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법서 방청석 소지품 챙기는 척 하다가 달아나
법원 100분 늑장신고…“법리 검토하느라 지연” 해명
경찰, 형사 30명 투입·CCTV 분석…수배 전단 배포도

법정구속 직전 달아난 김모(23)씨 수배 전단.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청주지법에서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20대 피고인이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직전 도주했다. 경찰은 전담 추적반을 구성해 행적 파악에 나선 가운데 법원의 늑장신고가 도마에 올랐다.

10일 법원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20분께 청주시 서원구 산남동 청주지법 4층 423호 법정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모(23)씨가 달아났다. 김씨는 구속사유를 고지 받는 법정 구속절차가 진행되던 중 소지품을 챙기러 방청석 쪽으로 다가가는 척하다가 그대로 법정 밖으로 도주했다.

김씨는 2017년 4월 노래방에서 후배와 함께 시비 붙은 피해자 2명에게 주먹을 휘두른 혐의(공동상해)와 지난해 2월 한 유흥주점에서 폭력을 행사한 혐의(상해)로 불구속 기소됐으며, 이날 공동상해 혐의로 징역 8월, 상해 혐의로 징역 6월을 선고받았다.

법정에서 피고인이 도주하면서 법원의 피고인 관리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현장에는 법정 내 보안을 책임진 법정경위가 1명 있었고, 그는 김씨의 도주 사실을 알고 법정동 출입구인 1층 검문검색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이를 알렸다. 이곳은 외부와 통하는 법정동의 유일한 통로라 제때 연락만 이뤄졌다면 김씨의 검거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법원의 늑장신고도 도마에 올랐다. 김씨가 도주한 지 1시간 40분이 지난 낮 12시 7분께 경찰에 신고가 접수된 것이다.

법원 관계자는 신고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구속 집행과정에서 피고인이 달아나 법정구속 절차가 종료됐는지에 대한 법리검토 등이 필요했고, 다른 형사사건을 처리할 필요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뒤늦게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30여명의 인력을 투입, 법원 일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하고, 연고지를 탐문하는 등 달아난 김씨의 행적을 쫓고 있다. 또 김씨의 얼굴과 도주 당시 옷차림 등이 담긴 수배전단을 배포했다.

키 175㎝가량의 보통 체격인 김씨는 도주 당시 흰색 트레이닝복(후드) 상의와 회색 트레이닝복 하의, 흰색 운동화를 착용했다.

법정구속을 앞둔 피고인의 도주사건은 지난해 5월 10일 전북 전주에서도 있었다.

당시 모모(22)씨는 모욕과 폭력 혐의로 징역 8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집행 전 여성보안관리대원의 손목을 꺾고 밀친 뒤 달아났다. 도주 5시간 만에 전주시 한 원룸에서 붙잡힌 모씨는 지난해 11월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징역 4월을 추가 선고받았다. 이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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