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 전 새마을금고 이사장 정모씨 "돈없어 못갚는다"

(동양일보 이종억 기자) 보은 속리산에 터를 잡고 살아온 충북 유일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92·사진) 할머니가 18년 전 이웃으로부터 수천만원의 사기피해를 당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뒤늦게 알려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28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 사기피해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사연이 올라왔다. 이 글은 30일 오후 5시 현재 4000건이 넘는 청원동의를 받고 있다.

보은 속리산에서 생활하다 지난 10월부터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에 머물고 있는 이옥선 할머니는 2001년 4월께 속리산 새마을금고 이사장을 지낸 이웃 정모씨에게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4000만원을 빌려줬지만 정씨가 18년째 이 돈을 갚지 않고 있다고 최근 나눔의 집에 털어놨다.

나눔의 집에 따르면 이 할머니는 당시 “돈을 맡기면 이자도 주고 돈도 불려주겠다”는 정씨 측의 말만 믿고 차용증을 받은 뒤 어렵게 모은 이 돈을 정씨에게 건넸다.

약속한 시간이 지난 후 이 할머니는 돈을 돌려받으려고 정씨가 운영하는 식당에 찾아갔지만 “다음에 주겠다”는 말 뿐이고 잘 만날 수도 없었다.

도움을 요청할만한 가족도 없었던 이 할머니는 혼자 속앓이를 하다 지난 추석 때 나눔의 집에 들러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나눔의 집은 보은 속리산의 정씨에게 수차례 연락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아 소송 등 법적 절차에 들어갔다. 그러나 18년의 세월이 흘러 채권시효 10년이 만료된 상황이다.

나눔의 집은 채무자 정씨가 돈을 빌려간 후 단 한 차례도 돈을 변제한 적이 없는데다 이 할머니와의 만남을 지속적으로 피하는 것으로 보아 처음부터 갚을 생각이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정씨는 “미안하지만 현재 돈이 없어 어쩔 수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눔의 집은 국민청원을 통해 도움을 요청하고 40대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정씨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힘든 생활 속에서도 보은군민장학회에 2000만원을 기부하는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 힘써 온 이 할머니는 정 씨로부터 돈을 받으면 어려운 학생들에게 기부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 할머니는 1942년 16살에 중국 만주에 있는 ‘일본군 위안소’로 끌려가 피해를 당했고, 해방 직후 보은 속리산 자락에 정착해 관광객을 상대로 물건을 팔아 생계를 유지해왔다. 보은 이종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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