 용의 기를 받으시며 편안히 영생환락하시라고 사우정을 건립한 것이다. 아울러 후세 사람들에게 부모님께 효도할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민우식은 용을 보는 안목이 뛰어나 충북 보은 속리산까지 왔다. 그는 지금 충북 보은군 장안면 개안리 서원계곡 입구부터 속리산면 삼가리 일원에 걸쳐 속리구곡을 정했다. 속리구곡 제1곡~9곡까지의 명칭에 기존의 유적과 지명을 포함하여 유학의 도와 관련된 내용을 담았다.

제7곡의 명칭이 흠앙곡(欽仰谷)이다. 『시경』「소아(小雅) 차할(車舝)」의 다음 내용을 활용했다. “고산앙지(高山仰止), 경행행지(景行行止)” 즉 “높은 산을 우러러보며, 큰길을 따라 가도다.” 이는 선현(先賢)을 존숭하다는 뜻을 비유한 표현이다.

제8곡의 명칭은 용진(龍津)이다. 용이 건너다니는 나루이다. 용은 연못에 잠겨있고 싶으면 잠겨있고, 하늘을 날고 싶으면 하늘을 날기도 한다. 여기가 전지전능한 용의 기상을 받을 수 있는 신령한 곳이라고 암시했다.

제9곡의 명칭은 삼가동이다. “제9곡이라 삼가동(三佳洞)에 별다른 봄이 왔는데, 복사꽃 흘러내려오니 이 가운데 진경이 있네. 순수한 도인의 풍골이 옥처럼 따스하니, 완연 여기가 바로 선관이 강림한 황제의 궁전인 것을.” 삼가동은 세 가지가 아름다움이 있는 마을이다. ‘복사꽃 흘러내려오는 곳’ 여기가 무릉도원 즉 신선의 세계다. 민우식은 이곳을 신선의 세계로 간주했다. 전광필(全光弼)은 충북 괴산군 청천면 지촌리 달래강변 수직의 암벽에 ‘거세비동문(去世非洞門)’이라 새겼다. ‘이 세상을 제외하면 동문이 아니다.’ 즉 ‘이 세상이 신선의 세계 별천지’라는 뜻이다. 그는 온고지신하여 창의적 탁견(卓見)을 발휘했다. 괴산은 한국의 중심으로 21세기 대한민국 최고의 청정지역이며 ‘영세불변의 무릉도원’이다. 한국 최고(最高)의 구곡 화양구곡이 있다. 용의 기운은 그 기를 받으려고 준비한 사람에게 내려준다. ‘대한민국신기상발원지’가 괴산에 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