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석 교통안전공단충북지부 차장

송영석 교통안전공단충북지부 차장

(동양일보) 작년 광주 쌍촌동에서 발생한 심야 무단횡단 사고의 기억은 ‘충격’으로 남아있다.

유튜브를 통해 순식간에 확산된 한편의 동영상이 던지는 파장은 일파만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국민청원을 비롯해 무수한 논란의 소재거리가 된 이 비극은 ‘누구의 잘못인가’를 다투며 세간에 씁쓸함을 남긴 2018년 유튜브 최악의 동영상 중 하나로 남아있다.

새벽 0시 50분경 택시에서 내린 여성 2명이 왕복9차선 대로를 무단횡단으로 뛰어 건너가다 달려오는 차량과 부딪혀 한명은 현장에서 쓰러지고 또 다른 한명은 거의 10m 이상 날아가는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서 눈을 의심했다. 정말 안타까운 점은 사고지점 앞뒤 100m 지점에 횡단보도와 육교가 있었다는 사실과 사고를 낸 운전자가 조금만 더 속도를 줄여 방어운전을 했더라면 하는 것이다. 사후약방문이라 할 수 있다.

과연 누구의 잘못으로 인해 이 같은 비극이 발생한 것인가.

누구는 시인성이 현격히 떨어지는 심야시간 대로변에서 달려오는 차량을 쳐다보지도 않고 무단횡단 하는 보행자를 탓했고, 한편으론 그래도 어두운 야간시간대라면 운전자는 속도를 줄여 혹시나 모를 무단 횡단자를 염두에 둔 방어운전이 필수라고 말하기도 했다. 소위 갑론을박이 뜨거웠다.

공단에서 일을 하며 여러 교통사고와 관련한 여러 자료를 접한다.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는 매년 줄어드는 추세이라지만 보행자 사망사고는 거의 40%대에 머물고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고 한다.

경찰청의 2017년 교통사고 통계에서도 교통사고 사망자는 전년 4292명에서 107명(2.5%)이나 감소한 4185명으로 나타났다. 보행자 사망사고도 역시 전년 1714명에서 39명(2.3%)이 줄어든 1675명이었지만, 전체 사망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역시 4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단횡단 사망자는 2016년 709명에서 20.7% 감소한 562명으로 나타나 고무적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보행사고의 34%를 차지하고 있다.

생활여건이나 수준은 선진국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교통사고는 후진국형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는 오명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무단횡단의 위험성은 누구나 알고 있고 그 결과가 누구에게나 무서운 현실이 될 것임을 인지하면서도 ‘나에겐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고문이 가혹한 결과를 되풀이하게 한다고 해도 과언을 아닐 것이다.

무단횡단자와 운전자 중 누구의 잘못인가는 되짚어 봐야 할 문제다. 과실책임이 누구에게 기울여져 있나 하는 것이다.

최근 판례를 보면 ‘시야방해’가 적용되면 운전자에게 무죄판결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불가항력적 사고, 즉 운전자가 예상 할 수도 없는 장소나 설령 무단횡단자를 인지한 경우라도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거리라면 무단횡단자의 과실을 높게 보거나 아예 운전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경우도 있다. 약자를 보호한다는 ‘우자의 원칙’에서 동일한 법의 잣대로 심판하자는 추세로 옮겨간다고 할 수 있다.

교통사고 이후 과실상계는 사고 당사자 간에 매우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가족의 생계유지나 향후 기대소득 등 한 가정을 파탄으로 몰 수 있는 큰 변수임은 누구도 부정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실상계를 따지기 전에 무단횡단은 보행자와 운전자 모두에게 악마의 속삭임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건강을 잃고 나면 천금이 필요 없다’는 옛 말이 있다. 교통사고 이후 보상을 탓하기 전에 보행자는 횡단보도나 육교를 이용하자는 철칙을 세우고 운전자는 행여나 피치 못한 경우로 무단횡단하는 보행자가 있을 수도 있으니 정해진 속도로 운전하는 안전운전 실천을 생활화해야 한다.

“무단횡단은 이승과의 마지막 이별입니다.” “속도를 줄이면 사람이 보입니다.” 이런 말이 우리에게 너무 필요한 화두인 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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