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곽근만 기자) 최근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미성년자 시절부터 성폭행 당했다고 추가고소하면서 체육계에 성범죄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체육계의 경우 일반적인 작장보다 강한 위계질서가 작동하기 때문에 성범죄가 발생해도 밝혀지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일이 불거진 것은 국가대표 선수들에 대한 상습 폭력 혐의가 드러나지 않았다면 성폭력 혐의 고소까지 이어지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 사실을 폭로하면 지금까지 해온 운동을 못하게 되거나 그 그룹에서 배제된다는 우려로 인해 밝히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위계질서가 명확한 집단의 성폭력 피해자들의 경우 상당수가 피해를 호소하기에 앞서 오히려 자기 자신을 자책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체육계 전반에 대한 강력한 조사와 함께 처벌도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5년 간 폭력이나 성폭력 사건으로 영구제명 처분을 받은 비율은 9.7%에 불과하다.

그 동안 체육계 내부의 안일한 대처가 이런 문제들을 키웠다는 것을 잘 나타내주고 있는 결과이다.

처벌이 약하다보니 고질적인 병폐가 개선되지 못하고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독립된 기구인 체육 성폭력 전문 상담소 등을 설치해야 할 것이다.

또 체육계는 물론이고 예술계 등에 대한 성폭력 피해 조사와 함께 정부 차원에서의 전수조사도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특히 선수 선발의 공정성 확보, 성적 지상주의 타파 등 체육계 내부의 혁신 없이는 지도자들의 못된 관행을 뿌리 뽑기는 어렵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체육계의 근본적인 문제 개선이 선행되지 않는 한 아무리 좋은 대처 방안이 나온다 해도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1년 전 한 여검사의 용기가 사회·정치·문화계 미투 운동의 촉매제가 된 바 있다.

법조계, 문화예술계, 정치권, 대학가, 중·고교 등 분야를 막론하고 남성 중심 조직 문화에서 비롯된 권력형 성범죄의 실상이 마침내 세상 밖으로 터져 나왔다

이번 사건은 시작일 뿐이다. 심 선수의 용기가 체육계를 정화하는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 곽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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