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한 500질 중 300질은 수록자에게 충북문학자랑 헛구호책 곳곳 오탈자에 등단연도 조차 없는 문인경력 수두룩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속보=3000만원의 충북도 보조금으로 지난 11월 발간된 충북문학전집. 막대한 예산이 지원됐음에도 전집 참여 기준을 충북문인협회 회원으로 한정하면서 제호와 달리 ‘회원문집’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은데 이어 이번에는 허술한 편집과 기획이 도마 위에 올랐다.

‘충북문학전집’은 총 3권으로 1권에는 시, 2권에는 시조·동시·동화·수필을 엮었고, 3권에는 소설·희곡·평론·작고문인을 담았다. 책 분량만 2000여 쪽, 참여 작가는 300여명에 달할 정도로 방대한 내용이 실렸지만, 편집 기획부터 교열까지가 허점투성이어서 20년 만의 전집 발간이면서도 문학계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데다 수록 문인들조차 불만의 소리가 높다.

책 곳곳에 오탈자가 많고 사진과 프로필을 함께 게재한다는 편집 방침과 달리 사진이 없거나 아무런 정보도 기재하지 않은채 덩그러니 작품만 실어놓은 경우도 있었다.

한 원로문인은 “20년 만에 다시 충북문학전집이 발간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원고를 보냈고 기대감을 갖고 책을 펼쳤는데 생각보다 오류가 눈에 많이 보였다”며 “전집을 만드느라 몇몇이 고생한 것은 알겠지만, 편집기획의 전문성이 떨어져 타 지역문인들에게 자랑할 수준이 못된다"고 일갈했다.

이번에 발간된 충북문학전집은 총 500질. 하지만 사실상 이 수량으로 충북문학을 알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500부 중 200부 정도는 충북도와 예술단체 등 관계기관에, 나머지 300여부는 전집에 참여한 문인들에게 나눠준 것으로 전해져 결과적으로 한 문학단체가 매년 펴내는 회원작품집 수량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당초 ‘충북 문학과 역사를 재조명하겠다’는 명목으로 만든 전집이지만 결국 충북문인협회 회원 잔치로 끝난 셈이다.

전집이 나온 이후 상당수의 문인들은 “과거 지역 문단을 이끌었거나 지역을 떠나 중앙문단에서 활동하는 원로·중진 문인들이 현재 충북문협회원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대거 제외되어 정작 충북문단의 산 증인들이 외면된 것은 편집기획자들의 함량부족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 “전집이 이름만 대단했지 충북의 대표성이 결여돼 있다”고 비판했다.

전집에 실린 문인들의 등단연수를 분석한 결과 30여명은 등단연도조차 기재돼 있지 않았고, 등단 5년 이하인 신인들이 40명이나 되는데 반해 등단 30년 이상된 원로·중견 문인은 고작 20명도 되지 않아 전집의 중량감이 떨어졌다.

일부 중견문인들은 “선배 원로 문인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충북문학이 존재할 수 있는 것임에도 원로·중견 문인을 배제하고 현 회원중심으로 만들다보니 ‘충북문학전집’이 아니라 ‘문협 회원작품집’이 되고 만 것”이라며 “대의를 저버린 충북문협 집행부는 반성과 함께 사과 등 공개적인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문학전집 발간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자 충북도 관계자는 “충북문학전집 발간이 적절하게 이뤄졌는지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박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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