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선 동양일보 상임이사

유영선/ 동양일보 상임이사
유영선  동양일보 상임이사

 

(동양일보) 2019년 기해년은 돼지의 해. 그것도 황금돼지 해란다.

돼지해를 맞아 연초부터 사랑스러운 모습의 돼지 이미지가 곳곳을 장식한다. 돼지해 중에 가장 기분 좋은 말은 뭐니뭐니 해도 길몽인 “돼지꿈”이 아닐까.

매년 코리아 트렌드를 연구하는 서울대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돼지꿈을 뜻하는 PIGGY DREAM을 키워드로 해서 2019년 사회흐름을 전망했다.

수년 전부터 소비의 변화를 삼층 분석해 ‘소확행’이니, ‘워라밸’이니, ‘가심비’, ‘플라시보 소비’등의 키워드로 우리 사회 트렌드를 예측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이 센터가 내놓은 2019년의 키워드는 무엇일까.

일단 2019년은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다는 점이 전제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촉발한 무역전쟁과 연방준비은행의 금리인상 여파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고, 미국의 관세부과가 세계무역을 저해해 각국 경제 주체들의 소비심리를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고 보는 것이 이들의 분석이다.

이에따라 우리나라도 경기흐름이 다운사이클로 접어들고 있다는 우려와 함께 주요 고용지표, 경기 선행지수, 소비자심리지수 등이 모두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경제환경이 나빠지면서 수출도 감소할 우려가 있고, 국제유가도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며, 더구나 올림픽, 월드컵, 선거 등 특별한 외적 모멘텀이 없어 2019년은 조용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무수한 예측과 전망이 있다 해도 삶은 계속되고 발전한다.

이 센터를 이끄는 김난도 교수가 발표한 2019년 키워드를 보자.

먼저 PIGGY DREAM의 첫글자 ‘P’는 ‘Play the Concept’. 컨셉을 연출하라이다. 그냥 ‘컨셉’이 아니라 ‘컨셉의 연출’이다. 이미지에 열광하고 변화무쌍함을 원하는 소비자들은 기능이 아니라 컨셉을 소비한다. 구구절절한 설명보다 컨셉이 우선인, 마케팅은 컨셉팅으로 진화한다.

‘I’는 ‘Invite to the ‘Cell Market’. 세포마켓이다. SNS를 기반으로 한 개별 크리에이터들은 ‘1인 마켓’으로 발전한다. 온라인 가게와 각종 비대면 결제서비스의 발달은 ‘셀슈머(sellsumer)’의 등장을 촉진한다. 누구나 물건과 서비스를 팔 수 있는 시대. 유통의 새로운 판이 짜여지고 있다.

‘G’는 ‘Going New-tro’ 그러니까 ‘요즘옛날’이다. 과거의 새로운 해석이 뜨고 있다.

또다른 ‘G’는 ‘Green Survival’ 필환경이다. ‘필환경’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Y’는 ‘You Are My Proxy Emotion’. 감정대리인 내 감정을 부탁해. 직접 말하는 것이 불편해 내 감정 대신 이모티콘을 날린다. 대신 화내주고, 대신 욕해주고, 대신 슬퍼해주는 서비스의 등장. 이른바 ‘감정의 외주화’다.

‘D’는 ‘Data Intelligence’ 데이터지능이다. 데이터에 의한 결정, 데시젼 포인트가 가까워오고 있다. ‘R’은 ‘Rebirth of Place’ 공간의 재탄생, 카멜레존. 주변환경에 따라 피부색을 바꾸는 카멜레온처럼, 공간의 화려한 변신이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 ‘E’는 ‘Emerging Millennial Family’ 밀레니얼 가족. 3신 가전인 로봇청소기와 식기세척기 그리고 빨래건조기를 말한다.

‘A’는 ‘As Being Myself’ 그곳만이 내 세상, 바로 ‘나나랜드’이다. ‘라라랜드’가 꿈꾸는 이들의 도시라면 ‘나나랜드’는 자기애로 무장한 사람들의 땅이다. 그리고 마지막 ‘M’은 ‘Manner Maketh the Consumer’. 매너소비자. 소비자의 악의적인 갑질이 아닌 매너있는 소비자로 감정노동을 보호한다는 것이다.

2019년의 소비흐름 예측은 지난해의 흐름에서 발전된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변화를 예고한다. 미래학자 앨빈토플러는 “변화란 단지 삶에서 필요한 것이 아니다. 삶 자체다”라고 말했다. 변화는 인간의 삶 속에서 관계를 정립하고 갈등의 간극을 좁히는 매개체다. 코리아 트렌드를 통해 시대적 변화 흐름을 받아드릴 준비를 하면서 우리 모두 기해년 ‘돼지꿈’을 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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