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승희 청주시 정보통신과 주무관

 

(동양일보) 청주시청에는 직원들이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그래서 시청 주변 주차장을 이용하는데 내가 이용하는 주차장에서는 5분 정도 걸어야 사무실에 도착할 수 있다.

걸어오는 도중에 아파트 건설을 위해 타워크레인이 3개나 열심히 움직이고 있는 곳을 지나게 된다. 문득 타워크레인 붕괴사고로 여러 명이 죽거나 다친 사건 보도를 몇 번 본 적이 있어 아파트 건설현장 주변을 지나는 것이 좀 꺼려지게 된다.

다른 쪽으로 좀 돌아가는 길을 찾아보니 이미 입주해 살고 있는 아파트를 가로질러 가는 길이 있어 그쪽으로 다니게 됐다. 그런데 요즘 아파트 낙하물 사고로 사람이 죽거나 다치고 차량이 파손되는 사건이 빈번히 발생한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난다.

무언가 떨어진다면 피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위를 쳐다보면서 지나가게 된다.

사실 이런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은 자동차 교통사고가 일어날 확률보다 매우 낮은 일일 것이다. 어쩌면 하늘이 무너지면 어디로 피해야 할지를 걱정했다는 중국 기(杞)나라 사람의 쓸데없는 근심과도 같은 기우일지도 모른다.

요즘 예전보다 더 자주 소방훈련과 지진 대피훈련을 하는 것 같다.

제천 화재 참사, 경주‧포항 지진 등 큰 사건이 일어나 경각심이 높아진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적극적으로 훈련에 참여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나에게 그런 일이 일어날 확률이 얼마나 되겠어’ 하는 안일한 생각 때문인지는 몰라도 실제처럼 훈련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냥 설렁설렁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어쩌면 기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 화재나 지진 같은 재난이 닥치면 아주 짧은 시간에 생사가 결정되기도 해 미리 대피방법을 몸에 익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미리 대비하지 않고 있다가 자기를 지키고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안전에 관한 일들은 기우가 될 수 있더라도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생각해야 하고 조금 과할 수 있더라도 안전의 기회를 얻는다는 생각으로 투자를 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특히 공공행정을 하고 있는 공무원들이 더 꼼꼼히 준비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면 많은 시민에게 재난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큰 일교차를 보이며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다. 올해는 눈도 많이 올 것 같다고 기상청에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눈이 많이 올지 그렇지 않을지를 예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요즘처럼 급변하는 기후 환경으로 여름철 집중호우가 국지적으로 내린 것을 보면 올겨울 폭설이 내릴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폭설뿐 아니라 한파에 따른 수도관이 동파하는 일도 방지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함께 대비해야 할 것이다.

한파와 폭설의 정도에 따른 적절한 대응이 중요하지만 좀 과도한 제설과 한파 대응으로 불편함이 생길지라도 안전을 위한 투자였다고 너그럽게 생각하는 아량도 가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어쩌면 쓸데없어 보이는 ‘기우’에서 비롯한 준비가 어느 순간 우리를 살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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