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삼성병원 의사, 환자 휘두른 흉기에 사망

(동양일보 김홍균 기자) 서울 대형병원에서 의사가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의료계가 충격에 빠졌다.

의료계와 경찰 등에 따르면 31일 오후 서울 강북삼성병원 신경정신과에서 진료 상담을 하던 의사가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가슴 부위를 수차례 찔려 사망했다.

박 모(30)씨는 이날 오후 5시 44분께 진료 상담을 받던 중 임세원 교수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박 씨는 상담실에서 흉기를 휘두르기 시작했고, 피해자가 도망치자 뒤쫓아 나가 3층 진료 접수실 근처 복도에서 가슴 부위를 수차례 찔렀다.

흉기에 찔린 임 교수는 중상을 입은 상태로 응급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오후 7시 30분께 끝내 숨졌다.

경찰은 이 병원 간호사로부터 112신고를 받고 출동해 박 씨를 현장에서 검거했다.

의료계는 이번 사건이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의료진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실제 여러 병원에서 의료진을 상대로 한 환자와 보호자의 폭행 사건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강원 강릉의 한 병원에서 장애등급 판정에 불만을 품은 환자가 망치로 병원 컴퓨터 등 기물을 파손하고 진료 중인 의사를 주먹으로 폭행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 환자는 국민연금공단이 장애등급을 3등급으로 판정해 장애수당이 줄어들자 장애진단서를 발급한 의사에게 불만을 품고 범행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달 전북 익산에서는 40대 남성이 술에 취해 손과 발로 병원 응급실 의사를 폭행해 코뼈를 골절시켰다.

특히 응급실은 병원 내에서도 의료진이 폭행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곳이다.

이번 의사 사망 사건이 벌어지기 불과 하루 전에는 인천 부평구 인천성모병원 응급실에서 대기시간이 너무 길어 화가 난다며 의사를 폭행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상당수 병원 폭행이 응급실에서 이뤄지다 보니 대책 마련도 응급실을 중심으로 추진됐다.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은 ‘응급실 폭행 방지 대책’을 내놨다.

대책에는 응급실에 보안 인력을 의무적으로 배치하고 폭행범에 대한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대응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국회에서도 지난달 응급실에서 벌어지는 폭행과 관련한 처벌을 강화하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응급실에서 응급의료 종사자를 폭행해 다치게 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1000만원 이상, 1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중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도 3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으며 사망에 이르게 하면 무기징역이나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한다.

이번 신경정신과 살해 사건으로 응급실뿐 아니라 병원 전반적으로 안전한 진료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건을 ‘의사 피살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의사협회는 “이번 사건은 응급실뿐만 아니라 의료기관 내 어디에서든 의료진을 향한 강력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며 “정부와 정치권이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치석 충북도의사회장은 “작년 한해는 유독 응급실과 진료현장에서 의료진들에 대한 폭력이 기승을 부린 한해였다”며 “TV 드라마 등에서 벌어지는 의사에 대한 무분별한 폭력 등 약자의 권리로 옹호되는 사회분위기가 연말 끔찍한 정신과 의사 살인을 불러왔다”고 분노했다.

이어 “어떠한 폭력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와 법적 처벌이 단호해야 한다”며 “충북도의사회는 진료실 폭력 근절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안전한 진료환경을 만드는데 앞장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충청의약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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