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역대 정권에서 야당의 주요 먹잇감 중 하나는 공공기관 수장에 대한 낙하산 인사 악습이었다. 역대 정권 모두가 낙하산 인사를 해왔다. 예외가 없이 반복되는 이 악습을 두고 다른 상대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비난했다. 반대로 야당이 여당 되면 말짱 도루묵이다.

현재의 야당도 정부의 낙하산 인사에 집중포화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도 이전에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이런 폐단을 막고 전문가를 채용해 올바른 인재를 쓰자는게 공모제다.

공모는 내부와 외부출신 상관없이 널리 인재를 구하는 것이다. 공공기관 직원들의 매너리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외부의 개혁적인 인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공모제 또한 ‘틈새 악용’ 사례가 줄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전문성, 경력, 조직 이해, 리더십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 공모제의 틀 안으로 권력의 줄을 타고 내려오는 경우가 적잖다.

낙하산 인사를 이미 최종 후보자로 내정해 놓은 상태에서 공모 절차만 지키는 꼼수가 그것이다. 공모제가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고 마는 것이다.

낙하산 인사는 끝이 없는 이유는 여야 모두 공공기관을 대선 승리의 전리품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너희들끼리 나눠 가져갔지만, 다음에는 우리 차례라는 음흉한 생각을 가슴에 품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정치권의 암묵적 담합이다.

이런 악습은 국가경제와 시스템을 좀먹는다.

내부 조직을 잘 모르고 전문성도 없는 낙하산 CEO는 해당 공기업을 좋은 기업으로 키우기는커녕 국민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쉽지 않다. 미래의 서비스마저도 망가트릴 수도 있다. 그 피해는 국민과 후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낙하산 인사는 국가의 미래를 망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빼앗는다.

코레일, 지역난방공사, 가스안전공사 등 안전 관련 공기업들은 엄격히 관리되지 않으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해당 분야에 전문성이 부족한 사람은 조직 장악이 쉽지 않고, 근무 기강을 똑바로 세우기도 어렵다.

낙하산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필요하면 낙하산 근절법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이 낙하산 인사 중단을 선언하고, 이를 엄격히 지키도록 각 부처에 지시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제도적으로 공모제를 세우는 데 기여했다. 그 당시에 관련 법령 등이 거의 완비됐다. 이제 문 대통령이 실질적 내용 측면에서 공모제를 완성해야 한다. 이는 본인의 국정 철학인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를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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