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영 논설위원 / 유원대 교수

백기영 논설위원 / 유원대 교수
백기영 논설위원 / 유원대 교수

 

(동양일보) 최근 축소도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인구감소에 따른 도시쇠퇴는 선진 여러 나라에서 나타난 공통된 양상이며, 도시의 생애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축소도시란 2년 이상 인구가 아주 많이 감소하며, 구조적 위기로써 경제적 변환을 겪고 있는 인구 1만 이상의 도시지역을 말한다. 인구가 줄어들면서 과거 성장시대에 건설한 주택과 기반시설이 과잉되어 있는 도시이다. 지속적이고 심각한 인구유출로 인해 유휴화되고 방치된 부동산이 증가하고 있는 오래된 산업도시들이 대표적 축소도시로 나타난다.

이러한 축소도시가 많아지고 폐해가 심각해지면서, 이제는 축소도시에 대응하는 도시계획이 주목받고 있다. 인구감소 상황에서 인구성장을 토대로 한 전통적인 성장주의적 도시계획은 새로운 전환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지금까지의 토지이용, 기반시설에 대한 도시계획은 증가하는 도시인구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왔다면, 이제는 인구와 산업이 감소하고 쇠퇴하는 상황에 부합하는 새로운 도시정책이 절실해진 것이다.

도시성장과 쇠퇴를 경험했던 선진 여러 나라에서는 과잉된 도시개발보다는 지역특성에 맞는 적정 규모의 도시재생과 도시계획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덜 개발하고 불필요한 도시공간을 비우는 이른바 ‘스마트 축소’를 지향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스마트 축소는 인구와 건물, 토지 사용을 적게 하고 덜 개발하면서,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초점을 두는 도시계획이다. 도시인구의 유출, 공간의 저이용이 발생되었을 때, 축소된 환경에 대응하여 토지의 집약적 이용, 시설의 연계활용, 빈 공간의 녹지화 등 주민의 수요에 따라 공간의 다시 구축하는 도시계획 방식이다. 스마트 축소를 전제로 한 적정 규모의 지속적인 도시 관리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지속가능한 도시 성장관리 체계를 만들자는 것이기도 하다.

독일의 경우, 1989년 통독 이후 동독지역에서 급격한 인구유출이 나타났으나, 재건을 위한 기반시설이 과잉 공급되면서, 축소하는 도시, 텅 빈 도시에 대한 우려가 시작되었다. 2000년 구 동독지역에서의 아파트 공실 수량이 100만호에 이르렀다. 그 과정에서 임대수입 감소, 매매가격 하락, 대출금 증가, 지역임대업자 파산으로 이어지면서 지역 부동산시장이 붕괴되었고 지방정부 재정이 급격히 악화되었다.

미국 북동부 러스트 벨트 지역의 도시가 심각한 축소도시 현상을 겪고 있다. 이중 영스타운은 1950년대 미국의 대표적인 철강도시였으나, 1970년대에 와서 많은 기업이 도산하면서 도시가 몰락했다. 2005년에 수립한 영스타운 2010 계획에서는 도시축소를 받아들이자는 기조 하에, 주민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녹지화 전략이 반영된 새로운 용도지역을 도입했고, 줄어드는 인구와 경제활동의 수요에 맞추어 주거지역, 공업지역, 상업지역의 계획면적을 축소했다. 방치된 빈 건물을 철거했을 뿐 아니라 불필요한 공공시설 역시 폐지하고 녹지나 텃밭과 같은 생활용도로 활용되었다.

일본의 대표적인 축소도시들은 고밀도의 집약화된 토지이용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자전거 이용 및 보행자 중심의 도로환경 개선 등이 포함된 종합적인 대중교통 중심정책과, 도심 주거환경개선을 위한 도시재생과 교외지역의 신도시 개발 억제, 친환경 에너지의 효율적인 사용을 통한 도시시설의 집중을 모색한다. 도시공원의 확대, 도시녹지 보존, 공공시설물의 녹지화를 통한 녹색 네트워크 구축도 주요한 축소도시 정책이다.

이제는 인구감소를 도시전환의 긍정적인 기회로 활용하자는 주장도 나타나고 있다. 축소도시는 도시성장 관행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며 기회이기도 하다. 개발지상주의에서 벗어나기를 요구한다. 축소시대의 창조적 사고로 전환되어야 한다. 도시간 연계와 역할 분담, 기존 시설의 효율적 이용, 생태복원과 공간의 재조정에 우리의 관심이 모아져야 한다. 우리의 도시정책도 스마트 축소도시를 지향하고 지역의 특성과 가치를 키워가야 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