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근 취재부 차장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지난해 한국사회를 달군 뜨거운 키워드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였을 것이다. 특히 학생들의 잇단 ‘스쿨미투’ 폭로는 지역사회 전체에 충격을 줬다.

충청권도 마찬가지다. 충북의 스쿨미투는 지난해 9월 7일 청주의 한 여중에서 시작된 트윗이 도화선이었다. 축제 중 발생한 불법촬영을 계기로 학내 성희롱·성추행 문제가 공론화되기 시작했고, 대전·충남은 물론 전국적으로 스쿨미투의 불길이 번졌다.

스쿨미투 폭로가 잇따르자 교육당국은 성범죄 교직원을 즉각 징계하는 등 학교 내 성희롱·성폭력 근절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학교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대다수 학교들은 ‘뭐 이런 일 가지고’, ‘별일 아닌데’라는 식으로 대응한다. 교육청이 조사해 문제가 확인되면 해당 교직원만 조치하고 문제가 해결됐다고 선언하는 격이다. 학내 성평등이나 인권 문제 등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기 보다는 해당 사안에 대해 최소한만 도려내자는 식이다.

이런 식의 대응은 당장은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학교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9월 트윗으로 스쿨미투를 폭로한 청주의 한 여중 스쿨미투 SNS 계정주는 “아무 것도 변한 것이 없다”는 성명을 냈다. 그는 “교내 성폭력 공론화 운동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자 계정주 색출 움직임이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희망찬 기해년(己亥年) 새해가 밝았지만 학생들의 ‘스쿨미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학교의 문화와 질서가 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학생들의 용기 있는 외침에 답하는 올바른 방식이고, 학교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새해에는 더 이상 “변한 게 아무것도 없어요”라는 말이 들리지 않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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