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군의회 내년 행사비 전액 삭감…옥천문화원 "국제적 망신 초래" 강하게 반발

김승룡 옥천문화원장이 19일 옥천군청 기자실에서 정지용 시인 해외문학행사 관련 예산삭감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동양일보 이종억 기자) 옥천이 낳은 향수의 시인 정지용(鄭芝溶·1902∼1950)을 기리기 위해 해마다 중국과 일본에서 열리는 해외문학 행사가 전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19일 옥천문화원에 따르면 옥천군의회는 지난 14일 내년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중국 항저우 지용제 행사비 2500만원과 일본 교토 정지용 문학포럼 행사비 17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이들 해외행사의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데다 행사에 참석하는 방문단 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삭감을 주도한 A의원은 “중국 지용제의 경우 개최지가 연변에서 항저우로 바뀌면서 전통성이 사라지는 등 사업 전반을 점검할 때도 됐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문화원과 지역 문학계는 “중국과 일본의 두 행사가 서서히 자리 잡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군의회가 찬물을 끼얹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8일 군의회를 항의 방문한 데 이어 김재종 옥천군수를 찾아 행사의 맥을 잇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승룡 문화원장은 19일 옥천군 기자실을 찾아 “중국 지용제는 한중 사드 갈등 이후 항저우 사범대학으로 무대를 옮겨 외형을 키우고 있고, 일본 문학포럼도 한글 콘테스트 등을 통해 한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며 “이런 상황을 군의회에 설명했는데,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고 당혹감을 드러냈다.

김 원장은 이어 “군의 예산 지원이 끊기면 충북문화재단이 주는 사업비 900만원도 배정받지 못하게 돼 국제적 신뢰가 무너지는 등 망신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B의원은 “주무부서의 자료제출이나 설명이 부족했던 점도 예산이 삭감되는데 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며 “사업 추진을 위한 타당성 있는 충분한 자료를 근거로 추경예산을 요청하면 다시 부활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김외식 의장은 “의회 안에도 두 행사를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과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의견이 맞선다”며 “그동안의 성과와 향후 계획 등을 꼼꼼히 따져본 뒤 추경을 통해 다시 논의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옥천문화원은 1997년부터 중국에서 지용제를 열고, 그가 대학 시절을 보낸 일본에서 문학포럼을 개최하면서 정지용 문학 세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의 모교인 일본 도시샤 대학에는 2005년 시비도 세웠다. 옥천 이종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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