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도원 충북농업기술원 학예연구사

최도원 충북농업기술원 학예연구사

(동양일보) 고등학교 1학년, 첫 소풍은 국립청주박물관이었다. 시골에 살다 고등학생 때 처음 박물관에 간 나는 박물관의 모든 것이 신기하고 아름다웠다. 특히 선사시대실을 지나 만난 첫 작품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돌 사면에 빼곡하게 새겨진 작품은 조각이라 보다는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그 후 대학에 진학해 한국 미술사 수업에서 그 작품을 슬라이드로 만났을 때 그 기쁨이란! 그 작품은 국보 106호 ‘계유명전씨 아미타삼존불비상’이었다. 처음 간 박물관에서 만난 그 아름다운 작품이 후일 학과를 사학과로 정하고 진로를 학예연구사로 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고 믿는다.

자신의 꿈, 진로라는 것, 이렇듯 사소하지만 인상적인 체험이 영향을 끼친다. 요즘 중학교에는 한 학기 혹은 두 학기동안 다양한 체험을 통해 ‘자신의 꿈’을 찾는 과정인 자유학기제가 있다.

충북농업기술원은 농부의 꿈을 키우는 사람들에게는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교육 기관이다. 농촌진흥기관으로서의 오랜 역사만큼 충북농업기술원은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이 기반을 토대로 만든 사업이 바로 중학교로 찾아가는 ‘자유학년 생생 진로 체험’이다.

이론과 체험을 병행하는 이 진로체험행사는 2017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뜨거운 인기 아이템이었다.

2017년 10개 학교 1500명이 참여해 학생들의 열렬한 호응은 물론 참여한 강사, 교사, 도 기술원 모두의 만족도가 높은 결과를 이끌어냈고, 그 성공 노하우를 살려 2018년엔 22개 학교 2075명을 대상으로 사업을 확대 편성했다.

자유학년 교육 프로그램은 무형문화재인 낙화장, 사기장, 야장 선생님과의 만남, 성공한 농장주, 문화 콘텐츠 기획가, 농업 박사, 원예치료사 등 다양한 직업에 있는 선생님을 교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듣고 직업을 체험 한다는 게 최고 장점이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릇을 만들기 위해 아이들은 물레 위에 태토를 올려놓는다. 발로 물레를 돌리고 손으로 형태를 만들려고 한 순간 아이의 입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헉’ 소리가 나온다.

불에 벌겋게 달아오른 쇠를 야장은 맨 손으로 재빨리 두들겨 모양을 만든다. 아이는 장갑을 끼고 쇠 끝부분만 만졌을 뿐인데도 엄청난 온도에 화들짝 놀란다. 삼십년 이상 자신의 분야에서 한 길을 걸어오신 무형문화재 선생님들의 시연은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단련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온 몸으로 알려준다.

한 분야의 ‘전문가’라는 호칭을 얻은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엄청난 노력과 인내의 시간을 겪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커피를 어떻게 재배 해?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커피’ 생산에 성공한 농부, 새로운 식품을 만드는 연구가, 모두 끊임없는 관심과 공부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충북농업기술원의 ‘자유학년 생생 진로 체험’이 일선 학교에서 큰 호응을 얻는 건 훌륭한 강사님이 생생하게 전달 해주는 체험 덕분이다. 학생들은 직업의 가치, 소중함을 허공에 떠도는 말이 아닌 자신의 경험으로 체득한다. 이러한 경험이 먼 훗날 우리 아이들에게도 진로를 결정하는 인상적인 한 순간이 될 것이라 믿는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처럼 우리 아이들을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키우기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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