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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칼럼/ 성장이 무너진 시대, 쪽방에도 희망을
동양칼럼/ 성장이 무너진 시대, 쪽방에도 희망을
  • 동양일보
  • 승인 2019.01.07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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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국회의원/전 출판편집인
김종대 국회의원
김종대 국회의원

 

 

(동양일보) 고용 한파 속에 사상 최대의 청년 실업,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 심화, 성장률 하락으로 곤두박질 친 작년 하반기 나라 경제는 여러모로 미스터리다. 특별한 대외 변수가 없는 상태에서 누가 일부러 경제를 망치기로 작정하지 않은 이상 한꺼번에 모든 경제 지표가 악화되기도 어려운 일이었다. 보수 야당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시행한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등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모든 원인을 전가하지만, 시행한 지 채 몇 달도 되지 않은 정책 때문에 작년 여름부터 갑자기 경제가 어려워졌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정부와 여당도 현실을 정확하게 진단하지 못하고 “통계의 오류” 운운하며 경제의 어려움을 애써 외면하려는 궁색한 모습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경제가 어려운 게 문제가 아니라 어려움을 직시하지 않으려는 바로 그 태도가 문제였다. 이것이 생존의 경계선으로 내몰리는 중소 상공인 등 서민의 부아를 치밀게 했고, 내일이 불안한 청년들로부터 격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그렇게 민생의 신경줄을 건드리자 정권 지지율이 집권 초에 비해 반 토막이 나버렸다.

설사가상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작년에 부동산 가격은 대란 직전까지 갔다. 대붕괴의 조짐이 나타난 것이다. 다행히도 강력한 정부의 억제정책으로 연말에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고 고용이 다소 회복되는 안정기조로 전환되었다. 그러나 다급하게 정책을 남발하는 동안 장기적인 안목에서 현재 문제를 직시하는 진정성이 사라졌다. 15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라는 시한폭탄의 시계는 여전히 돌아가고 있다. 임시직 위주로 늘어나는 일자리는 위기를 진정하는 약간의 진통제에 불과하다. 경제에 대해 자다가 봉창 뜯기로는 충북의 정치지도자도 둘째가라면 서럽다. 작년에 충북의 경제 성장률과 수출 증가율, 제조업체 증가율이 전국 1위라는 게 도청이 내놓은 화려한 작년 성적표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지역이 벌어들인 돈이 사실은 우리 돈이 아니라는 사실은 밝히지 않는다. 작년 한 해 동안 충북 지역 외로 유출된 소득이 청주시 올해 예산(2조 3천억원)의 네 배인 9조원에 육박한다. 수도권의 본사가 충북의 공장들이 창출한 이익을 다 뽑아갔기 때문이다. 알곡은 다 빠지고 죽정이만 남은 형국이다. 소위 워라벨, 즉 일과 삶의 균형지표는 전국 광역단체 중 꼴지, 노동자 임금 수준은 11위다. 통상 1만 5천 명 정도인 도내 신생아 숫자는 작년 1만 명 수준을 간신히 턱걸이 했고, 올해는 그 이하로 내려갈 것이다. 아파트 가격은 작년에 충북은 8% 가까이 폭락했다. 전부 처음 겪는 일이다.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가족의 울타리가 튼튼하면 그나마 버틸 힘이 있다. 최근 도내 1인 세대 수가 급증하는 추세는 바로 가족의 위기를 알리는 적신호다. 최근 도내 쪽방에서 고독사하는 연령이 60대 이상의 노인이 아니라 4,50대 중심으로 늘어나는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과 고립감이 누적된 중년 가장의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가장이 무너지면서 가족의 구성원인 노인, 청년, 여성의 문제가 동시적으로 심화될 수밖에 없고, 그 부담을 사회가 떠안아야 한다. 올해 청주시 복지예산 비율이 최초로 40%대를 돌파했다. 청주에서만 이혼 가정이 3800세대에 달하는 지금, 가족 해체는 복지 재정의 부담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더 이상 충북은 도로와 철도 건설로 표상되는 토목주의 성장 담론에 머물 여유가 없다. 가족 해체로 인한 고립과 트라우마는 우리 공동체에 대한 가장 중대한 도전이다. 지금은 가족과 공동체의 가치를 지키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과감하게 재정을 투입함으로써 파국을 예방하는 위기관리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대다. 이름도 거창한 강호축이 아니라 시민의 기본소득을 높이면서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사람 중심 정책으로의 전환이다. 이것이 성장이 무너진 축소사회에서 정치가 해야 할 일이다. 돈을 대변하는 정치가 아니라 사람을 대변하는 정치, 쪽방의 외로운 중년에게도 손을 내미는 따듯함의 정치로 전환하면 된다. 이것이 위기시대를 대처하는 신년의 정치가 되어야 한다. 뭐가 그리 어려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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