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조작 쉽다 보니 집중력 떨어져…각별한 주의 필요"

(동양일보 윤규상 기자) 충북 청주에 사는 김모(36)씨는 지난달 승용차를 주차하다가 아찔한 경험을 했다. 주차를 잘 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차량이 후진하면서 인근 건물 벽면을 들이받을 뻔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시동을 켜놓은 상태에서 변속기 레버를 주차(P)가 아닌 후진(R)에 잘못 놓고 내렸다"며 "다행히 곧바로 브레이크를 밟아 큰 사고는 나지 않았지만, 아직도 그 일만 생각하면 등에서 식은땀이 난다"고 말했다.

이처럼 자동변속기 조작을 잘못했다가 크게 다치거나 심지어 목숨까지 잃는 안전사고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

자동변속기는 조작이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운전자의 주의력을 분산시킬 가능성도 커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자동변속기의 모드는 운전석을 기준으로 할 때 앞에서부터 주차(P)·후진(R)·중립(N)·전진(D) 순으로 구성돼 있다.

국토교통부령 제99호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른 것이다.

국제적으로도 이런 기어 순서가 일반적이다.

시동이 걸린 상태에서 자동변속기 자동차는 수동변속기 차량과 달리 변속기 레버를 D나 R로 바꾸기만 하면 곧바로 움직인다.

클러치를 발로 밟고 손으로 변속기를 조작해야 움직이는 수동변속기 차량보다 운전이 쉬워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런 편리성은 운전자의 집중도를 낮추는 부작용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조작이 쉬운 자동변속기의 경우 운전자들이 부주의하게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에는 버튼식 자동변속기까지 등장하면서 운전자들의 주의 운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지난해 12월 27일 충주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생한 사고가 대표적이다.

당시 운전자 A(63)씨는 자신의 카렌스 승용차를 주차하려다 운전석 앞바퀴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차량 블랙박스와 목격자 진술 등을 분석한 경찰은 A씨의 운전미숙으로 사고가 났을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A씨가 기어를 P가 아닌 R에 놓고 시동을 켜 놓은 채 내리다 갑자기 차가 움직이면서 당황했고 그 과정에서 사고가 나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잘 주차했다고 생각한 차량이 갑자기 움직이면서 당황한 운전자가 무리하게 차를 세우려다가 사고를 당하는 일도 있다.

지난해 1월에는 인천의 한 대학교 주차장에서 B(26)씨가 후진하는 자신의 토러스 승용차에 깔려 숨졌다.

경찰은 B씨가 변속기를 'P'로 설정하지 않고 내리려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판단했다.

목격자인 B씨의 친구는 친구가 후진하는 차량을 막으려다 넘어지면서 차량 밑에 깔렸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김기용 교통안전공단 박사는 "오조작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변속기가 제대로 놓였는지를 확인하는 게 가장 좋다"며 "예상하지 않게 차량이 움직이는 상황에서는 이를 세우려 하기보다는 차 밖으로 안전하게 빠져나오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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