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적 대선 공약인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이 사실상 무산됐다.

유홍준 광화문 대통령 시대 위원회 자문위원은 지난 4일 "집무실을 현 단계에서 광화문 청사로 이전하면 청와대 영빈관·본관·헬기장 등 집무실 이외 주요기능 대체 부지를 광화문 인근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청와대 개방과 집무실 광화문 이전을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이후 장기적 사업으로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이후 문 대통령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는다는 점에서 현 정부 임기 내 집무실 이전을 재추진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선거 과정에서 후보들이 내놓는 약속은 원칙적으로 이행돼야 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공약을 어떤 상황에서도 무조건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여러 사정은 변화할 수 있고 이에 따라 공약 이행이 수정되거나 철회될 수 있다.

오히려 공약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사업이나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했다가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문제는 입안 단계부터 현실상 추진이 불가능한데도 불구하고 표심을 얻기 위해 남발하는 자치단체장들이다.

지난 6.13 지방선거 당시 이시종 충북지사와 한범덕 시장은 청주시 공통 공약으로 야구장 신축을 발표했다.

당시 두 자치단체장은 1만 5000석 규모로 꾸며 문화 공연장으로 함께 활용하면 충분히 경제성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선 이후 한 시장은 민선 7기 공약 사업을 확정.발표하면서 실현 가능성이 낮고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야구장 신설을 배제했다.

1년에 고작 6~7경기 남짓 열리는 프로야구 경기를 위해 1000억원 대의 재원을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여론을 의식한 것이다.

여기다 프로야구 경기가 없는 날 활용 방안도 뚜렷하지 않고 사회인 야구장으로 활용하기에도 관리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것도 한 몫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른 경호와 의전 등의 어려움 가능성은 처음부터 제기됐던 문제다.

때문에 대선 당시 표를 얻기 위해 '공약(空約)이 될 것을 알고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공약(公約)을 했다'는 일각의 비판도 있었다.

청주 야구장 신설도 부지 확보, 재원 조달 방안 등 구체적인 이행사항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약으로 제시됐고 결국 폐기됐다.

실현 가능성에 따라 공약(公約)과 공약(空約)으로 나뉜다는 무거운 진실을 자치단체장들이 잊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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