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택 논설위원 / 중원대 교수

김 택 논설위원 / 중원대 교수

(동양일보) 2002년 부패방지법에 내부고발에 대한 조항을 신설하고 공익제보에 정부가 발 벗고 나섰다. 그러나 지금까지 공익제보자들은 신분상 재산상 위협을 당했고 제대로 법은 지켜지고 있지 않다. 공직자가 비리행위를 고발하더라도 공익제보 공무원들 대다수가 감옥에 가거나 파면당하고 쫓겨나고 말았다. 한준희, 이문옥, 이지문 씨 등 한국의 의로운 고발인들은 아직도 진실을 위해 싸우고 있다. 1990년 감사원의 이문옥 감사관이 재벌소유의 땅을 감사한 내용을 신문에 제보해서 그는 업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이문옥 감사관은 6년 동안의 법정 투쟁 끝에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는데 당시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형법 127조에서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누설할 수 없도록 한 직무상 비밀은 법령에 의해 비밀로 규정됐거나 비밀로 명시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정치 · 군사 · 외교 · 경제 · 사회적 필요에 따라 비밀로 된 사항 등을 포함하는 것이나 이 조항에서 말하는 비밀이란 실질적으로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면서 “이 사건의 감사 보고서 내용은 공무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그 후 그는 파면 취소 판결을 받아 복직했다가 1999년 정년퇴직했다. 최근 청와대 특감반의 김태우 수사관이나 신재민 기재부사무관의 현 정부의 그릇된 행태에 당당하게 고발하고 있다. 그들은 정부에 의해 비밀누설죄나 직무 위반으로 고발당하고 있다. 촛불정신으로 탄생했다고 하는 민주정부가 왜 이렇게 당당하지 못하는가? 신 사무관은 “2017년 12월 국채 발행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청와대는 ‘이미 결정돼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된 사안은 되돌릴 수 없다’며 초과 세수가 발생한 상황에서도 4조원의 국채를 추가 발행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면서 적자 국채 4조원 추가발행 압력을 행사한 사람은 청와대 비서관이라고 주장했다. 신 전 사무관은 “나도 촛불을 들었는데 바뀐 정권도 결국 똑같았다” “저처럼 절망하는 공무원이 더 없길 바란다”고 했다. 신시무관은 “민주화 운동권이라며 ‘인권’ ‘정의’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잘하는 것은 사람 수사하고 감옥 보내는 것밖에 없는 듯 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당은 신씨의 행태에 비판적이다. 모 국회의원은 “신 전 사무관은 먹고 살려고 영상을 찍은 사람”이라며 “무책임하게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로 나온, 술자리 이야깃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어떻게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느냐”고 비난 했다. 또 다른 의원은 “스타강사가 되기 위해 기재부를 그만두고 돈을 벌기 위해서 메가스터디에 들어간다는 이 사람의 말은 ‘누구에게 들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지나간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다’ 이런 것” 이라고 폄하했다. 정부도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을 검찰에 고발했는데 신 전 사무관이 기재부의 KT&G 사장 인사 개입 의혹과 4조원 적자 국채 발행 문제와 관련한 문제점을 폭로한 것이 공무상 비밀 누설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만약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권력으로 재갈을 물리는 것은 일시적이다. 더 이상 누르지 말고 한 치의 거짓됨이 없이 국민들에게 밝혀야 한다. 무엇이 잘못인지 무엇이 정의로운 일인지 금방 드러날 것을 감추다가는 바람 앞에 촛불신세를 당하고 추락한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공익제보자들은 대의명분과 신념하나만으로 거대권력과 싸우고 있다. 이들이 무슨 힘이 있겠는가? 이들에게 용기를 보내면서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하길 바란다. 첫째, 정부는 국가와 조직의 이해를 건드린다고 공익제보자에게 가혹한 행위를 하는 것은 권력을 남용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행위를 중단하고 사실을 공표해야 한다. 국민들은 알권리가 있다. 공공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 한 진실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둘째, 공익제보자의 신분을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는 공익제보자에게 국선변호인을 보장하고 인사상의 불이익을 중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민총리실 산하에 공익제보위원회를 설치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조사가 끝날 때까지 이들을 신분과 명예를 보장해야 한다. 특히 위원들 다수를 중립적인 시민단체나 언론, 종교계, 문화계 인사로 채워야 한다. 셋째, 용기 있는 공익제보자들을 언론에서 탐사보도를 하여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취재하고 신문과 방송으로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또한 검찰도 좌고우면하지 말고 실체적 진실을 위해 명명백백하게 수사하여야 할 것이다.이제 권력은 국민들을 호도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의 국권과 양심은 찬란하게 불을 밝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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