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화마로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부상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참사가 지난 21일 1주기를 맞았다.

이날 오후 제천시 하소동 하소체육공원에서는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추모행사가 열려 또 한 번 많은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류건덕 유가족 대표는 "지난 1년 간 아파도 아플 시간이 없었고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힘든 시간들의 연속 이었다"며 "고인들의 죽음을 돈으로 덮을 수는 없다. 돈으로 모든 진실을 덮으려는 충북도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족들과 끔찍한 사고를 체험한 제천시민들은 정신적 고통에 아직도 시달리고 있다.

제천참사는 재난 대응 시스템의 문제점, 불법 건축과 소방시설 불량 등 안전 취약 요인들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불이 났을 당시 분초를 다투는 긴급 상황이었지만 진입로의 불법 주·정차 차량 탓에 인명구조용 고가사다리차는 500m를 우회해야 했고 비상구는 창고로 쓰여 대피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대형 참사를 겪을 때마다 정부는 구호처럼 반복해서 '안전한 대한민국'을 외치고 있지만 올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서 대한민국은 과연 안전한가에 대해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제천참사로 인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지난 1월 말 경남 밀양에 있는 세종병원 응급실에서 불이 나 39명이 숨지고 150여명이 부상했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데다 방화문이 열려 있어 유독가스가 빠르게 번져나가 이동이 불편한 환자들은 그대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서울 종로의 3층짜리 고시원에서 지난달에 발생한 화재사고는 전형적인 후진국형이다.

스프링클러 등 방화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7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치는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최근 발생한 강릉 펜션 참사는 즐거워야 할 세밑에 온 국민을 우울증에 빠뜨렸다. 고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끝내고 '우정 여행'에 나섰던 고3생들이 가스에 중독돼 3명이 숨지고 7명이 의식을 잃었다.

더 이상 안전이 헛구호에 그쳐서는 안 된다.

형식적인 점검과 땜질식 처방으로는 반복되는 사고를 막을 수 없다. 시설기준과 점검체계, 관리·감독 강화 등 안전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나아가 정치권은 '안전한 대한민국'을 국가적 과제로 삼아 시민과 합심해서 노력을 기울여야 참사 예방을 통해 인명과 재산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제천이나 밀양 참사가 주는 교훈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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