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열정 하나로 강추위도 녹이는 열혈 아줌마들

(동양일보 최재기 기자) 1월 둘째 주 토요일 이른 아침 칼바람 속에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천안축구센터에 아줌마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삼삼오오 모여 몸을 풀더니 가방 속에서 축구공을 꺼내 들었다. 이리저리 패스도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골대를 향해 슈팅 연습하는 모습이 날렵했다. 남자 조기 축구팀과 친선경기를 하기 위해 모인 공차는 아줌마들이었다. 이들은 자신들은 ‘천안여성축구단’이라고 소개했다. 이날 경기에서 여성축구단은 남자팀에게 2대1로 패했다. 그래도 표정들은 하나같이 밝고 환했다.

정옥선 회장(53)은 “회원 대부분이 살을 빼기 위해 모인 아줌마들이다. 승패에 관계없이 즐겁게 공차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천안여성축단은 20~60대 여성들로 구성된 생활축구동호회로 지난 2015년 3월 정식 창단됐다. 매주 수요일 저녁 토·일 새벽 세 차례 훈련을 하거나 남자팀과 시합을 벌인다. 2014년부터 공을 찼지만 인원이 6~7명에 불과해 창단하지 못하고 1년 여 동안 남자팀에 섞여 운동을 했다.힘이 없어서 남자들과 몸싸움하다가 나가떨어지기가 일쑤였지만 체력만큼은 좋아졌다고 했다. 그러다 그해 여름 경기 욕심에 덜컥 전국대회 참가 신청서를 냈다. 모자라는 인원은 동네 아줌마들을 꼬드겨 11명의 선수를 억지로 만들었다.

골키퍼 경험자가 없어서 제일 뚱뚱한 아줌마가 골문을 맡았다. 한 골도 못 넣었지만 우승 후보로 꼽혔던 경남 소속 여성축구단에 맞서 두 골만 내줬다. 스로인 방법도 잘 몰라 수도 없이 반칙을 범하는 등 부끄러운 추어도 있다.

정 회장은 “제대로 된 선수가 없어 크게 깨질 줄 알았는데 다행히 두 골만 먹었다”며 당시 무모한 도전 이야기를 하며 웃음을 참지 못한다.

이후 축구를 하겠다고 나서는 아줌마들이 많아졌다. 아줌마뿐이 아니라 고교 3학년생부터 환갑이 넘은 아줌마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 최고령자인 서용미(61)씨는 8명의 어린 생명을 앗아간 2003년 천안초등학교 축구부 합숙소 화재 참사 때 살아나온 한 학생의 어머니다.

그는 “화재로 운동을 그만 둔 아들 대신 그라운드를 뛰고 있다”고 했다.

최연소자인 이수아(19)양은 고1 때부터 합류해 3년 째 공을 차고 있다며 “축구 매력에 푹 빠져 여성축구팀에 찾아가 합류시켜달라고 졸랐다”며 “이모들과 공차는 시간이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천안여성축구단은 올해 두 가지의 목표를 세웠다. 전용 연습구장 마련과 전국대회 우승이다. 이 팀은 지난해 열린 여성부장관기 준우승이 역대 최고 성적이다. 정 회장은 “단장님을 맡고 계신 BMK 이운형 대표가 매년 1500만 원 가량 후원해주셔서 큰 힘이 되고 있다. 이 분께 꼭 우승컵을 안겨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이들에게 축구는 삶의 활력소로 보였다. 축구는 이제 남성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여성 축구인들이 점차 늘면서 이제 주말 학교 운동장엔 남자 조기축구회 못지않게 여성들이 축구화를 신고 뛰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 천안 최재기 기자

 

정옥선 회장
정옥선 회장

 

회원명단
△이운형(단장) △정옥선(회장) △최윤정(감독) △김종순(총무) △한다현 △최전희 △김태희 △최윤정 △장유영 △김하나 △이양희 △김미정 △정예리 △강기혜 △김희애 △송윤지 △서용미 △성오순 △이은하,김선미 △문연규 △강미영 △김상희 △윤상희 △김보미 △김서연 △김한슬 △박규빈 △서용미 △안공주 △송윤지 △이민주 △이은채 △장나래 △이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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