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문학전집
정지용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의 개방형 수장고
강익중 작가와 9000여 충북 학생들의 꿈이 담긴 '꿈의 집'
2018직지코리아국제페스티벌 폐막
24회 전국무용제에서 대상을 차지한 노진한 무용단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를 둘러보고 있다.
2018직지코리아국제페스티벌에 전시된 강익중 작가의 '그리운 내고향'.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충북문화계 결산

2018년 발칵 뒤흔들린 충북문화예술…곳곳 오점 얼룩



2018년 충북문화예술계는 곳곳에 얼룩진 오점에 성과가 가려진 한 해였다. 각종 국제행사와 ·전국 단위 행사가 풍성하게 열렸고, 모두의 관심 속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가 화려하게 개관했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부의 일탈행위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다사다난 했던 충북 문화계를 결산하며 올 한 해 충북 문화계를 달궜던 핵심 이슈를 꼽아봤다.



●문인협회 회원 작품집 된 ‘충북문학전집’

충북문인협회는 충북도로부터 30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받아 발간한 ‘충북문학전집’이 회원작품집에 불과해 눈총을 샀다.

1983년 첫 ‘충북문학전집’(전 5권), 1996년 두번째 (전 2권)에 이은 세번째 발행인 이 책은 3권으로 구성됐고, 분량만 2000여 쪽, 수록 문인 수는 300여명에 달한다. 1권에는 시, 2권에는 시조·동시·동화·수필을 엮었고, 3권에는 소설·희곡·평론·작고문인(47명) 작품을 담았다.

제호는 ‘충북문학전집’이지만 내용은 현재 문협 회원들만 한정해 실었고, ‘그들만의 문학전집’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미 1983년 전국 처음으로 보조금 한 푼도 받지 않고 발간한 ‘충북문학전집’은 특정단체가 아닌 충북 출신 문인을 총망라, 대표작과 작품노트 등을 실어 명실공히 ‘충북문학전집’다운 면모를 갖췄다. 하지만 이번에 발간된 전집은 충북문인협회라는 ‘특정 단체 회원’만으로 대상을 한정했고, 결국 3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충북문인협회 회원문집을 만든 셈이 됐다.

게다가 30년 이상 된 원로·중견 문인은 고작 20명도 실리지 않아 전집의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받았다.



●청주문인협회의 셀프심사 논란

청주문인협회는 지난 5월 개최한 ‘직지 노랫말 공모전’에서 심사위원 본인이 쓴 수상작으로 뽑는 ‘셀프심사’를 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게다가 신분을 숨기기 위해 자신의 작품을 자녀 이름으로 접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청주문인협회는 ‘직지 노랫말 공모전’에 응모한 61편을 대상으로 대상 1편, 최우수상 1편, 우수상 1편, 장려상 2편을 선정했다. 상금은 대상 200만원, 최우수상 100만원, 우수상 50만원, 장려상 30만원이다.

공모전은 5000만원의 청주시 예산이 지원되는 ‘직지합창대전’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직지를 주제로 한 노래를 만들어 합창제에 참여하는 합창단들에게 지정곡으로 제시할 계획이었다.

공모전은 입상자와 입상작품 공개가 기본이지만 협회는 당선자와 당선 작품도 개인정보를 이유로 비공개 처리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문제가 된 두 작품의 수상을 취소했지만 여론은 계속 악화됐고, 결국 협회는 사과문을 발표하고 재공모를 통해 수상작을 다시 선정했다.

이 일은 지역 문학계에 큰 타격이 됐고, 문화계 안팎에서는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강익중 작가와 9000여명 학생들이 함께 한 ‘꿈의 집’

대한민국이 낳은 세계적 미술가 강익중(58) 작가는 고향 청주에서 9000여명의 학생들과 함께 ‘꿈의 집’을 세워 눈길을 모았다.

충북진로교육원에 세워진 설치미술 작품 ‘꿈의 집’은 3인치(7.6㎝)의 타일 1만4729개를 모자이크 형식으로 벽에 붙여 집 모양으로 만든 것이다. 규모는 가로 5.7m, 세로 11.1m, 높이 7.3m다.

이들 타일에는 강 작가의 ‘한글과 달항아리’ 1021점, ‘내가 아는 것’ 4608점과 충북 도내 초·중·고등학생들이 참여해 만든 그림 9100점 등이 담겨 있다. 학생들의 작품은 자신이 꿈꾸는 세상을 주제로 그린 그림들이다. 그래서 작품이름이 ‘꿈의 집’이 됐다.

강 작가는 “고향 충북의 청소년들이 큰 꿈을 꾸고, 그 꿈을 실현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비디오아트의 거장 백남준 이후 국제무대에서 한국을 빛내는 세계적인 설치미술가로 인정받는다. 2018직지코리아국제페스티벌에서는 실향민들의 애환을 담은 ‘그리운 내고향’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작품은 자신의 달항아리 그림 350점과 실향민들이 그린 그림 6000점으로 만들었다.



●파행 반복한 청주문화재단 혁신으로 재도약 예고

채용비리로 주춤했던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의 경우 혁신과 변화로 재도약을 예고했다.

지난 5월 당시 김호일 사무총장은 신규직원 채용과정에서 친분이 있는 A씨에게 스마트폰 메신저로 외부 출제위원이 제출한 문제와 모범답안을 유출해 해임됐고, 사법기관에도 고발당했다.

채점 과정에서 A씨의 답안이 모범답안과 리드부터 문장 전개 순서, 키워드 등이 일치하는 것을 확인한 한 채점관이 답안유출이 의심된다는 의견을 냈다. 확인절차를 거쳐 청주시와 재단은 김 사무총장을 해임하고 사법기관에 고발했으며 경찰은 7월 초 김 전 사무총장을 입건했다.

이후 청주시와 재단은 혁신기획단을 중심으로 새로운 변화와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집중했고 조직안정화와 전문성 강화, 효율성 제고를 중점에 둔 혁신계획안을 마련했다.

지난 11월 취임한 박상언 신임 사무총장을 필두로 재단은 2019년 3년 연속 경영평가 S등급 달성, 2020년까지 대표이사제로 전환, 청주공예비엔날레 전담조직 신설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성과와 과제 모두 남긴 직지코리아

2018 청주 직지코리아 국제페스티벌은 지난 10월 1일부터 21일까지 관람객 41만여명을 동원하며 폐막했다. 청주직지축제와 유네스코 직지상을 통합해 2016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 국제행사로 치러진 2018청주직지코리아국제페스티벌은 성과만큼이나 개선과제도 남겼다.

올해의 가장 큰 성과는 세계인쇄박물관협회 공식 출범 등 국제행사를 통해 직지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7회 유네스코 직지상 시상식과 직지상2.0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청주시에 건립될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ICDH)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탔고, 모에즈 착축 유네스코 사무총장보는 직접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해 향후 유네스코 포럼으로의 격상에 대한 기대를 심어줬다.

이에 비해 많은 아쉬움도 남겼다. 인물 중심의 주제전시는 직지 본연의 가치를 반영하지 못했다는다. 금속활자주조전시관, 한국공예관, 고인쇄박물관 일원까지 전시공간을 확장했지만 왕복 4차선 도로로 인한 전시공간 이원화에 대비한 동선 연계가 이뤄지지 않았다. 관람객 분산과 관람기회 확대를 위해 선정한 21일의 행사기간은 오히려 주목도를 감소시켰다.

조직위는 당초 목표였던 40만명을 넘어선 41만여명의 관람객이 행사장을 찾은 것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주출입구가 없어 관람객 집계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국내 최초 ‘수장형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개관

담배공장이었던 청주연초제조창이 지역민들의 기대 속에 국립현대미술관으로 변신, 지난 27일 개관했다.

14년간 폐산업시설로 방치됐던 옛 연초제조창을 재건축한 청주관에는 577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됐고, 연면적은 1만9855㎡, 지상 5층 규모다. 수장공간(10개), 보존과학공간(15개), 기획전시실(1개), 교육공간(2개), 조사연구공간인 라키비움과 편의시설 등을 갖춘 복합 문화공간으로 조성됐다.

청주관은 국내 최초 수장형 미술관으로 통상 미술관 출입제한 구역이었던 수장고와 보존과학실 등을 일반인에게 개방하는 점이 특징이다. 관람객은 개방형 수장고에 입장해 작품을 감상할 수 있고, ‘보이는 수장고’에서는 창을 통해 볼 수 있다.

백남준, 이중섭, 니키 드 생팔, 서도호 등 손꼽히는 작가 작품이 포함된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1300여점과 미술은행 소장품 600여점을 현재 청주관으로 옮겼다. 2020년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2700점과 미술은행 소장품 500점까지 추가로 들어오면 총 5100여점이 배치된다. 청주관의 총 수장능력은 1만1000여점 정도다.

기존 전시가 큐레이터의 관점에 따라 선별된 미술작품만 보여줬다면 보이는 수장고는 관객과 미술작품의 직접적인 만남이 가능해 세계적으로 시도되고 있는 추세다.

국내 유일의 미술품종합병원으로서 기능 수행을 위해 기존 장비 이전 외에도 38억여원을 더 들여 신규 장비도 마련했다.

미술관은 지역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와 지역 미술관, 작가 레지던시 등과도 다양한 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할 계획이다.



●21년 만에 충북 개최… ‘전국무용제’

27회 전국무용제는 ‘맑은 바람, 고은 춤 충북·청주’를 주제로 지난 8월 30일부터 9월 8일까지 청주예술의전당 일원에서 열렸다. 1997년 청주에서 개최된 이후 21년 만이다.

이번 대회에는 치열한 지역 예선을 통과한 16개 시·도 대표 무용단이 (1일2팀) 무대에 올라 2000만원의 상금 두고 경연을 펼쳤다.

대상은 대구 대표 노진환 댄스프로젝트의 ‘모던타임즈’가 차지했고 금상은 충북 대표 박정미 무용단의 ‘직지, 그 불멸의 꽃’이 받았다.

전북의 CDP, 인천 나누리 무용단, 전남 이란희 무용단, 광주뿌리한국무용단이 은상을, 경북 김지은 무용단과 경기도 강윤선 무용단, 울산 박선영 무용단은 동상을 수상했다.

솔로&듀엣전이 최초로 마련됐고, 충북 지역 곳곳에는 ‘찾아가는 공연’이 펼쳐졌다. 또 7개국 해외 무용단이 특별 초청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충북도지정예술단 ‘부실운영’…예산 전액 삭감

충북도지정예술단인 노현식무용단의 보조금 사업을 운영하면서 관람객수와 공연비 등을 부풀렸다는 지적이 행정사무감사에서 나왔다.

자유한국당 이옥규 충북도의원(행정문화위원회)는 지난 11월 20일 열린 행정감사에서 관람객 숫자 부풀리기, 공연날짜와 실제 장소가 맞지 않는 등 사업 부실운영을 지적했다.

또 이 의원은 경남창원시립무용단의 상임안무자 겸 예술감독인 노현식 대표가 해당 지역이 아닌 타지역 보조금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논란은 내년도 충북도지정예술단 예산인 4억5000만원 전액 삭감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콘텐츠산업 전초기지 구축

충북콘텐츠산업의 전초기지 역할을 할 기반 시설도 마련됐다.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은 지난 9월 충북콘텐츠코리아랩에 11월 충북글로벌게임센터를 개소했다.

총 면적 2025㎡ 규모로 청주문화재단 1층에 조성, 국비와 도비, 시비를 포함해 5년 간 115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충북콘텐츠코리아랩은 문화콘텐츠를 기반으로 창작인력을 양성하고 전문가들과 협력해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게 지원하는 사업이다.

입주 공간 10실을 비롯해 세미나룸, 프로젝트 룸, 음향편집 스튜디오, 촬영 스튜디오, 메이커스 스튜디오 등을 갖추고 있으며 이 모든 공간을 비롯해 3D프린터, 3D스캐너 등의 모든 장비 사용이 무료다. 덕분에 이제 막 문화콘텐츠 사업에 뛰어든 젊은 창작자와 스타트업의 뜨거운 지지와 호응을 얻으며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개소 100일만에 3500명이 이곳을 찾았다.

청주문화재단 2층에 조성된 충북글로벌게임센터도 전국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으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분야별 게임 기업들을 집적해 세계시장을 겨냥한 신규게임 개발 및 우수 게임기업 육성을 목표로 조성 됐으며 이미 인도시장 공략에 성공한 입주기업도 등장했다.



●정지용 해외 문학 행사 중단 위기

옥천군의회가 정지용(鄭芝溶·1902∼1950) 시인을 기리는 해외 지용제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행사 중단 위기에 몰렸다.

옥천문화원은 1997년부터 중국에서 지용제를 열고, 그가 대학 시절을 보낸 일본에서 문학포럼을 개최하면서 정지용 문학 세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군의회는 내년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중국 항저우 지용제 행사비 2500만원과 일본 교토 정지용 문학포럼 행사비 17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이들 해외행사의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데다 행사에 참석하는 방문단 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삭감을 주도한 A의원은 “중국 지용제의 경우 개최지가 연변에서 항저우로 바뀌면서 전통성이 사라지는 등 사업 전반을 점검할 때도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문화원과 지역 문학계는 “중국과 일본의 두 행사가 서서히 자리 잡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군의회가 찬물을 끼얹었다”고 반발하고 있다.

문화계 반발이 거세지자 군의회는 내년도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행사비를 되살릴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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