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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에 서서 / 조철호가 만난 사람 - 김광홍 충북노인회장
이 길에 서서 / 조철호가 만난 사람 - 김광홍 충북노인회장
  • 동양일보
  • 승인 2018.12.18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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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에 훈장처럼 얻은 별명 ‘충청북도 청년회장’ 걸맞게 활력 넘치는 노인회장
71년 사무관에서 군수-시장-부지사-대학 총장 거쳐 대한노인회 수석 부회장
공직 땐 사생활 접고 ‘최선 다하라’새김질…요즘 공직자 안일한 업무수행 아쉬워


무술년이 저문다. 이제 보름만 지나면 새 해가 뜨고, 우리는 저마다 나이 한 살을 더 얹는다. 나이를 먹으면 어린아이는 젊어지고, 젊은이는 늙어가고 늙은이는 서러워진다 했다. 나이를 먹으면 진정 노인들은 서러워 지는 것일까.

한 해가 가는 마지막 층계에서 언제 보아도 젊은 노인, 그래서 ‘충청북도 청년회장’으로 불리는 김광홍(81) 대한노인회 충북도연합회(이하 충북도노인회)회장을 만났다. 평생을 공직에 바쳤고, 이제는 함께 늙어가는 노인들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노인회장’으로 한 해를 보내고 맞는 감회가 어떠한지 궁금했다.

2018년 12월 14일 저녁이 돼서야 약속장소에 나타난 김 회장은, 이틀간 전북 무주에서 있었던 대한노인회회장단 연말 워크숍에 참석했다가 막 돌아오는 길이라 했다. 전국에서 870명의 노인회 지회와 분회회장들이 모이는 행사에다 수석부회장 직함을 갖고 행사를 이끌었으니 피곤 할만도 했으나 인터뷰 3시간 내내 피곤한 기색이란 없었다. 결코 짧지 않은 생애를 돌아보는 긴 대담을 마무리할 때쯤 그는 혼잣말처럼, 아니 남의 말을 하는 것처럼 한마디 했다.

“돌이켜보니 쉬지 않고 참 열심히 살아 왔구먼-.”



-어느새 세밑입니다. 올 한 해가 어떠셨는지요.

“그 어떤 해보다 힘들고 긴장된 한 해였습니다.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말에 꼭 맞는 한 해였지요. 경험해보지 못한 폭염과 가뭄의 자연재난부터 기복이 심한 정치 경제의 난기류 등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했어요. 소상공인이나 영세자영업자들의 줄도산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고, 대 북한 관련한 정치적인 변화들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이어졌지요.”

-김정은 관련한 사회분위기는 어떤지요.

“남북이 화해하고 통일이 된다면 더 없이 좋은 일이지요. 한반도가 막강한 힘을 갖게 될 것이지요. 그래서 기대를 하게 되는 것이고요. 그런데 과속을 할까봐 국민들이 숨을 죽이고 있는 것이지요. 과속이란 빨리 가서 좋긴 한데 빨리 가는 것만큼 리스크(위험)를 동반하는 것이어서 불안한 것이지요. 그래서 걱정하는 것이고요. 경제적인 것들도 여러 변화들이 급속하게 일어나는데 그 대부분이 평정심을 잃도록 불안스러운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는 게 문제지요. 먹고 사는 문제보다 더 절실한 것이 어디 있습니까. 이 곳 저 곳의 요동치는 현상들이 빨리 수습되기를 간절하게 바랄 뿐이지요.”

- 노인분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기우(杞憂)는 아닐까요?

“그랬으면 오죽 좋겠습니까. 인생을 오래 살아본 사람들은 동물적인 감각과 감성이 있어요. 우리 나이면 이 나라가 겪는 모든 풍상風霜을 몸소 겪은 경험자들입니다. 경험보다 큰 스승이 있던가요? 새 해엔 이런 우울한 분위기를 털고 희망의 한 해가 열리길 진심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공무원 공채시험 합격(1963년)부터 오늘까지 55년간을 한시도 쉬지 않고 사회활동을 해 오셨지요. 71년 사무관 합격하셨을 때 저는 기자생활을 막 시작했고, 그 이후 줄곧 바라다 보이는 거리에 계셨는데 언제나 멋지고 건강하셔서 뵙기에 좋았습니다. 좋은 일이 많으셨나요?

“한 지역에 살면서도 자주 만나지 못하는 것은 서로가 자기들 일에 열심이어서 일 것입니다. 노인회 일이 생각보다 얼굴 보여야하는 행사가 많아요. 그나마 건강이 받쳐주고 주변에서 발 벗고 도와주어서 치러 나가지요.”

-학창시절부터 운동을 줄곧 하셨지요?

“중1땐 탁구선수를 했고 고1 때는 한 해 위였던 김종호(전 충북지사-내무장관-국회의원)선배 등과 충북도 대표를 했지요. 고등학교 땐 축구선수였던 전만진· 서정봉 선배 등과 어울렸지만 선수는 아니었어요. 대학 때도 축구를 했지요. 지금은 골프연습장을 다니고 틈을 내어 산책 겸 걷기운동을 하면서 건강을 관리하고 있지요. 그러나 바쁘게 일상을 사느라 부지런을 떠는 것이 가장 큰 운동일 것입니다.”

-공직에 계실 때 일화들이 많았지요?

“40여년에 이르는 오랜 세월을 공직에 몸담아오면서 늘 ‘최선을 다하라’라며 자신을 채쭉질 해왔지요. 때로는 모함도 받고 오해도 샀지만 모든 것은 시간이 해결 했습니다. 지금까지 내놓을 수 있는 것은 공직을 이용해 단 한 건도 사사로운 이권을 챙긴 게 없다는 것이지요. 청주시 부시장부터 군수 시장 초대 정무부지사에 이르기까지 주요직책을 맡아 도시계획을 세우면서도 땅 한 평을 사본 적이 없어요. 월급만큼 살아왔지요. 허황된 욕심만 없으면 소박하고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세상 아닙니까?”

-전화 에티켓도 특별하셨다지요?

“부속실이나 비서실을 갖고 있을 때도 전화를 걸 때 다른 사람(비서 등)을 통해서 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모든 전화는 직접 걸어서 통화를 하지요. 상사는 물론이고 아랫사람들에게도 직접 걸어서 통화를 하지요. 상대에게 자칫 권위적이거나 위화감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였습니다. 이같은 사실이 공직사회에 알려지면서 조금은 신선한 충격이었던 것 같아요. 요즘도 가끔씩 전화통화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충북도노인회장 월급은 얼마나 되는지요.

“월급은 없어요. 다만 활동비로 월 150만원이 책정되어 있는데 50만원은 노인회에 내 놓고 남는 돈은 거의 경조사비로 나갑니다. 연간 1000만원이 세워져 있는 업무추진비는 중앙에서 손님이 온다거나 타 지역 출장여비 등으로만 쓰여 지고 있을 뿐 한 푼도 손을 대지 않습니다.”

-실례지만, 연금은 얼마나 받으시는지요.

“제대로 받으면 420만 원쯤 될 것인데, 퇴직할 때 20년간 것만 연금으로 들어서 월 260만원을 받습니다. 그동안 아내(이애순. 78)가 옷가게나 식당 등을 해서 가계에 도움을 주고자 했으나 이제는 나이도 들어 쉬고 있습니다. 캐나다에 있던 아들(진영.50. 모 기업 시설담당과장)도 들어와 저희끼리 살고 있어요.”

-충북도립대학의 초대 총장도 하셨지요?

“1997년에 도립 옥천전문대 개교준비단장을 맡아 도립대학을 설립하게 됩니다. 청주대에서 명예행정학 박사를 받은 1998년도에 충북도립대학의 초대 학장(현재는 총장)으로 취임했었지요. 대학의 초석을 놓는 마음으로 열심히 했습니다.”

-공직 초기엔 공무원교육원에 오래 계셨지요?

“충북도공무원교육원 교관직 공채시험에 합격한 해부터 7년간을 교수부 교관(행정법, 행정학)을 했고, 1980년에 교수부장으로 부임하여 2년을 있었습니다. 이 9년간의 강의 활동이 훗날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큰 인적자원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돼 자신의 발전은 물론 충북도정 발전에 기여하는 밑바탕이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청주부시장 때 공단건설 반대 시민저항에 힘드셨지요?

“1982년부터 3년간의 재임기간 때 공업단지 조성을 하려는데 시민들의 극렬한 반대 데모에 난감했었지요. 시청에서 직원들과 밤을 새워가며 이들을 설득하느라 진땀을 뺐지요. 이 때 만들어진 청주산업단지(2~4공단)가 오늘의 청주·청원 통합 청주시를 만드는데 단초를 제공하는 기틀을 마련했지요.”

-도 내무국장을 오래 하셨던 기억이 나는데요.

“3년 반이나 했어요. 한국에서 최장수 내무국장이었습니다. 그래서 모략도 받았습니다. 당시 모 검사장이 저녁을 하자더니 식사자리에서 ‘미안하다’면서 대뜸 사과를 하는 거예요. 내용을 들어보니 대검에서부터 기획수사 지시를 받아 은밀하게 2개월간을 뒷조사를 했는데 아무런 비위를 찾지 못했고, 모략이었음이 밝혀졌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미안했노라고.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제원군수(현 제천시)-식산국장-괴산군수-내무국장-제천시장-충주시장-기획관리실장을 거쳐 초대 정무부지사가 되기까지 한다하는 자리를 두루 거치다보니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오해 시기 모함 투서 등 흠집 내기가 다반사였지요. 그러나 나는 확신이 있었어요. ‘윗사람의 허물을 탓하지 않고, 아랫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는다’는 내 소신과, ‘사욕을 품지 않는다’는 내 자존심을 지키는 한 어떤 모함도 시간이 가면 다 해명될 것이란 믿음은 적중했습니다. 공직자의 윤리관과 철학만 확고하면 두려울 것이 없지요.”

-그동안 모셨던 도지사도 여러분이시지요?

“과장 때부터 모신 지사만으로도 정해식·태종학·오용운·정종택·김종호·임성재·강우혁·노건일·이원종·주병덕·이동호·허태열 등 열 두 분이나 됩니다.”

-그 중 어떤 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까?

“예나 이제나 나는 어떤 직함을 갖고 있는 사람은 그만한 자격을 갖고 있다고 믿습니다. 도지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도백이 될 만한 자질이 인정돼서 임명을 받는 것이라 믿습니다. 겪어보면 다 각기의 장점들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 중 특별한 분들이 있다면…

“오용운 지사님의 결단력과 노건일 지사님의 청렴함, 그리고 모범적인 지사로서는 이원종 지사님일 것입니다.”

-공직에 계시면서 해외여행은 자주 하셨는지요.

“내무국장 할 때까지 한 번도 해외출장을 가보지 못했습니다. 눈치보다 못하고 양보하다 못하고...오로지 업무에만 매달리다 평생을 보냈지요.”

-후배 공직자들을 보면 어떤 느낌이 있는지요.

“아무리 시대가 많이 달라졌다 해도 업무태도가 너무 안일하여 안타깝습니다. 민원인은 시간에 쫓겨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출장 간다며 자리를 비우는가 하면, 같은 민원인데 어느 군에선 되고 어느 군에선 안 되는 사례들도 다반사라지요. 공직사회의 풍속도가 아무리 바뀌었다 해도 공직은 국민의 공복임을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국민을 섬기는 자세를 흩으려서는 안 됩니다. 진정으로 신뢰받는 공직사회가 되기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습니다.”

- 맡고 계신 노인회의 현안문제는 무엇인지요.

“도내엔 12개 지회(각 구,시,군)와 157개 분회(읍,면,동)에 16만여 명의 회원이 등록돼 있어요. 충북의 65세 이상 노인은 27만 명인데 비해 턱없이 적지요. 회원이란 경로당에 등록이 되어야 회원이 된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어서, 웬만한 사회활동을 하는 노인들이나 특히 남성노인들은 비회원인 셈입니다. 특히 청주를 비롯해 충주·제천 등 도시지역엔 회원 수가 상대적으로 적어서 지역 노인회가 활력이 떨어집니다. 매년 ‘노인의 날’인 10월2일을 기해 모임행사를 갖는데 지역에 따라 편차가 심해요. 대개의 경우 경로당을 할머니들이 차지하고 있으니까 할아버지들이 모일 공간이 없는 실정이고요. 그래서 충북이 올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군 지회에 영사기를 구입하여 영화를 상영해보니 반응이 아주 좋아요. 새 해엔 영사기 구입을 확대하고 할아버지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확대해보려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노인들, 특히 65~70세까지의 전기 고령자(후기 고령자는 75세 이후 노인)와 지식층의 노인들이 회원으로 대거 등록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대한노인회의 캐치플레이스가 ‘어른다운 노인’이라지요?

“그렇습니다. 우리도 이 구호처럼 어떻게 하면 어른다운 노인이 될 것인가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노인연금(현재는 25만원, 내년부터는 27만원)받아서 오전 오후 의료쇼핑(병의원에서 물리치료 등을 받으러 다니는)만 다니는 사례를 벗어나 갖고 있는 재능을 이웃이나 청소년들에게 물려주는 등 선진국 노인사회의 기풍을 본떴으면 합니다. 한국사회가 급격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드는데 따른 대안이 시급하게 마련돼야할 것입니다. 현재의 노인세대는 부모공양과 자식돌보기와 형제 챙기기를 동시에 수행해 온 극히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세대들입니다. 이같은 소양을 가진 노인들은 곧 한국사회의 전통적인 유산이자 자산이기도 합니다.”

-노인복지에 우선 아쉬운 점이라면…

“충북도가 시행하고 있는 행복도우미 230명이 경로당을 순회하며 노인들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고 즐겁게 유도하고 있어요. 그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이같은 사업이 더 활성화되려면 당국의 지대한 관심과 예산의 뒷받침이 따라야하지요. 노인들의 건강과 행복이 나라와 시대의 재산이라는 인식의 확산이 필요하지요.”

-한 해를 마무리하시면서, 새 해를 맞이하시면서 ‘이 길에 서서’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하신다면…

“정상적인 사람은 누구나 노인이 됩니다. 어떤 노인이든 그가 가진 경험과 생각과 지혜는 가히 도서관 하나와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노인이 공경 받는 사회야말로 인륜과 평화가 꽃피는 곳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행복해지는 나라가 유토피아입니다. 노인은 어른답고, 어른다우려면 어린이와 젊은이들을 보듬을 줄 알아야 합니다. 이 땅의 모든 노인들이여! 주름을 펴고 밝게 웃는 새 해를 맞이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아듀-2018, 해피 뉴 이어- 2019.”

-고맙습니다. 저도 노인 모든 분들께 ‘해피 뉴 이어’가 되기를···

동양일보 회장 · 시인

김광홍金光弘회장은…

- 1937년 충북 청주시 옥산면 정봉리에서 출생
- 청주 주성초-청주중-청주고-청주대 법학과-동 대학원 졸
- 명예행정학 박사(1998)
- 1963년 충북도공무원교육원 교관직 공채
- 1980~1997년공무원교육원 교수부장-청주시부시장-제원군수-식산국장-괴산군수-내무국장-제천시장-충주시장-기획관리실장-초대정무부지사
- 1998 충북도립대학장
- 2009 사) 보람동산 이사장
- 2010 충북도장애인체육회 부회장
- 2013 대한노인회 충북도연합회장(현)
- 2018 충북도청렴사회민간협의회 공동의장(현)
- 대통령 표창(1982) 녹조근정훈장(1988) 황조근정훈장(1997)

*현주소·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2산단 4로 20.부영@501동9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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