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태학사(경기도 파주시 문발리 광인사길 223·☏031-955-7580)는 최근 ‘오탁번 소설(전 6권)’을 발간했다. 지금까지 주로 알려졌던 ‘시인 오탁번’이 아닌 소설가로서의 오탁번(76·사진)씨를 조명하고 작가가 걸어온 길을 따라 펼쳐지는 작품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다.

오 소설가는 1960년대 신춘문예에서 시와 소설, 동화 모두 당선작을 내며 ‘3관왕’에 오른 화제의 인물이다. 고려대 재학중이던 196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부문에 당선됐고 196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엔 시가, 졸업 이듬해인 1969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선 소설 부문에 당선됐다.

전집 성격의 이 책은 <오탁번 소설 1 굴뚝과 천장>, <오탁번 소설 2 맘마와 지지>, <오탁번 소설 3 아버지와 치악산>, <오탁번 소설 4 달맞이꽃>, <오탁번 소설 5 혼례>, <오탁번 소설 6 포유도>로 구성돼 있다. 1권부터 4권까지는 발표 순서대로, 중편소설은 5권과 6권에 실었다.

시와 소설 등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주옥같은 작품들을 많이 썼지만 그중에서도 그가 발표한 60여 편의 소설들은 한국전쟁, 피란, 배고픔, 가난, 좌절, 젊음의 분노, 저항 등 한국사의 질곡을 모두 담고 있다.

사회혁명의 모순과 개인의 역사인식을 다룬 ‘굴뚝과 천장’, 유신체재를 풍자한 ‘우화의 집’, 고려사 내시들의 열전에서 취재하여 권력에 대한 인간의 탐욕을 비판한 ‘우화의 땅’, 그리고 죽음을 앞에 둔 인간들의 본능을 다룬 ‘혼례’와 역사소설 ‘미천왕’은 문학이 지닌 역사와 사회에 대한 철저한 탐색을 한다.

‘지우산’, ‘저녁연기’, ‘맘마와지지’, ‘불씨’, 등은 소시민의 애환과 따듯한 인간애를 다룬 작품이며 ‘새와 십자가’, ‘달맞이꽃’, ‘부엉이 울음소리’, ‘하느님의 시야’ 등은 한국전쟁을 겪으며 성장하는 소년의 시선으로 인간의 근원적인 비극과 가족의 운명적인 삶과 죽음을 다루고 있다.

태학사 관계자는 “그동안 오탁번의 시세계에 대한 평가는 다각도로 이루어져서 오늘날 그를 한국의 대표적인 시인으로 자리매김한데 비해 소설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며 “이번 소설집 출간을 계기로 그의 소설에 대한 평가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태학사, 각 1만8000원. 박장미 기자



●오탁번 소설가는…

1943년 충북 제천시 백운면 평동리에서 태어났다. 고려대 영문과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하고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육사 교수부(1971~1974)와 수도여사대(1974~1978)를 거쳐 1978년부터 2008년까지 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하며 현대문학을 강의했다. 1966년 동아일보(동화), 1967년 중앙일보(시), 1969년 대한일보(소설)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현재 고려대 국어교육과 명예교수, 원서문학관장(옛 백운초 애련분교), (사)한국시인협회 평의원이다.

창작집으로 <처형의 땅>(일지사, 1974), <내가 만난 여신>(물결, 1977), <새와 십자가>(고려원, 1978), <절망과 기교>(1981, 예성), <저녁연기>(정음사, 1985), <혼례>(고려원, 1987), <겨울의 꿈은 날 줄 모른다>(문학사상사, 1988) 등이 있다.

시집으로 <아침의 예언>(조광, 1973), <너무 많은 가운데 하나>(청하, 1985), <생각나지 않는 꿈>(미학사, 1991), <겨울강>(세계사, 1994), <1미터의 사랑>(시와시학사, 1999), <벙어리장갑>(문학사상사, 2002), <손님>(황금알, 2006), <우리 동네>(시안, 2009), <시집보내다>(문학수첩, 2014)가 있다.

<현대문학산고>(고려대 출판부, 1976), <한국현대시사의 대위적 구조>,(고려대 민연, 1988) 등 다수의 산문집도 발간했으며 한국문학작가상(1987) 동서문학상(1994) 정지용문학상(1997) 한국시협상(2003) 김삿갓문학상(2010) 은관문화훈장(2010) 고산문학상(2011)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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