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균형발전 역행…수도권 과밀‧지방소멸 가속화 우려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 충북시민단체가 경기 용인 일대에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정부 계획에 반발하고 나섰다.

균형발전지방분권충북본부는 19일 "정부의 수도권 입지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구상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충북본부는 이날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구상은 '망국병'인 수도권 과밀 집중 및 국토개발 불균형을 가속해 지방 소멸을 앞당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노무현 정부 때보다 더 강력한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비전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산업통상자원부의 내년도 업무계획에는 경기 용인에 반도체 제조공장 4개와 50여개 협력업체가 동반 입주하는 ‘대‧중‧소 상생형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이 담겨 있다.

이와 관련 SK하이닉스가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업무보고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새해 상반기 중 구체적인 입지를 선정하고 단지 기초공사 등에 1조6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충북본부는 "오히려 정부의 정책방향에 맞춰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를 지방소멸의 위기에 빠진 충북을 비롯해 비수도권에 구축하는 게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공의를 내세워 정부와 대기업에 무조건적인 요구만 관철시키려 드는 것은 기업의 자율적 투자결정 침해와 지역이기주의로 비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청주와 이천(M14) 공장을 운영 중인 SK하이닉스는 이날 이천 M16 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이처럼 지속적인 시설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청주와 이천에는 더 이상 신규 투자할 땅이 없어 새로운 공장 부지를 꾸준히 찾아왔다.

청주부지에서 지난 10월 낸드플래시 전용라인 M15가 완공되면서 추가 공장을 지을만한 곳이 사라졌다. 이천부지는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규제로 추가 부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청주 공장 규모만 축구장 8개 크기인 6만㎡에 달한다. 하이닉스는 향후 M15에 20조원(기존 공장건설 투자+순차 투자)을 쏟아 붓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20조원은 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13조7213억원)을 크게 웃도는 금액이다.

서울대 경제연구소는 2023년까지 M15가 21만8000명의 고용창출 효과와 70조90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 25조8000억원의 부가가치를 유발할 것으로 추산했다.

용인은 이천, 청주 공장과 가까우면서도 수도권 등에서 출퇴근도 수월해 우선 검토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측은 아직 검토 중이며 확정된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수도권은 대규모 부지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앞으로 10년 동안 중장기방안으로 추진한다는 점에서 실제 투자여부가 달라질 수 있고 용인이 최종 후보지에서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장기적인 투자를 위한 선제적인 부지 확보는 언제나 필요한 일”이라며 “구체적인 투자계획이나 지역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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