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갑(교육학박사) 마음건강증진센터센터장

(동양일보) “집안에 의사, 검사 한 사람은 꼭 있어야 해” 빽이 있어야 한다는 지난 시절 이야기는 명문고 논란과 맞닿아 있다. 충북 출신 고위공직자가 청와대와 고위직에 없어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걱정이 그 것이다. 충북 출신 국회의원이 쪽지 예산으로 생색을 내는 사이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의 몫을 빼앗아 왔다면 그 것을 뜻 있는 충북 도민은 부끄러워 할 것이다.

최근 충북에는 무상급식, 지역인재유출과 명문고 설치에 대한 논란이 지자체와 교육청의 합의를 통해 해결 되었다. 하지만 명문고에 대한 생각의 차이는 갈등을 내재하고 있어 도민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이 기회를 빌어 모든 충북 도민들께서 인재와 명문학교의 정의를 새롭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충북대 나민주 교수팀은 충북의 미래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전통적 인재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하였다(충북미래인재양성 연구결과 발표, 2019. 12. 11). 미래형 인재상은 “따뜻한 인재(서울)” “혁신인재(전남)”처럼 구체적이어야 한다. 충북형 인재상은 어떤 사람들을 말하는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필자는 충북의 인재는 단재(丹齋) 신채호, 보재(溥齋) 이상설 선생 같은 분이라고 주장한다. 나라가 위태로울 때 일신의 안위와 가정마저 뒤로 하고 온 몸을 불사르던 그 뜨거운 애국심이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일상의 삶의 바탕이 되었다고 믿는다. 그 분들의 얼과 정신을 기리고 본받고자 하는 학교를 설립하자면 두 손 들어 환호하고 기부라도 하고 싶다.

공자께서 논어 헌문 편에 말씀하시기를 “古之學者爲己, 今之學者爲人” 이라 했다. 이는 “옛날 학자들은 자기 자신의 내면적 성취를 위한 학문을 하였는데, 지금 학자들은 남의 눈을 의식한 학문을 한다.”는 뜻이다. 자신의 출세나 일신의 양명을 위해 공부하는 것(爲人之學)을 가르쳐 지역의 인재라고 말한다면 안타깝기 그지 없다. 심리학자 아들러는 사회적 관심(social interest)을 가지고 타자의 삶을 위해 공헌하는 것이 행복의 조건이라고 불렀다.

지역의 인재 유출이 걱정된다면 지금 있는 학교들을 명문고로 만들기 위해 관심과 예산을 투자하여야 한다. 충북의 명문고는 충열의 고장 충북의 자산(資産)인 단재(丹齋) 신채호 선생과 보재(溥齋) 이상설 선생 두 분의 정신을 이어 받는 단재사관학교와 같은 학교이면 좋겠다. 제천의 의병운동사는 얼마나 장엄한가? 세계 역사에 유래 없는 의병운동을 연구하고 세계의 독립운동사를 분석하여 민족 정신을 고양하는 중심이 충북이면 좋겠다. 단재와 보재의 후손들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보훈하며 그 분들이 새로운 명문고의 주요 구성원들이 되어야 할 것이다. 단재장학금과 보재장학금을 넘어 민족지도자장학재단을 만들고 연수원도 만들면 좋겠다. 그러면 충북 도민으로 산다는 것이 자랑스러울 것이다. 3%의 소금이 있어 바닷물을 바다라고 부른다. 경제적 수치 3%를 넘어 민족정기를 이어가는 충열의 뜨거운 영혼과 가슴은 10%, 30%가 되면 어떠랴?

한 가지만 부탁을 드린다면 이런 일들은 기업을 쳐다 볼 일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가 법에 있는 교육투자를 제대로 하고 교육행정기관에서 의지를 가지면 충분하다. 교육부의 특별교부금도 신청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돈의 문제를 넘어 의지와 정신의 문제이다. “좋은 아이디어는 뼈와 같다. 뼈에 살을 붙이지 못하면 실체가 없고 실체가 없으면 쓸모가 없다(존 맥스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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