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출신들이 이사회 주도… 관피아 장악

[동양일보 조석준 기자] 속보=최근 법인 이사장의 교비횡령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충청대가 이번엔 총장과 이사장 간 불화설에 이어 학교 매각설에 마저 나돌면서 교육계는 물론 지역사회가 크게 우려하고 있다.▶26일자 1면.

지난해 9월 열린 유선규 이사장이 이끄는 충청학원 이사회에서 당연직 이사인 오경나 총장은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의 후임으로 자신의 아들인 켄리 오 존스(Kenley O Jones)를 선임하려 했으나 미국서 생활하고 언어적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에 부딪혔다. 결국 지난 4월 이사회에서 교육계 출신 이사와 감사를 선임하면서 이사장과의 갈등이 고조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년을 앞둔 교수를 해외에 보내주는 산업체연수 대상자 선정문제를 놓고도 두 사람 간 설전을 벌이다 유 이사장이 재떨이를 바닥에 집어던지는 일까지 있었다.

이처럼 대학 본관에서 오 총장과 유 이사장 간 고성과 욕설을 하며 크게 다툰 일이 직원들에게 여러 차례 목격되면서 이러한 불화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일각에선 어떠한 이유로든 법인 이사장이 학교설립자인 고 오범수 선생의 딸이자 현 총장에게 대하는 태도로는 적절하진 않지만 경영능력이 떨어지고 독선적인 오 총장을 견제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로 보고 있다. 특히 유 이사장과 친분이 두터운 교육부 출신 이사들이 모든 결정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불편한 관계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난해 충청학원 이사회(이사 10명, 감사 2명) 12명 중 이사장을 포함해 교육부 출신 6명이 선임된 바 있다. 현재는 11명(이사 9명, 감사 2명) 가운데 5명이 교육부 출신으로 모두 교육부 퇴직공무원 출신의 모임인 문우회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우회는 교육부, 시·도 교육청, 학교 등 교육행정기관에 재직했던 퇴직공무원들이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만든 비영리법인으로 ,1986년 12월 창립해 본부와 전국 15개 시·도에 조직돼 있으며 현재 3700여명의 회원이 있다.

학내에선 고교 졸업 후 수십 년 간 미국생활만 해 오던 오 총장이 지역사회의 정서나 경영능력, 인맥 등이 전무해 학교 운영에 한계를 느끼며 고전을 면치 못하는 반면, 지역사회나 교육계에서 잔뼈가 굵은 유 이사장의 경우 눈치 볼 설립자 후손만 정리되면 학교를 통째로 접수할 수도 있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더욱이 최근 학교 매각설마저 나오면서 학내 구성원들은 패닉상태에 빠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제보자에 따르면 지난달 지역 제조업체 대표와 서울의 한 사업가가 충청대 관계자를 만나 학교매입의사를 밝히고 매매조건을 논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립학교법 28조에 의하면 학교교육에 직접 사용되는 학교법인의 재산은 원칙적으로 매매 및 담보에 제공될 수 없지만 얼마 전 대법원이 사립학교법에 거래 금지 규정이 없고 인수자가 학교 문을 닫으려 하지 않는 이상 불법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사실상 정상적인 거래도 가능해졌다. 사립학교 매매는 보통 금품을 주고 받으며 막강한 권력의 이사장직을 넘기는 운영권 양도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

이미 학교 안팎에선 설립자 후손인 오경나 총장이 미화 500만 달러만 주면 학교 운영권을 넘긴 뒤 미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고, 교육계 출신 인사들로 법인을 장악한 유선규 이사장이 다시 총장을 맡거나 측근을 총장으로 앉힐 것 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사실 충청대 매각설은 5~6년 전 오 총장이 이사장으로 있을 무렵부터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학내에선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미국 시민권자인 오 총장이 학교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느끼자 주변 지인들에게 학교를 매각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학내 구성원들이 불안해 하는 등 논란에 휩싸이자 오 총장이 구성원들의 동의 없인 매각을 하지 않겠다는 발표를 하면서 매각설은 일단락 됐었다.

충청대 한 동문은 “과거 졸업식에 대통령이 참석할 정도로 높은 취업률과 학생 수를 자랑하며 전국 최상위 전문대학으로 손꼽히던 충청대가 ‘오너리스크’로 인해 추락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개탄스럽다”며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하루빨리 경영정상화가 이뤄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조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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