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서 은신…도주 하루 만 경찰에 자진출석
도주죄 등 성립 안돼 ‘단순 해프닝’ 끝날 수도
허술한 피고인 관리·늑장 신고 등 비난 도마

11일 오후 청주상당경찰서에서 법정구속 직전 달아났다가 자수한 김모(24)씨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청주지법에서 재판을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되기 직전 도주한 20대 피고인이 하루 만에 자수했다. 법정에서 버젓이 도주 행각을 벌인 황당 사건이지만 현행법 체계에서 추가 처벌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1일자 3면

13일 법원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3시 35분께 김모(23)씨가 청주상당경찰서에 자진 출석했다.

김씨는 하루 전인 10일 오전 10시 30분께 청주지법 4층 423호 법정에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공동상해) 등의 혐의로 징역 1년2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절차가 진행되는 도중 그대로 달아났다.

불구속 상태로 이날 선고공판에 출석한 김씨는 법정구속 사유를 고지 받는 과정에서 방청석에 있던 소지품을 챙기는 척 하다가 보안관리대원 등을 따돌리고 달아났다. 법원을 빠져나간 김씨는 대전으로 택시를 타고 달아나 길거리 등을 배회하다가 이튿날 오후 경찰에 자진 출석했다.

1시간 여간 경찰조사를 받은 김씨는 검찰에 압송됐으며, 검찰은 김씨 도주 후 형 집행을 위해 발부된 구속영장을 집행해 김씨를 청주교도소에 입감했다.

김씨는 호송되는 과정에서 “(징역형으로 교도소에 가야 하는 게) 무서워서 도망갔다”며 “죗값을 치르기 위해 자수했다”고 말했다.

도주한 김씨의 추가처벌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재판관이 ‘구속’을 선고했으나 구속영장 집행 직전 달아난 것이어서 형법상 도주죄가 성립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도주죄는 법률에 따라 체포 또는 구금된 사람이 달아날 경우 성립하는 혐의인데 김씨의 경우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앞서 지난해 5월 전북 전주에서 발생한 모모(22)씨의 법정 도주사건 때도 같은 이유로 모씨는 도주죄로 처벌받지 않았다. 모씨는 대신 도주 당시 여성보안관리대원의 손목을 꺾고 밀치는 등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추가 기소돼 징역 4월을 선고받았다.

반면 도주과정에서 아무런 물리적 충돌이 없었던 김씨는 공무집행방해 혐의 적용도 어렵다.

법조계에서는 현행법상 김씨에게 적용할 수 있는 혐의가 아무것도 없다는 게 중론이다. 처벌 근거가 없어 단순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다는 얘기다.

경찰 관계자는 “도주죄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경찰에서 추가 조사를 하지 않고, 간단한 절차를 거친 뒤 검찰에 신병을 인계했다”고 말했다.

김씨의 추가처벌 여부와 관계없이 사건 이후 늑장신고 등 법원의 허술한 피고인 관리체계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신고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구속 집행과정에서 피고인이 달아나 법정구속 절차가 종료됐는지에 대한 법리검토 등이 필요했고, 다른 형사사건을 처리할 필요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관련 규정을 개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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