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영 논설위원 / 유원대 교수

백 기 영 논설위원 / 유원대 교수

(동양일보) 지속가능한 도시 형태에 관한 집중과 분산에 대한 오래된 논쟁이 있다. 지속가능한 도시에 대한 논의는 1987년 미래세대를 위한 자원의 보호 보고서에서 최초로 제시되었고,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차원의 도시환경의 목표와 방향에 대해 논의가 확대되었고, 1993년 리우 유엔환경회의에서 지속가능한 도시개발 지표가 국제적으로 제기되었다.

영국에서는 지속가능한 도시구현을 위해 1990년대 다양한 도시정책을 추진한다. 토지이용과 교통계획의 통합적 접근, 기존 개발밀도의 유지, 도심부에 가능한 한 많은 주택 건설 및 소매업 유치, 역사성을 갖는 도심부의 중요성, 계획에 있어서의 디자인의 중요성, 시민참여의 강조 등은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영국의 주요한 전략이었다.

지속가능한 도시의 형태로 도심부에 고밀로 집중되게 건설하는 압축도시가 제기되어 왔고 무수한 찬반 논쟁을 불러왔다. 압축도시와 집중을 찬성하는 입장은, 많은 도시개발을 수용하며, 기반시설과 기개발토지의 재이용, 도심부 재생을 통한 교외지역의 보존이 용이하다고 주장한다. 저렴한 대중교통수단, 높은 접근성과 이동성, 교통비용의 감소, 자전거, 보행의 활성화, 공해감소에 따른 보건성 제고, 고밀화로 인한 난방비용의 저감, 사회적 혼합 촉진, 지역 활동의 집중 및 업무환경 활성화 등도 집중된 도시의 장점이다.

반면 압축도시에 반대하는 분산의 입장에서는, 교외지역 주거지 선호경향, 과밀 혼잡으로 인해 집중개발의 폐해, 도시 내 공지의 감소로 인한 환경의 질 저하, 교외지역 공동체 경시 우려, 도심내 혼잡 및 공해 증가, 사회적 격리현상 심화, 교통제한에 비해 에너지 절감효과 미약, 지방분권화 및 공동체 시설 확충의 어려움, 경제적 효과가 불확실한 재정적 인센티브 제공 필요 등을 집중된 도시의 단점으로 제시해 왔다.

사실 집중과 분산에 대한 논쟁은 교통, 도시형태, 에너지 소비간의 관계에 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명확한 해답은 없다.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교외지역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지만, 대도시는 혼잡의 영향으로 중소도시에 비해 덜 효율적이다. 에너지 효율과 교통, 혹은 에너지 효율과 도시형태의 단편적 연구는 편향된 결과가 도출될 우려가 있다. 그래서 도시연구는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측면의 종합적 고려가 필요하다. 각자의 도시는 고유한 장소 특성적 요인을 갖고 있으므로 도시 형태를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지속가능한 도시 형태는 도시 만을 넘어 연담지역 혹은 교외지역과의 관계성을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집중과 분산의 도시모델의 대안으로 분산된 집중 도시모형이 있다. 압축도시 개발에 대한 반론으로 제기된 개발형태로서 다핵도시형 혹은 다수의 소핵도시를 갖는 단핵도시형 개발모델이다. 분산된 집중 모델의 주요 지침은 명확하다. 도시 확산과정은 감속되어야 하며, 과도한 형태의 압축도시 집중개발은 비현실적이며 바람직하지 않다. 다수의 도시들 주변에 구성되는 다양한 형태의 분산적 집중이 바람직하다. 도심부는 도시재생을 통해 인구와 고용의 감소를 둔화시켜야 한다. 도시간 대중교통수단이 개선되어야 한다. 복합용도는 장려되어야 하며, 인구집중 유발시설은 대중교통의 결절점에 배치한다. 도시녹화를 장려한다. 도심재생의 집중개발의 장점과 불가피한 분산개발의 장점을 접목시키며, 주민참여의 촉진, 지역적 자원의 보존을 강조한다.

지속가능한 도시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를 충족시킬 뿐 아니라 도시나 지역의 고유한 특성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도시공간을 적게 점유하면서도 보다 효과적인 도시형태가 무엇인가? 자원이용을 줄이고 공해를 저감시키는 구조, 혼잡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다양한 서비스와 시설로의 높은 이동성과 접근성을 가능케 하는 구조, 도시와 농촌간의 공생적 관계를 유지하도록 하는 구조, 지역 공동체의 자율성 및 자족성을 실현시킬 수 있는 구조, 사회적 혼합을 수용하면서 상상력이 풍부한 주거지 형태를 제공하는 구조가 집중과 분산에 관한 도시논쟁의 종착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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