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곽근만 기자)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은 올해 기해년 사자성어로 '앵행도리(櫻杏挑梨)'를 선정했다.

앵행도리는 앵두나무와 살구꽃, 복숭아꽃, 배꽃이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피는 시기와 열매도 모두 다르다는 뜻이다.

성장 속도와 개성, 소질을 존중하는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맞춤형 교육을 실현하겠다는 김 교육감의 교육철학을 잘 나타내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행복교육지구와 행복 씨앗 학교 등 중점 사업 추진과 교육 인프라 구축 등 내실 있는 교육성과를 이룬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함께 행복한 충북 교육'을 목표로 하고 있는 김 교육감을 만나 지난해 성과와 올 한해 계획을 들어봤다. 편집자



지난해 충북교육의 주요 성과를 꼽는다면.



먼저 2015년 개정한 교육과정의 성공적 안착을 꼽을 수 있다. 수업 및 평가 혁신으로 4찬산업 혁명시대가 요구하는 미래 역량 함양 융·복합적 사고력 향상에 중점을 뒀다. 전국 최초의 학생 수강신청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해 학생 과목 선택권을 강화했고 2월 새 학년과 3월 수업 준비기간을 관계 집중의 달로 연계 운영해 수업과 생활교육 중심의 학교 문화를 조성하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또 도내 11개 자치단체와 정책 간담회를 실시해 이를 토대로 지역의 특성과 전통·문화를 살린 교육 체계를 구축한 점도 성과중 하나다. 특히 전국에서 유일하게 도내 전 지역에 행복교육지구를 운영한 것과 초록학교를 확대한 것도 충북 교육을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이러한 것들이 성과로 이어져 교육부가 실시한 교육수요자 만족도 조사에서 학부모 만족도 5년 연속 전국 최상위라는 결실로 이어지 것 같다.



성과도 있는 반면 아쉽다고 생각한 점은.



교육 비전과 철학, 교육제도와 정책에 대한 이견과 논란은 언제든지 존재해 왔다. 이런 갈등 상황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소모적 논쟁으로 인해 추진되어야 할 교육 정책에 대한 불신이 생긴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런 것에 대한 손해는 고스란히 우리의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몫으로 전가되고 궁극적으로 충북 발전을 저해하게 된다. 최근 논란이 된 고교 무상급식 논란 역시 공감대 형성과 소통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 관련의 소모적인 논쟁과 갈등을 줄이고 발전적인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정책을 공론화하는 장과 민주적인 절차에 따른 합의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행복 교육 2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해이다. 올해 교육 정책 방향은.



올해는 현장 중심 교육 행정 체계를 구축해 교육 자치와 학교민주주의, 혁신교육을 강화, 교육 주체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투명하게 의사 결정을 수행할 제반 장치인 교육 거버넌스를 확대해 미래사회 변화에 대비하는 교육 정책을 추진하겠다.

학생중심 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교육과정 체계를 마련하고 학교 자치를 강화하기 위한 조직개편으로 기관별 역할을 재구조화할 생각이다.

도교육청은 정책 기획을 담당하고 직속기관은 교육실행 기능 강화, 교육지원청은 학교 현장 지원 기능을 활성화하겠다.

행복씨앗학교 모델을 다원화해 혁신 교육을 확산하고 도내 전 학교에 평균 1000만원을 지원해 학습공동체 운영 교육 3주체(학생, 학부모, 교사)의 자치활동을 활성화 시켜 학교 자치역량을 강화할 생각이다.



유치원입학관리시스템인 ‘처음학교로’ 가입 과정에서 사립유치원과 갈등을 빚었는데.



변화가 두렵거나 기존 시스템이 더 편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교육혁신을 미뤄서는 안 된다. 처음학교로는 공공성 강화를 위해 도입된 입학관리시스템이다. 자녀를 입원시키고 싶은 유치원의 교육 과정과 비용, 시설현황 등도 쉽게 알 수 있다. 입학원서를 내는 불편함도 사리지고 나아가 원아 모집 행정에 매달렸던 교원업무도 사리진다. 도교육청은 교육지원청별 유치원 공공성 강화 추진 전담팀을 꾸리고 위기상황 지원체제를 구축해 유치원 운영관련 위기상황을 집중 모니터링 하고 있다.



이시종 지사의 명문고 육성에 대해 수용할 뜻을 밝혔는데.



명문고등학교는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 학교로 정의할 수는 없다. 법적인 용어가 아니다. 바라보는 시각의 다양성을 인정하며 일종의 좋은 교육에 대한 기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명문고 육성은 우리가 수렴해 반영하고 풀어야 할 교육적 과제라고 생각한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자치단체와 합의하면서 미래형 교육 모델을 만들어 갈 것이다.



고교 상피제에 대한 입장과 대책은.



타 시도 기말고사 시험문제 유출사고로 학생 평가 신뢰도가 전국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우리 교육청은 타 시도의 사례를 거울삼아 평가문제 출제, 인쇄, 보관 등 단계별로 보안을 꼼꼼히 챙기고 있다. 현재 교육청 산하기관에는 19개교에 교사 31명과 학생 33명이 동일 학교에 있다. 현재 교원이 자녀가 없는 학교로 전보를 희망할 경우 본인 희망을 반영해 배치하고 있다. 또 자녀와 친인척이 있는 교원은 학급담임, 교과담당, 평가관리 등에서 배제하고 있다. 다만 고교 상피제 규정 신설은 교원과 학생의 학교 선택 자율권 침해와 관련된 내용으로 어려움이 있다. 교원이나 학생이 교교 상피제로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현 교육의 가장 문제점과 바람직한 교육 정책은.



현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공교육에 대한 불신을 꼽을 수 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미래사회를 대비한 교육혁신이다. 현 교육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학교민주주의를 만들어가는 교육,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교육, 미래학력을 기르는 교육으로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현장에서 2015개정교육과정에 따른 교실수업 혁신, 학생 참여형 수업과 학생 성장을 돕는 과정 중심 평가가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스쿨 미투’ 관련 대책은.



교육감으로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먼저 용기 내어 진실을 밝혀 준 학생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하고 싶다. 성범죄 공무원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그런 것처럼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중 조치를 할 것이다.

사립학교 교원에게도 공립학교에 준하는 강력한 징계를 하도록 사립학교법 법령 개정을 위해 교육부와 공조할 것이다.

나아가 이런 일들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민주시민 교육과 건전한 학교문화 조성에 힘쓰겠다.

성 존중 토론회, 청소년 성 문화축제, 교원 연수도 지속적으로 운영해 성 조직 문화 개선과 성 평등 학교 문화 확산에도 힘쓰겠다.

마음 건강증진센터와 Wee센터 등 관계 역량을 견고히 하는데 도움을 주는 기관 운영에도 힘을 쏟아 학생들이 안전하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온라인 소통 창구인 청원광장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안은.



충북교육 청원광장은 충북도민 누구나 교육현안과 정책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정책을 제안할 수 있는 공간이다.

지난해 10월 30일 개통해 개선방안을 내놓기에는 짧은 시간이다. 올 한해 운영한 뒤 그 추이를 조사해 공감 횟수 조정 등 다각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충북교육 청원광장이 도민의 온라인 소통채널로써 충실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도민이나 학부모, 학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올 한 해는 국민여론이 우리 교육의 공공성과 신뢰성을 묻는 해였다고 생각된다. 현 정부가 적폐청산과 공정사회 건설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정도로 교육부문에서도 국민들의 실망과 피로감이 매우 컸다. 충북교육의 수장으로서 깊은 공감과 책임을 느낀다.

그러나 현 시기 교육적폐 청산이나 반부패, 공정성 강화의 노력들이 시대착오적 교육체제를 대안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미래를 준비하는 미래교육은 기존의 교육방식이 아닌 미래 역량을 길러줄 수 있는 혁명적인 교육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취적인 교육적 안목으로 멀리 앞을 내다보며 미래지향적인 교육모델을 만들어 나가야 하고 효과적인 미래교육 정책을 추진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1기에서는 실험적인 교육정책을 멀리하고 검증된 교육정책만을 조심스럽게 추진했다. 그러나 2기에는 미래교육 모델과 정책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만들어가고자 한다.

올 한해에는 충북교육이 더욱 믿음직스럽게 그 길을 앞서 열어 나가겠다.





김병우 교육감 프로필



1957년생

김천고등학교

충북대 사범대 국어교육과

1980년 중등학교 국어교사

2014년 16대 충북도교육감

2018년 17대 충북도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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