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충북본부에 ‘추모분향소’ 설치
서부발전 사과문…대책위 “언론플레이”
노동부, 태안화력 등에 특별 감독 착수

이달 11일 새벽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 9·10호기에서 밤샘 작업 중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하청 근로자 김용균(24)씨를 추모하고 사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촛불 추모제가 17일 청주 성안길 롯데시네마 앞에서 열렸다.
17일 청주 성안길 롯데시네마 앞에서 태안화력발전소 밤샘 작업 중 사망한 하청 근로자 김용균씨를 추모하고 사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사진 박장미 기자
17일 청주 성안길 롯데시네마 앞에서 태안화력발전소 밤샘 작업 중 사망한 하청 근로자 김용균씨를 추모하고 사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사진 박장미 기자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밤샘 작업 중 사망한 하청 근로자 김용균(24)씨를 추모하는 행사가 충북에서도 열렸다.

17일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와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 등에 따르면 이날부터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추모행동’이 본격적으로 펼쳐졌다.

시민들이 김씨를 조문할 수 있는 ‘추모분향소’가 지난 13일부터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에 마련돼 운영되고 있다.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열악한 환경 처우를 규탄하는 촛불집회도 이날 오후 6시부터 청주 성안길 롯데시네마 앞에서 열렸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노동현장에서 외주화, 용역, 하청 등 간접고용이 심각해지고 원청의 책임은 없어지고 있다”며 “추모와 애도에서 멈추지 않고 ‘죽음의 외주화’에 맞서기 위해 행사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촛불집회는 18일 오후 6시에도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서부발전 사과문은 언론플레이”

김씨가 숨진 태안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서부발전이 사고 닷새 만에 사과문을 냈지만 태안화력 사망사고 시민대책위는 “진정성 없는 언론플레이”라고 비판했다.

서부발전은 지난 16일 오후 전 임직원 명의의 사과문을 내고 “김씨 유가족과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신속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관계기관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사업장 전 영역을 철저히 개선해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민대책위는 피해자와 논의도 없고, 사과의 주체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사과문이라고 비판했다. 또 “사과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는 비는 것인데 딱 열 문장으로 구성된 사과문에서 자신의 잘못을 한 가지도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업무지시에 대한 거짓진술, 사고시간 조작 의혹 등 각종 의혹에 대해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실 현장안전관리 싵태 등 점검

김씨 사고와 관련, 부실한 현장 안전관리 실태가 속속 드러나면서 고용노동부는 이날부터 2주간 태안화력발전소에 대한 특별 산업안전보건 감독에 들어갔다.

근로감독관과 안전보건공단 전문가 등 22명이 이날 오전부터 투입돼 2인1조 근무 등 안전규정이 제대로 지켜졌는지를 포함해 사업장 전반에 걸친 안전·보건 관리실태 등을 조사한다. 조사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이 확인되면 책임자 뿐 아니라 회사도 형사입건하고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노동부는 또 사고가 발생한 태안화력발전소의 원청업체인 한국서부발전과 작업방식·설비가 유사한 5개 발전사 본사(남동발전·중부발전·서부발전·남부발전·동서발전), 석탄화력발전소 12곳에 대해서도 긴급 안전·보건 실태 점검을 벌이고 있다.

하청업체 1년 계약직 근로자인 김씨는 지난 11일 새벽 3시 20분께 태안군 원북면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 9·10호기 석탄 이송작업 중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작업은 2인1조가 원칙이지만 김씨는 혼자 작업을 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태안 장인철/이도근·박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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