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주 청주시차량등록사업소 주무관

이진주 청주시차량등록사업소 주무관

(동양일보) “네가 수갑도 채우고 그러는 거니?”

차량등록사업소 특별사법경찰팀(특사경)으로 발령을 받고 첫 출근을 하던 날 걱정스러운 얼굴로 어머니가 하시던 말씀이다. “무슨 수갑까지 있겠어?”하고 말았지만 수갑을 채운 피의자를 옆에 태우고 경찰서로 함께 가는 일을 겪기도 했다.

특별사법경찰은 행정업무에서는 다소 생소한 업무다. 차량, 식품위생, 환경, 산림 등 분야가 다양한데, 이곳 차량등록사업소에서는 의무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도로를 운행하는 차량에 관한 ‘사건’(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위반)을 전담하고 있다.

피의자가 특정이 되면 출석요구를 하여 피의자 신문조사를 하는데, 처음 업무를 담당했을 때 가장 떨리고 어려운 일이었다. 막상 피의자와의 약속시간이 되면 1시간 전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으면 어쩌나, 모르쇠로 일관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머릿속은 한참 전부터 복잡해진다.

처음 피의자 신문을 할 때다. 선배 직원과 조사실에 같이 들어갔었는데, 어리바리(?)한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조사 도중에 조사실 밖으로 내보내졌다. 이렇게 내 첫 피의자 신문은 굴욕으로 남게 되었다. 그로부터 1년 반이 넘었지만 여전히 피의자 신문은 나에게 어려운 숙제다.

내가 담당하는 의무보험 미가입 운행사건은 생계형 범죄가 대부분이다. 한마디로 보험에 가입할 형편이 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여러 다양한 속사정을 처음 보는 ‘젊은 여자’에게 말한다는 것이 부끄럽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조사실에 앉자마자 자신의 혐의를 단번에 인정하는 사람은 없다. 비록 피의자의 혐의를 시인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사람과 사람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들이 살아왔던 인생의 우여곡절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상대의 마음 절반은 이미 풀어져있다.

한 피의자는 자신을 범죄자 취급했다고 씩씩대며 쌍말과 함께 언성을 높이며 사무실로 들어왔다. 화만 낼 뿐 대화가 되지 않았다.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 차를 내어주고 3분 정도 시간을 둔 뒤에 다시 조사실로 들어갔다.

조금 진정이 된 듯싶어 초등학교 자녀로 화제를 돌리니, “아이들과 처가 나 때문에 고생이 심했다”며 사업에 실패한 뒤 힘들어 보험 가입을 하지 못했던 사실을 인정하고 화를 낸 것에 대해 나에게 사과했다. 아가씨인지 아줌마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얘기까지 하기는 쉽지 않았다고, 결혼을 해봤으면 자신의 심정을 알 거라면서.

특사경 업무를 하면서 느꼈던 또 하나의 독특한 점은 지자체 간 업무 공조가 유독 많다는 것이다.

의무보험 미가입 운행사건의 경우, 하나의 사건이 한 지자체에서 시작해 오롯이 그 지자체에서 끝나는 사건은 많지 않다. 조사 대상자가 많기 때문인데, 한 지자체에서 대상자를 조사하고 혐의가 없거나 대상자의 소재를 발견하지 못해 조사가 더 이상 불가할 경우에는 혐의점이 있어 보이는 다른 대상자들을 조사하기 위해 타 지자체에 ‘사건이첩’을 함으로써 지자체 간 공조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경기불황으로 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운행하는 자동차수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교통사고나무인 단속기에 적발되어 매월 통보되는 위법 운전자가 늘어나 처리할 사건이 쌓이다 보니 야근을 밥 먹듯 하고 힘들지만, 무보험차량 사고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가 가까운 친지나 가족일 수도 있기에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오늘도 힘차게 하루를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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