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애 청주시서원구세무과 주무관

안정애 청주시서원구세무과 주무관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가 있다. 바로 ‘SKY 캐슬’이다. 겉으로는 교양과 품위의 옷을 입고 뒤에서는 자녀의 성적과 최고의 대학을 위해 모든 노력을 하는 소위 ‘너무나 잘 사는’ 부자들의 이야기다.

자녀의 성적이 자신의 영광과 자랑이 되는 부모들, 드라마를 본 시청자는 알겠지만 대학병원 잘 나가는 의사가 자녀가 전교 1등 한 것을 회식에서 자랑하고 그 부하 직원들이 ‘브라보’를 외치며 기립박수를 치는 장면은 내가 본 최고의 코미디로 기억에 남는다.

이 드라마엔 딱히 화자가 존재하진 않지만 부모의 시선과 자녀의 시선, 이 두 가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

우선 자녀의 시선이다. 부모들의 기대는 늘 자녀의 능력 이상을 요구한다. 자녀가 1등을 하면 칭찬을 하면서도 계속 1등을 유지하길 기대하고 2등을 할 경우엔 큰 실망감을 나타내면서 격려보다는 1등을 못한 것을 질타한다. 다른 고민은 부모의 부와 권력으로 모두 해결을 해 줄 테니 그 아래서 단 하나의 목표만을 위해서 달려가게 강요하는 것이다.

그 단 하나의 목표는 바로 좋은 대학. 사실은 ‘부모가 원하는’ 좋은 대학이다. 그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정서적인 선과 악은 없다. 단지 경쟁에서 승리했느냐 패배했느냐의 절대적인 문제만이 존재한다. 성적 외의 다른 생활의 목표는 꿈꾸지 않고 부모의 기대를 본인의 목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녀들은 늘 불안하다. 1등을 해도 잠시 우월감을 느낄 뿐 만족은 없다. 과연 이들이 원하는 대학에 입학한다면 그다음은 부모의 목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번엔 부모의 시선이다. 드라마에서 ‘인간은 합리적인 동물이 아니고 합리화하는 동물이다.’는 말이 나온다. 이 대사는 정확히 여기 나오는 부모들의 입장을 대변한다. 부모의 목적은 표면적으로는 자녀의 행복이다. 그러나 자녀가 행복하려면 많은 것을 갖춰야 하고, 다른 모든 것은 부모에게 물려받을 것이니, 너희는 하나만 하면 된다고 본인들의 행동을 합리화한다.

부모들은 자녀의 공부와 성공을 위해선 어떤 일도 한다. 모두 자녀를 위해서다. 엄마가 자신의 출신을 속인 것도 다 자식들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고, 집 한 채 비용인 선생을 섭외한 것도 다 자녀의 성공을 돕기 위해서라고 그려진다. 그렇게 해서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면 갈등은 다 사라질 것이라는 착각의 틀 속에서 그렇게 자녀를 속박한다.

현실을 기반으로 작가가 상상력을 더해 만든 이야기이지만 있을 법한 이야기이다. 아니 혹시 전부 팩트라고 해도 놀라울 것이 없는 이야기다. 드라마의 전개를 위해 최고의 갈등을 넣었겠지만, 현실에서도 이런 비슷한 경우는 다반사다.

자녀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관리한다는 헬리콥터형 부모들, 학업 스트레스에 생을 마감할 생각을 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는 현실 신문·뉴스에서도 볼 수 있다. 풍문으로 들리는 얘기로는 정말 저런 전담 선생님이 있냐면서 연결을 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니 안타까운 현실이다.

나도 부모로서 드라마에 감정이입이 안 될 수 없다. 정말 다행스러운 건, 이 드라마를 보며 부모가 아닌 자녀의 이야기에 내가 공감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드라마가 여러 가지 방향으로 공감을 받는 현실은 안타깝지만, 될 수 있으면 다수가 약자인 자녀의 시선에 공감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성인이 돼 왜 이 직업을 선택했냐고 누군가 물었을 때 드라마처럼 “엄마가 하라고 해서요”라는 답이 나오질 않기를 바란다. 나 또한 반성하며, 내 아이의 목표는 아이 스스로가 찾을 수 있게 격려하고 응원하는 부모가 되겠다고 다짐한다. 정말이지 세상의 모든 부모가 절대 SKY 캐슬을 꿈꾸지 않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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