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5일 미세먼지특별법 시행까지 민간은 ‘자율’ 발생 당일만 단발성 저감조치에 시민들 실효성 의문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충북의 미세먼지 농도가 새해 들어서도 전국 최악의 수준을 보이는 가운데 지자체가 비상저감조치에 나서고 있으나 민간에는 권고사항에 그치면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국립환경과학원 대기환경정보사이트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충청권 미세먼지(PM10) 농도는 세종 190㎍/㎥, 대전 170㎍/㎥, 충북 163㎍/㎥ 등으로 ‘매우 나쁨’(150~299㎍/㎥) 수준이 지속됐다. 초미세먼지(PM2.5) 농도도 충북 132㎍/㎥, 충남 121㎍/㎥, 세종 117㎍/㎥, 대전 108㎍/㎥ 등으로 서울·경기 148㎍/㎥, 인천 134㎍/㎥ 등 수도권에 이어 높은 수치를 보였다.

특히 충북은 지난해 11월 이후 전국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았고, 새해 들어서도 대기환경기준(35㎍/㎥)을 3배 가까이 초과하는 등 최악의 미세먼지에 시달리고 있다. 이달 들어 14일 중 10일간 충북의 초미세먼지농도는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계속되는 대기정체로 이날 수도권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는 등 전국 17개 시·도 중 11곳이 전날에 이어 이틀째 저감조치를 발령했다. 오후 4시 기준으로 초미세먼지 농도가 50㎍/㎥를 초과하고, 이튿날도 50㎍/㎥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이 조치를 내리도록 돼 있다.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면서 행정·공공기관 차량 2부제가 실시됐고, 생활폐기물 소각량 감축, 분진흡입차량 확대 운영, 대형공사장 비산먼지 억제시설 가동 확대 등의 조치가 실시됐다.

이 같은 저감조치는 민간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실제 올해 첫 초미세먼지 경보가 나온 14일 충북에서는 공무원과 행정기관만 차량 2부제가 실시됐다. 민간은 의무 대상이 아니다보니 도로는 평상시와 다를 바가 없었다. 청주시환경관리본부의 소각시설 2기 중 1기가 가동을 중지했고, 대기오염 배출량이 많은 도내 사업장의 가동률은 평상시보다 10~20%축소된 것으로 전해졌지만 민간 사업장의 경우 정확한 가동축소율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지난해 8월 미세먼지특별법(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의 시행시기가 다음달 15일로 잡힌 탓이다.

미세먼지특별법은 그동안 수도권 공공기관에서만 시행된 비상저감조치에 대해 법적근거를 마련하고 민간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 민간도 차량 2부제나 5부제로 차량운행이 제한된다.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 가동시간 변경 등이 각 지자체의 관련조례로 결정되며, 위반 때 과태료도 10만원 이하 수준에서 시·도 지사가 정한다. 학교 휴업이나 직장 탄력적 근무제 운영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법 시행일이 다음달로 설정되면서 정작 최악의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렸을 때 비상조치에 ‘공백’이 생긴 셈이다.

시민들은 미세먼지 발생 ‘당일’에만 이뤄지는 조치가 별다른 체감효과를 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민숙(청주시 상당구 금천동)씨는 “(제도가) 너무 미흡하다. 이렇게 (미세먼지가) 심각할 땐 하고, 조금 괜찮아지면 또 흐지부지되고 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자체도 법 시행 전까지는 홍보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법시행 이전까지는 민간 사업장에 대한 강제적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업체들의 자율적인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15일에도 충청과 남부가 ‘매우 나쁨’ 수준을 보이는 등 미세먼지가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릴 전망이어서 사흘째 저감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흘 연속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는 건 2017년 제도 도입 이후 처음이다. 이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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