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상권회복 위해 화재 건물 및 부지 압류 경매 신청, 소유권 확보한 뒤 철거

지난해 충북 제천시에서 일어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가 오는 21일 1년을 맞았다. 사진은 화재 건물 주변 한적한 상가 모습
지난해 충북 제천시에서 일어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가 오는 21일 1년을 맞았다.

(동양일보 장승주 기자) 지난해 충북 제천시에서 일어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가 오는 21일 1년을 맞았다.

당시 화마로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고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족들과 끔찍한 사고를 체험한 시민들은 지금도 각종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제천에서 사다리차 업체를 15년째 운영하고 있는 이양섭(53)씨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한을환(63)씨는 지금도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당시 헬스장에서 운동한 뒤 4층 사우나에 있다가 불이 난 것을 알고 곧바로 9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한씨는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올 여름까지 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만 했다”며 “다친 사람 가운데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거나 목욕탕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전했다.

이날 화재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 다애(당시 18)양을 하늘나라로 보낸 김영조(42) 씨.

김씨는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건 딸이 ‘아빠 불났어. 헬스장에 불이 났어’라고 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앞이 안 보인다’, ‘문도 안 열린다’고 비명을 질렀다”며 당시 악몽을 떠올렸다.

그는 “평생 제천에서 살았지만, 이제는 이곳이 싫어 모든 걸 버리고 다른 곳으로 이사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화재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족, 생존자들의 외상후 스트레스는 심각했다.

제천시 보건소는 참사 이후 지금까지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73명을 대상으로 684차례의 심리 상담을 진행했다. 상담 건수도 1500여건에 이른다.

제천시 보건소 관계자는 “일부 유가족이나 생존자들은 치료 과정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등 화재에 따른 정신적 고통이 심각했다”며 “지금은 호전됐지만 불안감을 호소하는 생존자들에 대한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화재 참사 이후 이 지역 상권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화재 참사 이전 하소동 지역은 제천의 대표적 번화가 중 한 곳이었다. 대형마트 2곳을 비롯해 술집과 노래방, 식당, 유흥업소 등이 성업 중이었다.

하지만 참사 이후 경기는 꽁꽁 얼어붙었고 지금까지 상권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상인들의 이야기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화재가 난지 1년이 돼 가지만 아직도 거리 분위기가 푹 가라앉았다”며 “장사가 안돼 비어있는 점포도 적지 않다"고 걱정했다.

또 경기 회복을 위한 상권 활성화를 위해서는 화재 건물에 대한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대다수 상인들의 말이다.

이에 제천시는 건물을 매입해 철거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화재 참사 수습을 위해 쓴 예산 11억6000만원을 근거로 건물주 이모(53)에 대한 구상권 행사로 건물을 압류하고 경매를 신청했다.

화재 건물 및 부지가 법원 경매에 나오면 응찰해 소유권을 확보한 뒤 철거할 계획이다.

시는 참사 1년을 맞아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고자 오는 21일 희생자 추모비가 있는 하소동 생활체육 공원 내에서 유족 등 150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식을 연다. 제천 장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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